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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팽목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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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인 지난 5일 진도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7시 마산에서 출발하여  낮12시쯤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습니다. 팽목항은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어린이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가족들도 여럿 보였습니다. 팽목항으로 들어가시는 분들의 표정은 어두웠으며, 나오시는 분들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도착하니 숨이 멎었습니다. 둘러보니 애통했습니다. 돌아올 땐 분노만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팽목항에는 적막이 감돌았습니다.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언론사 기자들과 자원봉사자들과 경찰들이었습니다. 가족분들은 따로 위치한 천막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는 정말 아무말도,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팽목항에서 차로 10분 정도 육지쪽으로 들어오니 진도실내체육관이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 비통했습니다. 너무 죄송했습니다.

정부의 대응을 힐책하고 아이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글귀가 가득했습니다.
▲ 항구에 있던 이동용 TV차량 정부의 대응을 힐책하고 아이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글귀가 가득했습니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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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실내체육관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숙연히 참배를 하고 마산으로 오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갈 때의 마음 아픔과 안타까움이 마산으로 돌아오는 길에선 분노로 변했습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 왜 초기에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왜 도착했던 해경들은 선내 진입을 안했는지 충분히 아이들을 구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수색이 늦게 시작되었는지. 왜 배가 물위에 떠 있었을때 구조를 안 했는지, 왜 어른들이 그렇게 밖에 못했는지.

처음엔 아이들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들은 안산에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하지만 막상 팽목항에 와보니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아무런 구조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제발 우리 아이들을 구해달라며 사정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종자 명단에 있던 아이 중에 단 한 명의 아이도 살아 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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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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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다 돌아올 때 까지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리..
 너희들이 다 돌아올 때 까지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리..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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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개인적으로 추모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추모만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아이들은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이 사건을 구경했던 우리도 세상에 있습니다.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대한민국의 정부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번 일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위기관리능력의 부실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국민들에게 신뢰라는 두 글자를 완전히 잃게 만들었습니다. 초기대응부터 진행과정까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마무리를 어떻게 할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똑같이 살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지만, 우리들은 아이들이 없는 현실 속에 있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세월호, #팽목항, #유가족,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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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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