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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색깔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천연염색. 하현희 씨는 천연염색의 이런 매력에 반했다고.
 여러 가지 색깔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천연염색. 하현희 씨는 천연염색의 이런 매력에 반했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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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재료를 써서 염색된 색을 보면 안정된 느낌이 들어요. 마음도 편안해 친근감을 주거든요. 여러 가지 색이 섞여도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지지 않고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요. 그런데 인공안료는 자신만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하현희(39)씨의 말이다. 하씨는 영산강변,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에서 천연염색과 도예를 연계한 힐링체험장 '영산요&아트몽'을 운영하고 있다. 이 체험장에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3000여 명이 다녀갔다. 모두들 흡족해 했다. 염색과 도예는 하씨 자신에게도 힐링을 안겨준단다.

"틀에 박힌 생활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좋고요. 흙냄새도 맡고, 손끝으로 전해오는 부드러운 감촉에서 자연을 느끼게 돼요.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는 천연염색과 도예가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 같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분청사기만 떠올랐어요"

도예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하현희씨. 영산강변에서 도예와 천연염색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예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하현희씨. 영산강변에서 도예와 천연염색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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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희 씨의 남편 박정규씨. 무안에서 '영산요'를 운영하며 분청자기의 전통을 잇고 있다.
 하현희 씨의 남편 박정규씨. 무안에서 '영산요'를 운영하며 분청자기의 전통을 잇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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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씨가 천연염색과 도예와 인연을 맺은 건 우연한 기회였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서양화가의 꿈을 안고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미술학원에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야외스케치를 나갔다가 무안요를 찾았다. 무안요는 전통 분청사기의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다.

"물레를 돌리면서 전통자기를 만드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그날 이후 책을 펴놓고 있어도, 그림을 그려도, 집에서 잠을 자려고 누워 있어도 분청사기만 떠오르더라고요. 제 발로 다시 무안요를 찾아갔죠."

하씨는 그 길로 무안요 김옥수 선생의 문하생이 됐다. 지금의 남편(박정규·43)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남편 박씨는 무안요에서 물레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때였다. 자연의 색을 자신이 쓰는 물건에 담아두고 싶었다.

자연스레 쪽에 관심이 갔다. 영산강을 끼고 있는 무안은 예부터 쪽 염색이 발달했던 곳이다. 쪽물 염색에 매료되면서 체험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졌다. 천연염색의 묘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쪽에서 묻어나는 쪽물. 하현희 씨를 반하게 한 색깔이다.
 쪽에서 묻어나는 쪽물. 하현희 씨를 반하게 한 색깔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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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재료의 조달이 문제였다. 체험프로그램을 언제라도 운영하려면 많은 재료가 필요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하씨가 쪽 재배에 직접 나선 계기다. 농사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남농업기술원과 무안농업기술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여기서 하는 교육이란 교육은 모두 찾아다니며 받았다. 농사기술을 하나씩 배웠다. '농업이 과학'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사업계획도 구체화시켰다. 자신감도 얻었다.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농사기술을 배우고 마케팅을 알았거든요. 염색재료가 되는 약초에 대한 지식도 얻었고요.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천연염색지도사, 전통차예절지도사 자격증도 이때 땄어요. 농업을 통한 창업프로그램도 만들고."

뿐만 아니다. 하씨는 심리상담사, 학교폭력예방상담사, 진로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이끄는 다양한 체험기회를 주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지금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런 자격증을 모두 써먹고 있다.

"작아지는 농업, 마음이 아파요"

천연염색 체험. 하현희 씨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천에 천연의 색깔을 물들이고 있다.
 천연염색 체험. 하현희 씨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천에 천연의 색깔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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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 체험. 하현희 씨가 운영하는 체험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도예를 체험하고 있다.
 도예 체험. 하현희 씨가 운영하는 체험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도예를 체험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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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씨는 지금 천연염색과 도예를 중심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명상과 다례, 농촌의 전통체험까지 더했다. 인근의 행복마을과 유기농 생태마을을 연계시킨 결과다. 종합 체험프로그램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농업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잖아요. 지역의 뿌리가 사라지고 전통문화는 잊히고, 마음이 많이 아파요. 우리의 뿌리인데요. 뿌리가 없으면 나라도 없어지는 거잖아요."

하씨의 이런 생각이 체험장 운영방침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 방침은 자연에서 창의성을 찾고, 체험에서 지혜를 얻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녀가 지역 특산물인 백련과 양파를 소재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도시 소비자들에게 농촌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다.

"농촌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소비자가 만족하는 힐링체험장을 만들고 싶어요. 교육농장, 체험농장 인증을 추진하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을 온전히 호흡하면서 자연과 함께 살고 싶고요. 기능적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염색장이 되고 싶어요.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죠."

하씨의 말에서 그녀의 앞날이 그려진다. 힐링체험장 '영산요&아트몽'의 미래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도예와 천연염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하현희씨. 그녀가 체험장의 미래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도예와 천연염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하현희씨. 그녀가 체험장의 미래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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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하현희, #아트몽, #천연염색체험, #도예체험, #영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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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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