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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 후임으로 검찰 '공안통' 출신 김수민 변호사를 발탁했다. 서 전 차장이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남재준 국정원장 대신 '대리 사퇴' 한 지 23일만이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간첩 증거조작이라는 초유의 사법 시스템 유린 사건으로 개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검찰 공안통을 중용한 것은 사실상 국정원의 개혁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15일 국무회의에서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건을 사과하고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하지만 남재준 원장에 대한 재신임 뜻을 분명히 했고 구체적인 국정원 개혁 방향을 놓고도 또 다시 '셀프 개혁'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어떤 개혁안을 마련할 지 주목됐다.

대공수사권 폐지 요구 거셌지만... 반대로 간 박 대통령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4월 1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4월 15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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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국정원장 해임과 특검을 요구하면서 국정원 개혁의 핵심으로 대공수사권 폐지를 꼽았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수사지휘 권한을 가진 검찰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국정원의 수사권 남용과 오용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국정원이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을 함께 행사하면서 발생한 고질적인 병폐라는 지적이 힘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수사권을 들어내 검찰이나 경찰로 이관해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내 정보수집 및 분석과 대공 수사, 대테러, 방첩 등의 업무를 지휘하는 자리에 또 다시 법조인 출신, 그것도 검찰 공안통 출신을 선택한 것의 의미는 분명해 보인다. 공안 수사 전문성을 높이 산 이번 인사로 대공수사권 폐지에 선을 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한 후 서울 중앙지검 1차장, 2차장, 서울서부지검장, 부산지검장, 인천지검장 등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지검 공안1부 근무 당시 김수민 내정자는 학원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활동한 주사파 일당을 적발한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수사했다. 또 지난 2003년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사건'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공안 수사에 정통한 김 내정자가 대공수사권 폐지라는 대수술에 동의하고 철저한 내부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국정원의 공안 수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국정원 개혁의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또 성대 출신..."국정원 개혁 거꾸로 가고있다"

 김수민 국정원 제2차장 내정자.
 김수민 국정원 제2차장 내정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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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 내정자의 출신 학교를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경기고, 성균관대 법대 출신으로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4년 선배다. 또 김진태 검찰총장보다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두 기수나 높다.

이번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혔던 국정원과 검찰 공안부의 유착, 국정원이 확보한 증거에 대한 검증 실패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당에서는 "국정원 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간첩증거 조작사건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기소되고, 사건을 담당한 공안검사들이 징계를 받는 마당에 또 다시 공안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한 이번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사건의 중대함을 인식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수민#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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