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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충격-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
▲ 책표지 〈날씨충격-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
ⓒ 코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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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바나나 열매가 매달린 걸 봤습니다. 목포시 북교동에 있는 어느 집 대문 사이로 비친 열매였죠. 그 모습을 보면서 문뜩 떠오른 것이 있었죠. 앞으로 몇 년 뒤면 목포 땅에도 망고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후가 벌써부터 아열대로 변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5월 어버이날인데 벌써 초여름 날씨를 웃도는 것 같죠. 오늘도 아침은 제법 쌀쌀한 편인데 한낮으로 접어들기도 전인 오전 10시부터 후텁지근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생기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집은 물론이고, 패션이나 건축, 보험과 여행 같은 각종 산업들도 그 흐름이 바뀌지 않을까요? 예전 4계절에 맞춰 변화를 주도하던 데서 이제는 요동치는 날씨에 대처해야 할 테니 말이죠.

온케이웨더 취재팀에서 펴낸 <날씨충격-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는 그런 뜻에서 제 때에 나온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 무엇 때문에 날씨가 극한으로 요동치고 있는지, 앞으로는 우리나라 산업들은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지, 국가위기종합상황실에서는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지, 그 물음에 답한 답을 주기 때문이죠.

"기상청에 따르면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영하 3도에서 18도에 해당하는 지역을 말한다. 연강수량이 2000밀리미터 이상인 곳도 포함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본문 29쪽)

지금은 우리나라의 일부지역이 아열대 기후라지만 몇 년 후엔 전반적으로 그런 날씨로 뒤덮일 게 뻔하겠죠. 지금도 경북 지역의 사과 과수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신에 전북 장수의 고지대 등의 사과 산지는 점점 뜨고 있다고 하죠. 심지어 강원도 양구나 화천과 철원 등지에서도 사과밭이 생겨날 정도라고 합니다.

이상 기후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비단 사과재배뿐이겠습니까? 장마가 길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 각종 제습기들이 불티나게 팔리겠죠. 또한 날씨가 덥거나 비가 오면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들은 울상이요, 대신 쇼핑몰 유통업계들은 호황을 누린다고 하죠. 대형마트의 쇼핑 피크 타임도 기존의 오후 4~6시 대에서 오후 8~10시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산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바입니다.

이상기후에 의한 재난은 어찌해야 하나

바다 생태계는 어떨까요? 이 책에 따르면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잡힌 명태는 146만 톤이었는데, 1990년대에 들어서는 한 해 평균 어획량이 1만 톤 아래로 떨어졌고, 2007년 이후로는 한 해 잡히는 명태가 1톤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명태 새끼인 노가리의 남획이 끊이지 않는 데다가 주요 서식지인 원산만의 해수 온도가 올라간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와는 다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 고등어와 멸치, 오징어 세 종류의 어획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 연근해 어획량의 52%에 이르고 있다는 게 그것이죠.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주변 바다가 점차 난류성 어종으로 뒤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어민들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이상 기후변화로 인한 그 대비책에 있지 않을까요? 이 책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2월에 한파가 닥쳐왔고, 4월에는 30년 이래 최다 강설이, 5월에는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43%에 불과한 가뭄이, 7월엔 1994년 이후 두 번째 높은 폭염이, 8월엔 평년 대비 87%나 많은 집중호우가, 그리고 9월엔 사상 처음 한 달 내 3개나 되는 태풍이 몰아닥쳤다고 하죠.

이런 경우 정말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은 '국가위기종합상황실', 다시 말해 '컨트롤 타워'죠.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컨트롤 타워에 혼선이 있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 기후로 인해 극심한 가뭄이나 폭염, 집중호우와 태풍이 계속적으로 몰아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재난 인적 재난은 소방방재청에서, 사회적 재난은 안전행전부에서 담당한다. 이 때문에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과 행정안전부 국가위기종합상황실에서 같은 재난에 보고서가 따로 만들어져 전파되고 있다."(본문 249쪽)

자연 재난의 인적 재난 같은 경우엔 소방방재청에서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이 곧장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데 있겠습니다. 이 책은 2001년부터 10년 새 집중호우가 34일로 늘어났다는데, 그 빈도나 강도도 지난 30년 사이에 3배 가량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이상 기후로 인한 위기상황이 한꺼번에 몰아칠 경우, 우리나라 국가위기종합상황실은 과연 안전한 대비책을 세워 놓고 있는 걸까요?

덧붙이는 글 | <날씨충격-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온케이웨더 취재팀 / 코난북스 / 2014-04-23 / 1만4000원)



날씨충격 -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

온케이웨더 취재팀 지음, 코난북스(2014)


태그:#온케이웨더 취재팀, #날씨충격, #이상 기후, #행정안전부 국가위기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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