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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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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이 보도에 정치적으로 간섭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 이후, 그동안 논란이 됐던 'KBS 보도의 독립성·공정성 훼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9일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 논란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임의사를 표명하며 "(길 사장이) 권력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폭탄선언'을 내놨다.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서도 "정치적 간섭이 있었다"며 길 사장을 정면 조준했다.

김 전 국장은 이날 JTBC와 한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며 '정치적 간섭'의 일례를 언급했다. 이어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중 보도지침, 기사 삭제 지시... 계속된 보도 '독립성' 논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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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윤창중 성희롱 사건 당시, KBS가 해당 사건을 축소 보도해 파장을 줄이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는 지난해 5월 15일 낸 뉴스 모니터 보고서에서 전날 <뉴스9>가 윤창중 사건을 4번째 꼭지 하나로만 보도한 것을 언급하며 "KBS 뉴스가 윤창중 관련 보도를 급격하게 축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는 윤창중 사건 소식을 톱뉴스부터 시작해 5꼭지에 걸쳐 다뤘지만, KBS는 해당 내용을 톱뉴스에 배치하지 않았을 뿐더러 주요하게 보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새노조는 "(KBS가 윤창중 사건과 관련해) 맥락을 무시한 단편적 사실 전달에 이어 이제는 보도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윤창중 사건을 덮기 위한 '물타기'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윤창중 성추행 '보도지침' 논란도 축소 보도 의혹의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10일 KBS 편집실에는 '윤 전 대변인 영상 사용시 청와대에서 브리핑하는 장면을 쓰지 말고, 뒷배경화면에 태극기가 나오는 그림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지사항이 붙었다.

이날 KBS <뉴스9>에는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 브리핑룸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KBS 안팎에서는 성추행 사건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관련 기사: "'KBS 윤창중 보도지침' 허위로 볼 수 없다").

KBS 사장 비서실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단독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일을 두고 파문이 일어난 적도 있다. 지난해 8월 KBS 기자협회는 안전관리실 직원이 '사장 비서실의 지시를 받았다'며 인터넷에서 국정원 사건 단독 보도 기사를 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KBS 홍보실은 "사장의 지시가 아닌 비서 개인의 오판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사내에서는 "뉴스 콘텐츠에 개입하는 일을 과연 비서 개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나"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관련 기사: "길환영 KBS 사장, 국정원 특종보도 삭제지시").

KBS 기자협회 "사장, 보도 간섭 내용 밝히고 즉각 물러나라"

김시곤 KBS보도국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보도국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시곤 KBS보도국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보도국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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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대선 편파보도 논란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보도 불방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축소보도 등 길환영 체제의 KBS에서 보도·제작·편성을 둘러싼 독립성 훼손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불거져온 독립성 훼손 논란에 전 보도국장의 '폭로'까지 더해지면서, KBS 안팎에서는 길 사장 사퇴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9일 성명을 통해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스스로가 행한 보도 간섭 내용과 청와대 압력 정황을 밝히고 그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범죄의 정황과 의혹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던 상황에서 결정적 증언이 폭로됐다"며 길 사장과 보도본부장 사퇴를 요구했다.


태그:#KBS, #김시곤, #길환영,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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