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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채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채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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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야당 쪽 이사들이 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냈다.

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이사는 19일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이 낸 해임제청안은 21일 오후 4시에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논의된다. 하지만 7명의 여권 추천 인사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길 사장의 해임 제청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이사들은 해임 제청안에서 청와대가 길환영 사장을 통해 KBS 인사·보도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을 두고 "공영방송 KBS의 존재이유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면서 "KBS의 보도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청와대의 방송'이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길환영 사장은 KBS의 사장으로서 KBS의 독립성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하는 최고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KBS의 독립성을 스스로 침해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그로 인해 작금의 KBS는 국민들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는 처지에 이르렀다"면서"KBS를 좌초의 위기로 몰아간 길환영 사장은, 더 이상 KBS 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4명의 이사들은 20일에 낸 성명에서 여권 추천 7인 이사를 향해 "우리가 제출한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의 가결에 동참해 주기 바란다"면서 "이를 통해 작금의 KBS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단초를 마련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멀지만 가야할 길을 터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사들이 낸 성명 전문이다.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제출하며
- 여당추천 7인 이사의 동참을 간곡히 호소함 -

2014년 5월 19일 우리 4인 이사는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했다. KBS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청와대 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이 아니라 '재난 방관 방송'이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방송은 없었고 정권에 대한 배려 방송만 있었다. 국민 모두가 실종자 가족의 마음이 되어 바다 속 생명들을 놓지 않으려고 눈물로 기도하는 시간에도, KBS는 구난 현장은 외면하고 만만한 선장과 해운사만 두드리고 있었다. 국내 최대의 방송 인력과 최대의 방송장비를 투입했지만, 현장은 없었다. 진실은 없었다.

이는 KBS가 그동안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대통령 한사람만 보고 가는' 방송이었기 때문임을, 5월 9일 길환영 사장의 청와대 앞 사과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를 통해 모든 국민이 저절로 알게 되었다. KBS에 더 이상 추락할 신뢰가 남아 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가 복잡한 것 같아도 원인은 매우 단순하다. 모든 것이 길환영 사장 한 사람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휘둘러 '청와대 방송'을 진두지휘 해 온 것이다. KBS 신뢰 회복의 출발은 길환영 사장의 해임이 되어야 한다.

늦었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가장 큰 책임은 KBS이사회에 있을 수밖에 없다.  길환영을 사장으로 임명제청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법 제46조 1항에서는 이사회의 설치목적을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라고 적시하고 있다.

KBS '독립성'의 훼손이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적이었고, 세월호 참사 방송 역시 그 선상에서 비롯된 '공공성' 포기 행위였으므로, KBS이사회의 존재이유를 지켜야 할 이사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길환영 사장을 해임하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이사회의 책무수행은 단순히 우리 4인 이사의 소수의견 또는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사외적으로는, 공영방송은 KBS가 아니라 신생 케이블TV이라며, 이미 KBS 수신료 거부운동이 시작되고 있을 정도로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사내적으로는 어떠한가. KBS노동조합, 언론노조 KBS본부 등 양대 노조를 비롯해서, 기자협회, PD협회, 기술인협회, 경영인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거의 모든 직능단체들이 사장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이다. 거기다 보도본부 부장급 18명 전원, 팀장급 49명 전원이 사장 퇴진을 천명했으며, 5월 19일 TV본부 팀장급 52명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이날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이 시작되었고, 기자협회는 제작거부에 돌입한 상태다. 더구나 언론노조 KBS본부에서 실시한 사장퇴진 찬반투표에서는 97.9%의 구성원들이 사장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내 구성원들의 반응은 무엇을 말하는가. 길환영 사장이 사퇴하지 않는다 해도, 밖에서 사람을 구해오지 않는 한 사내에서는 같이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이다.

 조화롭게 조직을 이끌어 가야할 사장으로서의 직무수행 능력은 이미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길환영이 사장으로 있는 상태에서의 KBS 방송을, 국민들은 '청와대 방송' 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청자에게도 사내 구성원에게도 참으로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KBS의 11인 이사들은 지난 1년 6개월여에 걸쳐 국민들에게는 배반감과 분노를, KBS구성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자괴감을 안겨준 장본인이 되었다.

우리 4인이사는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권 추천 7인이사에게 간곡한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5월 21일 개최되는 제789차 임시이사회에서 우리가 제출한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의 가결에 동참해 주기 바란다.

이를 통해 작금의 KBS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단초를 마련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멀지만 가야할 길을 터 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KBS이사회에 주어진 기본적인 책무이면서, 동시에 지난 2012년 11월 길환영을 사장으로 임명제청한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20일
KBS이사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태그:#KBS 야당 이사의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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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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