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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참사에서 온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건, 바로 실종자 중(아직 남아 있는 생사불명의 17명을 제외 해도)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이른바 구조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책임은 온통 해양경찰청(아래 해경)에 맞춰져 있으며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 담화를 통해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골든 타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해경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며, 이는 추후 사건 진상 조사 결과에서도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 되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국군 즉, 육·해·공군을 총괄 지휘 감독하는 국방부이다.

이번 참사는 명백한 민간 해양 재난 사고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토방위를 책임지는 국방부가 이 구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도의적인 당연함이 아니다. 최근 국토방위에 관한 임무는 북한의 도발뿐만 아니라 우리 영토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중대 재난에 대한 방어와 구조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법적인 당연함이기도 하다.

굳이 각종 민·관·군 합동 훈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서도 이러한 민간 차원의 재난에 대비한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해 왔다는 것은 이미 국방부가 발표했고 다 알려진 사항이다.

미국에서도 중대 재난 발생 시에 주 방위군이나 해안경비대(coastguard)가 즉시 출동하여 구조 활동을 한다.

갑자기 사라진 기사

우리 국방부도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구조를 위한 관련 군사 자산들을 출동시켰다고 발표했다. 국방부의 발표를 인용해 사건 당일인 16일, <국방일보>는 이런 보도를 했다.

제목 : 공군 구조전력 여객선 침몰 현장 투입 (종합)

(앞 부분 생략) 공군6탐색구조 비행전대는 이날 오전 9시 쯤 HH-60 구조헬기 1대와 공중구조사등을 현장에 투입한 데 이어 10시 쯤에는 보다 큰 HH-47D 구조헬기 1대를 추가로 출동시켰다. 이 헬기에는 10인승과 20인승 구명보트 다수가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구조 전력은 사고 현장 도착 즉시 공중구조사를 투입, 호이스트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또 공군5공중 기동비행단도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C-130 수송기와 CN-235 수송기 등을 현장에 급파, 대량 인명 구조가 가능한 20인승 구명보트 12대와 7인승 구명보트 34개등 구조 장비를 사고해역에 투하하면서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기사는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고 국방부에 공식 질의를 한 이후인 한국 시각 20일 자정을 전후로 삭제되었다.(삭제된 기사 인터넷 주소: 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ntt_writ_date=20140416&parent_no=5&bbs_id=BBSMSTR_000000000006)

<국방일보>는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비슷한 시각에 위 기사와 함께 속보 등 여러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기자가 국방부에 대한 취재에 들어간 이후, 약 한 달 이상 게재되어 있던 이 기사는 삭제됐다.

이러한 사실은 기사 삭제를 거의 실시간 반영하는 국내 포탈에서는 찾을 수 없다. 다만 구글 등에서는 해당 제목으로 기사 검색이 가능하며, 해당 기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클릭하면 '잘못된 주소'라면서 기사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구글에서 조회하면 해당 기사 존재는 확인되나 클릭하면 가사사 삭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취재가 시작되자 삭제된 <국방일보>의 세월호 기사 구글에서 조회하면 해당 기사 존재는 확인되나 클릭하면 가사사 삭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 구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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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등 30분 만에 100여 명 구조... 관련 사진 왜 없을까

세월호 침몰 당시 국방부의 발표에 따라 <매일경제> 등은 아래와 같은 보도를 했다. 국방부(국방 구조 자산)가 세월호 침몰 발생 당시에 많은 구조 역할을 했다는 보도다.

해군과 서해 해경소속 20여 척의 함정과 헬기 7대는 9시 40분께부터 세월호에서 승객들 구조작업을 시작했고, 약 30분 만에 100여 명을 구조했다. 오전 10시가 넘은 뒤에는 선체가 거의 수직으로 기울면서 구명조끼를 입은 일부 승객이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해군과 해경의 인력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해군과 해경, 소방청은 이후 구조 선박을 60척으로, 헬기를 31대로 늘렸다. 경남 진해에서 정박 중이던 국내 최대 수송함 독도함(1만 4000t급)이 추가로 파견됐다. (중략)

이러한 국방부와 관련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우리 국방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직후 관련 구조 장비들을 급파해 구조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직후 해경의 123정 고속정이 도착하여 구조를 시작하고 이후 어업지도선 등이 구조에 임한 이른바 '골든 타임' 시간에 이 국방 자산들이 구조에 참여한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해경에서 뒤늦게 공개한 동영상, 사진, 어업지도선의 동영상,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등에서도 군용 구조 헬기 등이 이날 침몰 직후 골든 타임에 침몰 직전의 탑승자를 구출하는 직접적인 장면의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국방일보>가 이른바 골든 타임이 거의 지나간 사고 당일 오전 11시 이후 보도한 기사에서 해군이 제공했다는 사진을 보면, 세월호가 선수 부분만 일부 남긴 채 거의 완전히 침몰한 상태에서 해군 함이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방일보 사진 설명: 침몰 여객선 세월호 승객 구조작전에 투입된 해군3함대 유도탄고속함 한문식함이 사고해역에 접근하고 있다. 원안은 여객선이침몰하고 있는 모습. 해군제공
▲ <국방일보>가 보도한 해군 고속함 도착 장면 국방일보 사진 설명: 침몰 여객선 세월호 승객 구조작전에 투입된 해군3함대 유도탄고속함 한문식함이 사고해역에 접근하고 있다. 원안은 여객선이침몰하고 있는 모습. 해군제공
ⓒ 국방일보 보도 사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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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사진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러한 의문에 관해 기자가 국방부에 "이른바 골든 타임이라고 말하는 세월호 침몰 9시 30분 전후부터 한두 시간 사이에 직접적인 구조 현장에서 공군이나 해군의 구조 헬기, 해군 특수 구조대원 등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의했다. 이에 관해 국방부 관계자는 "꼭 반드시 사고 침몰 현장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이 찍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각 맡은 자리에서 구조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고 고 답변했다.

이에 관해 기자가 다시 "침몰 이후 오후에 전개되었던 우리 군의 관련 구조 활동이 아니라 이른바 골든 타임에 공군이나 해군 헬기이든 수송기든, 세월호 침몰 지역에 도착한 시각을 알려주고 이에 따른 관련 사진을 제공해 달라"고 질의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국제전화 인터뷰와 국방부 공보실 이메일로 공식 질의해도 국방부는 아직 여기에 관해 구체적인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처음 출동해 구조에 임했던 해경 123정 고속정이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다가가면서 (16일, 오전 9시 30분 전 추정) 촬영한 동영상에서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이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상공을 비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정체불명의 비행기 동영상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거의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고 해경 헬기 한 대가 출동해 구조에 임하고 있는 거의 이른바 구조의 골든 타임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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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고속정이 촬영한 동영상에 나타난 정체불명 비행기 .
ⓒ 해경 공개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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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체불명의 비행기는 동영상에 촬영될 정도로 세월호 침몰 현장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갔으며 분석 결과, 민간 비행기라기보다는 군용(혹은 해경용)기인 쌍발 프로펠러가 달린 CN-235 수송기로 추정된다.

이에 관해 기자가 18일(한국시각) 국방부에 "세월호 침몰 당시 시각인 9시 30분을 전후하여 세월호 상공을 비행한 비행기를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 후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기자가 20일에도 같은 질의를 하였으나 다른 국방부 관계자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에 기자가 "질의한 지 이틀이 넘어가는데 우리 상공에 진입한 비행기조차도 확인할 수 없느냐"고 되묻자 이 관계자는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기자가 위의 골든 타임 구조 문제와 함께 이 정체불명의 비행기에 관한 질의를 국방부 공보실로 20일 오전, 이메일로 직접 발송했고 이후에도 답변이 없어 오후 6시간에 걸쳐 국제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들은 전부 '회의중'이라는 이유로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국방부, 세월호 완전 침몰 전에 뭘 했을까?

미국 해군은 세월호 침몰 참사 당일 본험 리차드함을 긴급 파견하고 우선적으로 탑재한 구조 헬기 두 대를 침몰 현장으로 급파한 바 있다. 이에 한국군 관계자가 당일 구조 참여를 허용하지 않아 회항하자 "한국의 대응 효율성이 우리 (군사)자산의 즉각적인 이용을 떨어뜨렸다"고 미 해군 공식 보도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에 관해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4월 17일, 공식 트위터 발표를 통해 "당시 사고 현장에는 이미 사고선박(세월호)의 선체가 대부분 침몰한 상황에서 한국 공군 C-130 항공기를 비롯한 다수의 구조 헬기가 집중 운영되고 있어 한국 해군은 원활한 구조 작전을 위해 출동한 미 헬기를 복귀시켰다"고 발표했다.

재난 사고 구조의 핵심은 이른바 얼마나 빨리 구해내느냐는 것이다.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바로 이른바 이 '골든 타임' 때 구조 실패에 따른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어쩌면 우리 국방부(해군)가 이미 세월호가 다 침몰한 상황에서 미군 구조 헬기를 돌려보낸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해경 해체까지 결론 낸 우리 정부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이른바 골든 타임 시각의 구조 실패이다.

우리 국방부는 국방에 있어 24시간 철통 같은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국민들은 안심시켜 왔다. 전쟁이 난다면 1분 1초의 대응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국방부가 더 잘 알 것이다. 테러나 사고에 의한 원전 사고는 물론 여러 국가 시설의 사고를 포함한 중대한 국가적 재난 사고에 있어서도 이점은 마찬가지이다.

굳이 즉각 대응 태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구조 헬기나 수송기가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은 우리 국방부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세계에 내놓아도 부럽지 않다는 UDT 등 해군 특수 요원과 각종 구조 인력이 우리 군에 배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완전 침몰이 아니라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골든 타임에 우리 군의 구조 자산들은 어디에 있었으며, 언제 도착해 어떤 인명 구조를 실시했는지는 반드시 밝히는 게 기본이다. 이는 같은 사고의 방지와 인명 구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취재가 시작되자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의 기사가 느닷없이 삭제되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이제 국방부가 답할 차례이다.


태그:#세월호, #골든 타임, #국방부,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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