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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이동우 편의 한 장면

5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이동우 편의 한 장면 ⓒ SBS


5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의 주인공은 1990년대 틴틴파이브로 이름을 날렸던 개그맨 이동우였다. 결혼한 지 불과 100일 만에 망막색소변성증이란 진단을 받고 급격하게 시력을 잃었다는 이동우는 그가 지나왔던 과정을, 때로는 차오르는 눈물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전했다.

뜻하지 않은 고통을 맞닥뜨린 사람들이 그렇듯 이동우도 결혼 뒤 행복은 잠시,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난치병 진단을 받게 되면서 혼란에 빠져들었다 한다. 그 병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병은 급격하게 진행되었으며, 엎친데 엎친 격으로 임신을 한 아내가 뇌종양 판정까지 받으면서 신혼부부의 행복이 불행의 나날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올 불행이 너무 두려워 스스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 했던 이동우는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병을 거부하고 혼돈에 빠진 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을 넘긴 이제는 철인 삼각 경기에 출전하고, 재즈 가수로 이름을 날리며, 연극까지 출연하는 등 이전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힐링캠프> 속 이동우의 이야기는 지금의 밝은 그가 되기까지 그도 고통을 받아들여야 했던 누구나처럼 힘든 시간을 겪어 왔음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더구나 결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일이 벌어졌던 탓에 이혼을 당연한 수순이라 여겼던,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아이가 태어났지만 아이의 아빠로서 무능력했던 자신을 자책하던 시간들을 밝은 소리 중간 중간 말문을 잇지 못하면서도 털어놓던 그의 모습은 그간의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고통 딛고 삶의 가치 찾은 이동우가 전한 '진짜 힐링'

 5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이동우 편의 한 장면

5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 이동우 편의 한 장면 ⓒ SBS


간사하게도 사람은 누군가의 아픔을 전해 들으면 그의 고통이 마음 깊이 전해져 함께 아프면서도, '아, 나만 아픈 것이 아니구나'라며 동시에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위로는 그런 '얍삽한' 안도를 넘어서 그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그것을 의연하게 넘기며 오히려 그 전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때 온다. 고통과 의연하게 맞서는 사람을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고통도 그와 같이 맞서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런 희망을 <힐링캠프>의 이동우는 잘 전달해 주었다. 오로지 '연예인 이동우'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상 속에서만 살던 젊은이가 뜻하지 않게 시력을 잃고, 그러면서 아빠가 되고, 다시 생활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린 딸에게 눈먼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도했던 트라이애슬론 최종 도착 지점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올 수 있었던 동인이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곁을 지켜준 많은 사람들 덕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동우의 이야기는 그저 인간 승리의 장애인을 넘어선 삶의 승화를 얻어낸 모습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이는 고통이 그저 고통이 아니라, 때론 삶의 더 큰 가치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시각 장애인으로서의 당당함도 위로가 된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다니기 위해 하얀 지팡이에 벨을 달게 되었다는 자칭 '에디슨'이라는 그의 말 이면에는, 세상 사람들의 편협한 불편함 때문에 점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장애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느끼게 해 준다. '장애가 죄인가'라는 그의 항변은, 우리가 무심결에 젖어든 우리의 편견을 일깨워준다. 더 나아가 그의 말은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도 이 사회 속에서 늘 부족하다 하여 웅크리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독려해 주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정말 힘든 것은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유한한 것이며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임에도 쉽게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신의 딸을 5분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소망을 잃지 않는 이동우지만, 자신이 가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더 나은 삶을 성취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에게 위로를 전했다. 오랜만에 <힐링캠프>가 모처럼 프로그램 본연의 '힐링'에 충실한 시간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힐링캠프 이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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