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평(송승헌)은 부하의 아내(임지연)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김진평(송승헌)은 부하의 아내(임지연)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 CJ엔터테인먼트


<음란선생><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 그의 주특기인 시대극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엔 조선시대가 아닌 1960년대를 배경으로.

김진평(송승헌 분)은 촉망받는 전쟁영웅이자 인품을 갖춘 지휘관으로서, 좀 유별나긴 하지만 가정적인 아내 숙진(조여정 분)과 든든한 장인(정원중 분)을 둔 부대장이다. 전쟁터의 트라우마로 불면과 섬망증을 겪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새로 부임한 경 대위(온주완 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 분)을 만나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송승헌과 임지연은 나름 열연했으나 영화 속에선 이렇다할 매력을 뿜어내지 못한다.

송승헌과 임지연은 나름 열연했으나 영화 속에선 이렇다할 매력을 뿜어내지 못한다. ⓒ CJ엔터테인먼트


독특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여자 가흔을 연기한 임지연은 이번 작품이 첫 영화 출연작인 신인이다. 묘하게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 남자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이다. 청초한 듯하면서도 육감적이고, 이성적인 듯하지만 돌발적인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 캐릭터로 인해 군인의 삶을 살던 진평이 그녀에게 중독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차피 사랑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것이니깐.

 가흔(임지연)은 백치미와 신비한 매력으로 진평을 유혹한다.

가흔(임지연)은 백치미와 신비한 매력으로 진평을 유혹한다. ⓒ CJ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인물 간의 관계나 개연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진평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이유가 관객으로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가진 매력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임지연이라는 신인 배우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연기력의 측면에서 봤을 땐, 발성이나 발음의 문제와 표현력의 부재로 인해 극 중 상황에 몰입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이 넘는 런닝 타임 동안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순전히 그녀 때문이리라.

 송승헌은 여전히 잘생긴 외모와 비율 좋은 몸으로 여성관객의 팬심을 자극하겠지만 이번에도 기대만큼의 영화적 성과는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헌은 여전히 잘생긴 외모와 비율 좋은 몸으로 여성관객의 팬심을 자극하겠지만 이번에도 기대만큼의 영화적 성과는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CJ엔터테인먼트


송승헌은 그간 <무적자>, <숙명> 등, 영화에서는 본연의 매력을 잘 선보이지 못한 감이 있다.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에 비해 연기력의 부재와 시나리오의 부실함이 그런 결과를 낳았으리라. 그런 면에서 그가 이번 작품의 출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사>, <스캔들>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음란선생>, <방자전> 등의 시대극 감독으로서 김대우가 보여줬던 드라마투르기 능력과 시대 고증에 근거하여 독특한 미장센을 구축하였던 장기를 이번 영화에서는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그래서 더더욱 아쉽고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조여정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팜므파탈 역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연기변신을 꾀했다.

조여정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팜므파탈 역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연기변신을 꾀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유해진, 배성우 등의 조연도 겉도는 느낌이고, 극 중 어떤 기능을 하지 못하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헌병대장 역의 엄태구나 작은 역이지만 오랜만에 큰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이는 김혜나 역시 마찬가지다. 조여정은 전작 <방자전>에서 보여줬던 섹시한 팜므파탈의 자리를 신인 임지연에게 내어주고 극의 무게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 역을 맡아 열연했으나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부족해 혼자 붕 뜨는 듯한 느낌만 준다. 전혜진만이 부관 부인 역을 맡아 영화의 감초 같은 캐릭터를 선보인다.

 온주완은 영화의 톤을 깰 정도로 과잉된 연기를 선보인다.

온주완은 영화의 톤을 깰 정도로 과잉된 연기를 선보인다. ⓒ CJ엔터테인먼트


김대우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시대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해석과 탄탄한 플롯, 한국 영화 미술의 한 획을 그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는 화려한 미장센이 이번 영화에서는 볼 수 없어 아쉽다. 전반적인 구도나 편집의 아쉬움도 보인다. 많은 관객들이 정사씬에 대한 노출 수위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영화 제작진도 그 부분을 어필할 테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정사신이나 노출은 없다. 영화는 5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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