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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협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KBS 기자협회 "청와대만 바라보는 길환영 집에 가라" KBS 기자협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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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의 숨겨졌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 KBS에 입사한 지 1년에서 3년차 사이의 기자들이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KBS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태도에 대해 "유족들이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정부의 말만 앵무새처럼 전하고 있었다"며 반성하는 글을 올리면서 KBS의 보도가 얼마나 편파적이었고 왜곡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이러한 후배 기자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에 대해 KBS의 고위 간부들은 "뒤통수를 치고 있다," "대자보 정치다," "정파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후배들의 문제제기를 매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했고,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세월호 희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많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보도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KBS는 이번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 제대로 된 취재와 확인절차 없이 오보를 남발해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나아가, 이번 사고의 본질인 정부와 해경, 그리고 국가 재난방지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교묘히 피하면서, 이번 참사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을 통해 정권 편향적인 편파, 왜곡 보도로 일관해 왔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KBS는 정권의 방송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새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차량을 타고 출근하자, 이를 저지하며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위험 무릅쓰고 차량에 올라타는 KBS 새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새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차량을 타고 출근하자, 이를 저지하며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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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KBS의 편파, 왜곡 보도가 정권의 영향을 받은 길환영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드러나면서 지금껏 KBS가 얼마나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정권홍보 매체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대통령 관련 꼭지를 늘리기 위한 고민으로 몸살을 앓았다고 실토했고, 이번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도 길환영 사장이 "해경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보도국에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이 정도면 거의 보도지침에 가깝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혀준 정권의 눈치만 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군사 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언론통제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최대 공영방송인 KBS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KBS 길환영 사장은 정권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고, 정권은 길 사장을 통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해 온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 KBS가 지금껏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길환영 사장의 보도통제 사실이 알려지면서 KBS 내부는 길 사장에 대한 분노로 폭발 직전의 상황에 처해있고,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막내기자들로 부터 보직간부에 이르기까지 KBS 전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길 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그러자,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방송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KBS 양대 노조는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길환영 사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면서, KBS 구성원들의 사퇴 주장을 "좌파노조의 방송장악 시도"라고 폄훼하고 있다.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길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방송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가치인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은 사장을 쪽 팔려서 더 이상 사장으로 인정 할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인 것이다. 따라서 길 사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 그것이 KBS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키는 방법이다.       

KBS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길

하지만 길환영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정권홍보 방송의 역할을 해 온 KBS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 해결책은 바로 그동안 수없이 주장해 왔던 KBS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의 개혁이다.

지금처럼 정부와 여당이 7명의 이사를 추천하고 야당이 4명의 이사를 추천해 구성된 이사회에서 KBS 사장을 선임하는 사장 선임 방식에서는 또 다시 제2, 제3의 길환영 사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혀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 이사회 구성을 여야가 동수의 이사를 추천해 구성하게 하든지, 아니면 시민단체, 언론단체, 정치권, 언론학자 등 약 50∼70 규모의 범국민 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KBS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 여당이 이사회 구성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내려놓기 싫다면, 현행 이사회 구성방안을 유지하되 최소한 KBS사장 선임에 있어서는 이사회 4분의 3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특정 정당에 편향적인 인사가 사장에 선임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길이고, 이를 통해서 만이 KBS가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 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BS, #길환영, #공영방송,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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