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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피폭 피해를 그린 만화 '맛의 달인' 논란을 보도하는 일본 NHK뉴스
 후쿠시마 원전 피폭 피해를 그린 만화 '맛의 달인' 논란을 보도하는 일본 NHK뉴스
ⓒ NHK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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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피폭 피해를 그린 만화가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었다.

논란은 일본의 인기 연재만화 <맛의 달인>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인근 마을을 방문한 주인공 일행이 코피를 흐르는 모습을 담으면서 시작됐다.

일본 주간지 <빅코믹스피리츠>의 지난 4월 28일 치 <맛의 달인>에서는 신문사 기자인 주인공이 후쿠시마 원전을 취재하고 돌아온 뒤 피로를 호소하며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그렸다.

그러자 또 다른 등장인물인 후쿠시마 원전 인근 후타바마치에서 사는 이도가와 가쓰다카 전 촌장이 "나도 코피가 난다"라면서 "후쿠시마에서는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은데 단지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만화가 공개되자 각 언론사에는 '후쿠시마 원전에 가면 코피를 흘리는 증상이 정말 나타나느냐'고 묻는 독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사태가 커지자 일본 정부까지 나섰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잘못된 정보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작가의 사과와 해당 만화의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그린 만화가 가리야 테츠는 "실제로 후쿠시마를 2년간 취재한 뒤 계속 코피가 났다"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맛의 달인>은 지난 12일 치 최신호 연재에서 이도가와 전 촌장이 "후쿠시마에서 피로와 코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피폭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어 만화에는 "오사카 지진 잔해 소각장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80%가 코피나 눈·목·피부의 통증을 호소했다"라는 내용도 담았다. 오사카는 대지진이 발생한 이와테현의 지진 잔해 1만5300톤을 받아 소각 처리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은 이날 공식 누리집을 통해 "특정 개인의 견해가 마치 후쿠시마현의 전체 현상인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라면서 "풍문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피해를 조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정례회견에서 "방사능 노출과 코피는 인과 관계가 없다"라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 중요하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인과관계 없어" vs. "직접 경험한 코피... 진실만 그린다"

후쿠시마 피폭 피해로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는 <맛의 달인>
 후쿠시마 피폭 피해로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는 <맛의 달인>
ⓒ 빅코믹스피리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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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리야 작가는 자신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후쿠시마에서 직접 취재를 해서 얻어낸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왜 비판받는지 모르겠다"라며 "나는 진실만을 그리고 있다"라고 맞섰다.

또한 "진실 앞에서 눈을 감고 누군가에게만 좋은 거짓을 그리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지금의 일본 사회는 불편한 진실을 싫어하고, 마음 편한 거짓을 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1983년 연재가 시작된 <맛의 달인>은 현재까지 단행본으로 110권이 출간돼 누적 발행 부수가 1억2000만 부에 달한다. 이 만화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음식을 넘어 환경·사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가리야 작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좌익인사로 일왕제와 일본의 과거 만행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맛의 달인>에서 한국 음식을 다루며 "역대 일본 총리들이 개인적으로 과거사를 사과했을 뿐 국가가 사과한 적은 없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빅코믹스피리츠>의 출판사 쇼가쿠칸은 "오는 19일 발매될 잡지에서 작가와 전문가들의 견해와 비판을 정리한 특집 기사를 게재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태그:#후쿠시마 원전, #피폭, #맛의 달인, #동일본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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