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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명의 꼬마 천사 천사들이 우리 일행을 환영했다.
 30여 명의 꼬마 천사 천사들이 우리 일행을 환영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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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웰~컴! 웰~컴!"

우리 일행을 합창으로 반기는 아이들은 어린 참새를 닮았다. 까만 피부에 커다란 눈을 반짝이는 꼬맹이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했다. 한결같이 남루한 옷차림의 아이들.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30여 명의 꼬마 천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서서 우리 일행을 향해 '웰컴'을 외쳤다.

'훌레타' 마을은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부터 50여km떨어진 농촌마을이다. 우리가 찾은 라이트하우스 스쿨은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이 95명인 작은 학교다. 전체 학생 중 유치원생이 50명, 초등학교 1학년생이 45명이란다. "나머지 학년은 없느냐?"는 질문에 학교를 건립한 지 이제 갓 2년을 넘었기 때문이란 것이 우리 일행을 안내한 하옥선씨의 말이었다.

교육의 중요성,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엘리자베드 아베베 교장선생님.
 엘리자베드 아베베 교장선생님.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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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에 찌든 시내만 다니느라 고생 하셨는데, 시골 마을 한 번 같이 가시죠."

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 장학금 사업추진이 마무리 될 즈음 하씨는 어느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는 날인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도심지가 아닌 에티오피아 시골생활이 궁금하던 차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곳 교장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건 아마 10년 정도 되었을 거예요."

하씨가 말한 교장선생님이란 '앨리자베드 아베베(Elizabeth Abebe)'씨를 일컫는 말이다. 그녀는 하씨 또래의 50대 중년 여성이다. 만나자마자 먼저 악수를 청한 그녀는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The Good Samaritan Training Center?"라는 내 중얼거림에 명함 뒤편을 읽어 보란다.

'비정부조직으로 여성들을 위한 직업훈련과 지역아동들의 무료 기초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이런 과정은 젊은 여성들의 자립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조그만 명함 뒷면에 자신의 활동에 대한 소개가 빼곡하게 쓰여져 있다. 그녀는 이곳 시골초등학교 교장직함 외에 다른 NGO단체 활동도 한단다. 이 학교는 그녀가 틈틈이 주워온 문짝과 나무토막, 합판, 슬레이트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교실 벽은 인근에서 주워온 쇠똥을 붙였다. 이 나라에선 쇠똥이 요긴하게 쓰인다. 땔감 또는 건축용으로도 제격이다. 쇠똥은 날씨가 습할 땐 습기를 막아주고, 모기, 벼룩 등의 해충발생 억제 효과도 있기 때문이란다.

이 학교에 애착이 유독 강해서일까.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주택도 학교 옆에 지었다.

배움의 터 찾는 아이들, 가능성 보았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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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펫 위에 놓인 만든 조그만 책상과 의자가 앙증맞다. 그곳에 나란히 앉아 빵을 먹고 있는 아이들.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각인데, 이 아이들은 빵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모양이다. 한 외국인이 들어서면 의아한 시선이라도 보낼 만도 한데, 허겁지겁 먹기에 정신이 팔렸다.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얘들아! 미안한데, 아저씨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니?"

어차피 영어도 못 알아들을 나이의 아이들. 평소에 쓰던 한국어로 말하며 카메라를 가리켰더니, 일제히 카메라를 쳐다본다. 비록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한 표정과 영롱한 눈망울이 기억에 남았었나보다. 귀국 후 페이스북에 '난 천사를 보았다'라는 표현을 썼으니 말이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기다랗게 지은 건물. 가운데 세 평 남짓한 공간은 교무실인 듯 보였다. 역시 땅바닥에 책상과 의자만 딸랑 세 개씩 놓았다. 교장과 선생님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듯했다.

초등학교 화장실. 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초등학교 화장실. 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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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끝자락엔 화장실이 있다. 문은 없다. 그냥 밖의 인기척에 큰 기침으로 안에 누가 있음을 알려주는 구조다. 남자용 변기는 보이지 않았다. 남녀 겸용인 거다. 커다란 드럼통을 묻고 그 위에 나무와 풀을 덮은 다음 진흙을 바른 후 가운데에 조그만 구멍을 냈다.

"아이들은 빵을 다 먹으면 집으로 돌아가 물을 길어야 합니다."

그랬구나. 이 아이들이 이미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갔을 시간인데, 하옥선 선생님의 빵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빵을 다 먹은 후)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물을 길어야 한단다. 저녁이면 대여섯 살박이 꼬맹이들이 물통을 들고 서있는 줄이 무려 백여 미터에 이른다고 했다. 그곳엔 물이 흔치 않다. 마을 한 귀퉁이에 나오는 샘물이 수십여 가구가 사용하는 식수와 생활용수인 셈이다.

에티오피아 공동우물, 식수 또는 생활용수로 쓰인다
 에티오피아 공동우물, 식수 또는 생활용수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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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하수 개발을 위한 기술이나 기계가 없었던 거다. 주변에 울창하게 자란 나무와 풀을 보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달에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이면 이 아이들에게 매일 빵을 먹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NGO단체에서 빵을 보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것마저 끊겨 정기적으로 이 아이들을 찾는 사람은 하옥선씨가 유일하단다. "이 아이들이 이 다음에 성인이 되었을 때 나를 기억하지 말고 한국이란 나라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라는 하씨의 말이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도서실 전경. 평일 한낮인데 발디딜 틈이 없다.
 도서실 전경. 평일 한낮인데 발디딜 틈이 없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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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your dream."

라이트하우스 스쿨에서 3km 떨어진 읍내. 딱 우리네 면소재지 규모다. 의미 있는 도서관을 소개해 준다는 하씨의 말에 예정에도 없이 들른 곳이다.

"평일인데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아요?"

책상을 원탁 또는 공간에 맞게 한 줄로 배열한 구조. 벽면에 책꽂이를 붙여 책들을 진열해 놓았다. '상상도서관'이라 이름 붙여진 그곳은 한국의 '한 끼의 식사기금'과 '코이카'에서 건축한 도서관이란다.

20여 평의 공간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아이들.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책을 읽는 아이들도 눈에 뜨였다. 자신이 읽은 도서에 대한 토론의 장소로도 활용된다는 그곳은 딱히 놀이공간이 없는 이 마을 아이들에겐 최고의 놀이터이고 배움터란다.

해외탐방, 에티오피아를 권한다

훌레타 상상도서관, 한국전 파병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 담당자 최인한 주무관(좌측)
 훌레타 상상도서관, 한국전 파병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 담당자 최인한 주무관(좌측)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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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후손 조사에 같이 갈 직원 신청 받습니다."

2009년부터 화천군에서 해온 사업이다. 한국전 당시 우리나라를 도와준 국가에 대한 보은의 의미로 시작했다(관련기사). 10여 일 동안 100여 가구에 대한 일제조사. 직원들 도움이 필요했다. 떠나기 20여일 전, 5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 지원을 한 직원은 단 한 명. 화천군청 자전거 정책담당 윤선희씨가 유일했다(관련기사).    

공무원들이나 기업체 임직원들. 선진지 견학이란 명목으로 해외출장이 잦다. 유럽, 미국, 일본 등 대다수가 선진국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견학을 기획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 번쯤 에티오피아 견학을 권한다. 한국전쟁 당시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높았던(한국 30불, 에티오피아 178불)국가다. 언제든 우리도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에티오피아, #라이트하우스 스쿨, #훌레타,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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