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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저녁 9시경 서울광장 분향소에 참배객들이 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참배 4월 30일 저녁 9시경 서울광장 분향소에 참배객들이 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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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광장 '여객선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애도와 성찰'을 담은 노란 리본과 메모의 글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에는 많은 애도와 성찰의 글들이 수북이 쌓이며 이어지고 있다.

4월의 마지막 날(30일) 저녁 9시경 줄을 서 있는 시민들과 함께 이곳 서울시청 합동분향소 영정에 한 송이 하얀 국화꽃을 올려놓고 기도했다.

단체 참배가 끝나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지원단이 마련한 '애도와 성찰의 벽(소리없는 아우성)'으로 향했다. 바로 볼펜을 들고 노란 리본에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담아 정성스레 줄에 걸었다. 그리고 메모 벽으로 가 '너희들에게 대한민국 어른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내가 바다로 뛰어 들어 너희들을 못 구한 것이 한스럽다. 하늘나라는 사고가 없겠지'란 글귀를 남겼다.

추모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추모 행렬 추모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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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분향소 여옆에 마련한 애도와 성찰의 벽에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의 글이 가슴읋 찡하게 한다.
▲ 노란 리본 서울광장 분향소 여옆에 마련한 애도와 성찰의 벽에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의 글이 가슴읋 찡하게 한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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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가 넘었는데도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애도와 성찰의 벽에도 자발적 시민들에 의한 노란리본이 계속 이어졌다. 잔디밭 광장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 비통해 소리를 내 우는 시민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수녀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함께 노란 리본을 거는 30대 부부, 중고 자녀와 함께 노란 리본에 정성을 담아 글을 메우는 시민들, 참배를 마치고 촛불을 들고 조용히 이동하는 시민들 등이 이날 목격한 광경들이다.

바로 서울시청 광장은 여객선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우리 모두의 슬픔과 안타까움과 부끄러움과 깨달음과 다짐의 공간이었다. 애도와 성찰의 벽에는 글과 그림과 사진과 리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30일 늦은 저녁 애도와 성찰의 벽에 많은 시민들이 메모 글과 리본을 달고 있다.
▲ 애도와 성찰의 벽 30일 늦은 저녁 애도와 성찰의 벽에 많은 시민들이 메모 글과 리본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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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져 꽉찬 공간 옆으로 다시 시작하는 메모판과 줄에 시민들의 글과 리본들이 이어지고 있다.
▲ 추모 계속 이어져 꽉찬 공간 옆으로 다시 시작하는 메모판과 줄에 시민들의 글과 리본들이 이어지고 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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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잔디밭에 앉아 세월호에 희생된 직장 동료 최재규 님의 딸인 고 최혜정 단원고 선생이 머리를 스쳤다. 애지중지 곱게 키운 따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 교사가 됐는데, 꽃다운 나이에 허무하게 하늘 나라로 간 고인과 딸을 둔 동료 부부를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찢어질듯 아팠다. 다시 한번 "고 최혜정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날 서울시청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가톨릭 신부들의 거리미사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추모의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바다가 울고, 온 국민이 함께 울고 있는 세월호 참사 사고. 사고로 희생된 어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또 다른 영혼들을 생각하며 미래에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지혜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의자에 앉아 추모의 글을 적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이다.
▲ 추모의 글 의자에 앉아 추모의 글을 적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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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새벽 1시경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집에 들어와 책상 메모장에 한편의 시를 적어봤다.

죽어도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

대안학교 아이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선생님과 부모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적 올리느라 공부만 했지

지겨운 공부 조금 떨쳐버리고
모처럼 머리를 시키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
가슴이 부풀어 떠난 여행도 끝이 아닌 시작이었지
시작부터 캄캄한 어둠에 갇혀, 선생님과 부모님을 생각했지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살라는 어른들의 말을 굳게 믿었지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방송을 그대로 믿어버렸지
싸늘함이 다가오는데도...

눈을 뜨나 감으나 마찬가지인 깊은 어둠 속에서도
왜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며, 우리 보고 도덕이며 윤리를 강조했을까 생각 했어

이제 보름이 넘어 너무 배가 고파
집에 영원히 못 들어가더라도 엄마 아빠 이해해줘
5월 8일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줘야 하는데 ...
혹시 하늘나라 가서도 엄마 아빠 은혜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사랑해



분향소를 알리는 광장 입구 안내판이다.
▲ 안내 분향소를 알리는 광장 입구 안내판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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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사고,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리본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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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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