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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주년 세계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30일 밤,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노조 신성여객지회 해고자 진아무개 조합원이 자결을 시도했다.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2일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이에 전북지역버스지부는 1일부터 신성여객 사옥에서 사측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 조합원이 자결을 결심한 이유가 사측의 회유 등 탄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증언이 동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하고 복직하라는 제안에 괴로워했다"

 

진 조합원이 자결을 시도하기 3일 전이었던 지난달 27일경 식사를 함께했다는 동료 기사 A씨는 "사측 관리자가 250만 원을 맞춰줄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다고 진 조합원이 말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진 조합원은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도 형님들과 싸우면 안 되잖아요"라면서 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씨는 "해고당한 것도 억울한데 자신을 해고한 회사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버스 기사들도) 자존감이 있다, 이런 마음고생을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 관리자들은 수차례 진 조합원을 불러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처음에는 복직을 제안했고, 다음에는 회사 관리자로 들어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그 조건은 민주노총 탈퇴와 통상임금 소송 취소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송기완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은 "우선 복직이 우선이다. 민주노총 탈퇴를 해도 좋다. 마음만은 함께하자"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의 제안은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동료들은 "회사가 진 조합원을 상대로 핑퐁게임을 했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면 한 회사 관리자가 이 제안을 하고 다른 회사 관리자가 이 제안을 뒤집는 식이었다. 진 조합원은 이런 회사의 복직과 관련한 갈지자 행보에 대해 동료기사 B씨에게 "한두 달 동안 회사관리자들의 장난에 놀아난 것 같아 억울하다"면서 "이제 해고 문제를 대법까지라도 가지고 갈 생각이다"고 털어놨다.

 

진 조합원은 핸드폰 메모장에 남긴 유서에서도 동료들에게 "사측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라"면서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를 행사하라"고 적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사측 한 관계자는 "스카우트라고 할 수 있는데, 어디서 그런 말이 나온 건지 모르겠다"며 부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4월 초 즈음 진아무개씨를 버스기사로 채용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중간에 의견이 안 맞아 보류 상태였다"고 말했다.

 

"징계 사유 발생한 지 한참 지난 것으로 해고 시도, 명백한 탄압"

 


한편, 진아무개 조합원의 해고에 대해 광주지방법원은 1일 오전 "진 조합원의 해고는 부당해고다"라면서 진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10시간만 참았다면 좋은 소식을 동료들과 함께 나눴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변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징계사유를 가지고 징계하는 것은 사유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징계위를 거쳐 처분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2013년 5월 판결이 타당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작년 5월 판결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지만, 사측이 재심을 청구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진 조합원은 지난 2012년 2월경 2차 버스파업 과정에서 다른 노조 조합원과 다툼을 벌여 구속됐고 9월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출소했다. 사측은 그해 10월 30일 진 조합원을 해고했고, 스스로 해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4개월이 지난 작년 2월 20일 해고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와 작년 2월 7일, 모든 징계는 사유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징계위를 거쳐 처분하는 것과 서로 임금사건을 제외한 모든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한다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사측은 이 단체협약 적용 시기인 작년 3월 4일, 진 조합원에게 최종 해고 통보했다.

 


진 조합원의 동료들은 "쌈닭 같은 성격이지만 인간성과 의리가 좋아 버스파업 기간에도 앞장서서 투쟁했다"면서 "다른 노조의 비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 민주노총 설립 당시에도 주도했던 사람이다. 회사가 볼 때는 눈에 가시였을 것"이라며 진 조합원에 대한 해고가 표적 해고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김연탁 교선국장은 "진 조합원이 자살을 시도한 것은 버스회사의 악랄한 탄압과 해고노동자를 이용한 기만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에서 사죄와 이후 재발방지에 대한 충분한 약속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버스에 대한 악랄한 노동탄압이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 차원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만행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신성여객 뿐 아니라 사업조합, 전주시에도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면서 앞으로 투쟁을 전면으로 확대할 의사를 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성여객, #버스파업, #노동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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