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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산과 들에서 다양한 식물을 만났고 촬영하며 자료로 모아두기만 했다. 그런데 최근이렇게 중점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이곳 오색1리 마을회의 마을사업단에서 책임 하나를 떠맡으면서부터다.

설악산의 남쪽 부분에 해댕하는 남설악 오색의 자랑인 등선대를 오르면 기암괴석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등선대 설악산의 남쪽 부분에 해댕하는 남설악 오색의 자랑인 등선대를 오르면 기암괴석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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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 하나를 도모하더라도 충분한 자료와 체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 기본이어야 한다. 새로운 정보가 매일 쏟아지고 기술이 날로 발달하는 현대에서 그까짓 야생화나 산나물을 자료화하는 게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이냐 하는 이도 있다. 인터넷만 검색하면 언제든 쉽게 찾아질 내용들이란 주장도 함께 듣는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문제 하나를 그들은 모르고 말한다. 타인의 지식이 월등하다 하더라도 스스로 지닌 아주 작은 체험적 지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체험적 지식을 스스로 지닌 얼마간의 돈이라고 가정하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겠다. 다른 사람의 지식은 어차피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든 돈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주머니에 든 돈을 거저 내게 주지는 않는다. 그에게 돈의 가치만큼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돈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본적 자원이 된다.

자연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의 손으로 가꾸지 않은 산골짜기 작은 도랑 옆 사태지역에 이끼가 먼저 자리하고 작은 관목(진달래)가 뿌리를 내렸다.
▲ 모래이끼 자연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의 손으로 가꾸지 않은 산골짜기 작은 도랑 옆 사태지역에 이끼가 먼저 자리하고 작은 관목(진달래)가 뿌리를 내렸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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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목적 한 가지가 더 있다. 마을사업을 다른 고장이 이미 진행한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어떤 마을에서 표고재배를 많이 해 고소득을 올린다는 정보를 얻으면 당장 그곳을 견학하고 그대로 따라가려 한다. 떡으로 성공한 마을의 사례를 보고 떡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떡을 만드는 마을은 이미 오래전부터 떡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풍족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선 참고해야 한다. 제법 많은 벼농사가 가능했던 지리적 여건과 함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남은 쌀을 활용해 떡을 만들어 보다 높은 이득을 얻고자 오래전부터 노력했던 토대 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표고재배도 마찬가지다. 표고를 재배하기 위해서 필요한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된다. 표고재배를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참나무 원목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배지재배법이란 방식이 도입되었으나 상품의 가치가 참나무를 활용한 재배에서 받는 평가에 미치지 못한다.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개입을 국가로부터 받는 국립공원에 인접한 지역에서 가까운 산에서 표고를 재배할 참나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외지에서 표고목을 구입해 가져와야 하는데 원하지 않는 운송비가 경비로 시작부터 들어간다.

간단히 말하면 지리적 여건과 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부분을 검토했을 때 가장 적합하고 타당성이 높으며, 동시에 다른 고장과 차별성을 둘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해야 실패를 막을 확률이 높다.

설악산을 위시해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끼고 동쪽에 자리한 마을의 특성을 살피고, 생산과 소비가 원활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고려했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해 진행할 사업의 해답은 쉬워진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코스가 이곳 오색리다. 그리고 오색령(한계령)과 등선대라는 절경을 간직한 마을이며 주전골을 비롯해 많은 자연적 자원을 지닌 덕에 연중 탐방객이 들고 난다. 그들을 대상으로 추억과 건강을 상품으로 제공하면 어떤 사업을 하거나 성공할 확률이 높다. 단, 추억은 물론이고 건강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줄 아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사는 땅 한반도를 일러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했다. 이 계절엔 절로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더구나 천하절경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설악산에서 금수강산을 말하지 않으면 어디서 이 말을 하겠는가.

더러 사람들은 금수강산의 의미로 금강산이 차용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안다. 그러나 금수강산과 금강산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다. 이번엔 이런 금강산과 같은 의미를 지닌 들꽃 하나를 소개한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매우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금강산(金剛山)의 금강은 '쇠처럼 굳세다'는 의미다. 금강초롱, 금강봄맞이, 금강제비꽃 모두 그런 의미로 '금강(金剛)'이라는 이름을 앞에 더 붙이고 있다. 그중에서 지금부터 6월까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금강애기나리에 대해 소개한다.

등선대는 물론이고 설악산 자락 어느 곳이나 해발 700m만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금강애기나리.
▲ 금강애기나리 등선대는 물론이고 설악산 자락 어느 곳이나 해발 700m만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금강애기나리.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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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애기나리는 높이 25∼50cm의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써 깊은 산에서 자란다. 다른 이름으로는 보주초(寶珠草), 진부애기나리라고 한다. 보주초(寶珠草)라는 다른 이름은 한방 생약명으로 건위와 소화 작용이 있고, 몸이 허약해서 일어나는 해수․천식에 사용한다. '진부애기나리'는 오대산이 있는 강원도 진부에서 처음 채집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금강애기나리는 낮은 지대에서는 자생지를 찾기 어렵다. 최소 해발 700m 이상은 되어야 적응력을 지닌 들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특별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거나 희귀종으로 보호를 받는 식물은 아니다.

생김새가 애기나리와 닮았으나 전체적으로 줄기에 금강애기나리는 잔털이 많으며 꽃의 반점이 다르다. 또 어떤 이들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죽대아재비'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죽대아재비와는 줄기나 잎은 닮았어도 꽃이 피는 위치가 전혀 다르다. 죽대아재비는 꽃이 특이하게 잎의 뒷면에 줄기를 달아 피고, 애기나리와 금강애기나리는 가지 끝에 달리는 점이 다르다.

꽉 움켜쥐어도 절대로 으스러지지 않을 것 같은 굳센 힘이 느껴지는 금강애기나리꽃.
▲ 금강애기나리 꽉 움켜쥐어도 절대로 으스러지지 않을 것 같은 굳센 힘이 느껴지는 금강애기나리꽃.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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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애기나리의 잎은 길이 5∼6cm 정도 되며 대체로 긴 타원 모양이다. 줄기에서 갈라져 옆으로 처진 가지에 어긋나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5∼6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피는데 노란빛이 도는 연한 녹색 바탕에 붉은 자주색 반점이 특징이다. 꽃 모양은 우산처럼 생겼으며 1∼3개씩 달린다. 꽃잎조각은 6개이고 끝이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장과형이고 둥글며 검은 색으로 익는다.

금강애기나리와 닮았으나 꽃이 보다 여리다.
▲ 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와 닮았으나 꽃이 보다 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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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의 잎조차 굳세게 보이고 꽃도 힘차게 뒤로 활짝 펼쳐든 금강애기나리.
▲ 금강애기나리 짙은 초록의 잎조차 굳세게 보이고 꽃도 힘차게 뒤로 활짝 펼쳐든 금강애기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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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리는 연약하게 보인다면 금강애기나리는 이름 그대로 절대로 으스러지지 않을 것 같이 굳세게 보인다. 마치 척박한 환경에서 끈질기게 삶을 영위하며 헌신하는 민초들의 모습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 동시 기재됩니다.



태그:#오색1리, #설악산, #등선대, #금강애기나리, #마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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