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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쪽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억 원 가량의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지출한 점을 문제 삼은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정 후보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갑자기 광고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쪽에서는 "매년 집행하는 광고비 수준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한국광고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광고계동향> 7년여 치(2007년 1월호부터 2014년 3월호까지)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의 광고비 집행은 정 후보의 행보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는 10.15%(771만7769만 주, 시가총액 1조7000억 원)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대주주다.

[서울시장 출마] 2013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85억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위한 해오름 잔치에서 '금주를 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위한 해오름 잔치에서 '금주를 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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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광고계동향>의 '100대 광고주별 매체비 현황'에 따르면, 먼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30억4000만 원(17위), 12월 22억6000만 원(29위), 올 1월 32억4000만 원(12위) 등 석달 동안 85억4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광고계동향> 2014년 4월호가 아직 발행되지 않아서 현대중공업이 실제 집행한 광고비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3년 10월까지는 '100대 광고주'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정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유력하게 나돌던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광고비가 집행된 셈이다. 특히 이러한 광고비 집행이 조선영업·기본설계 부문 근무지 서울 이전(215명)이 진행된 시기와도 맞물려 있어 눈길을 끈다(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215명은 왜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나).

하지만 현대중공업 홍보실의 한 간부는 "구체적인 광고비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전제한 뒤, "새로운 광고가 나오면 좀 많이 하기도 하지만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광고비를 집행해왔다"라며 "현재 하는 광고는 작년부터 기획된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집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김황식 후보가 의혹을 제기한 시기에 집행한 광고비도 평상시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정 후보가 현대중공업 대주주라는 점이 광고비 집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밖에서 정 후보의 정치일정과 기업 경영활동을 연계하는 것이 제일 많이 신경 쓰인다"라며 "기업이 정치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라고 답변했다.

[총선-당대표 출마]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137억 

광고업계에 따르면,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종의 특성상 국내에서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현대중공업 홍보실의 한 간부는 "우리는 B2B(기업 대 기업의 거래)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광고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그러니까 국내에서는 주로 이미지 광고를 하는데 방송광고도 2008년부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광고비를 상시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특정시기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점은 그 '전략적 판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월간 <광고계동향>의 '100대 광고주별 매체비 현황' 7년 치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이 광고비를 집행하는 '전략적 판단'은 정 후보의 행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월간 <광고계동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7년 2월 10억9000만 원의 광고비를 지출해 100대 광고주 가운데 82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정 후보는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이어 같은 해 3월에는 FIFA 부회장에 재선됐다(4선).

이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총 137억1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월 평균 17억여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이례적으로 100억 원이 넘는 광고비를 국내에서 집행한 시기에 정 후보의 중요한 정치적 행보가 집중돼 있었다.  

당시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복당했다(2007년 12월). 이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선출됐고(2008년 1월), 18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울산 동구에서 서울 동작을로 바꾸어 출마해 '6선'에 성공했다(2008년 4월). 이어 한나라당 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친이계의 지원을 업은 박희태 전 대표에게 밀려 2위를 기록했다(2008년 7월).

또 검찰은 총선 당시 뉴타운 허위공약 혐의(선거법 위반)로 수사 받아온 정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2008년 9월). 물론 이러한 정 후보의 정치 행보와는 별도로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3월 월수주액 59억 달러를 달성하는 경사가 있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정 후보가 대한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난 지난 2009년 1월 7억9000만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총 15개월간 '100대 광고주'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는 같은 시기 국내에서 광고비를 거의 집행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대표직 사퇴-대선출마 공식화] 2010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164억 

 현대중공업 광고

총 15개월간 100대 광고주에 이름을 올리지 않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다시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 39억9000만 원을 집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2년 3월까지 총 164억1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총 22개월간 월 평균 7억4590만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 셈이다.

같은 시기 정 후보에게는 ▲ 지방선거 패배 후 한나라당 대표 사퇴(2010년 6월) ▲ 월드컵 유치 활동(2010년 6월) ▲ FIFA 부회장 낙선(2011년 1월) ▲ FAFA 명예 부회장 추대(2011년 3월) ▲ 2012년 대선출마 공식화(2011년 8월) ▲ 19대 총선 당선(2012년 4월) 등의 일들이 일어났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소했고(2010년 7월), 정 후보의 장남 기선씨가 경영기획팀에 입사했으며(2011년 8월), 창사 40주년을 맞았다(2012년 3월).

이어 국회의원 7선에 성공한 정 후보는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경선 룰 문제를 놓고 박근혜 후보와 대립하다 결국 경선에 불참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이 시기에 현대중공업은 광고비를 거의 지출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3월 26억 원을 지출해 100대 광고주 가운데 25위를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다가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된 지난 2013년 11월께부터 다시 광고비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3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집행된 광고비는 85억4000만 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후보는 그동안 대권 등 정치적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광고를 이용해 왔다"라며 "광고의 목적은 정주영 선대 회장의 창조자, 개척자 이미지를 정 후보에게 덧씌우려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임원을 지낸 한 정치권 인사도 "광고에 정주영 회장을 등장시켜 정 후보를 (긍정적으로) 이미지해 왔다"라며 "현대중공업은 기업이 광고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사실상 정 후보를 지원하는 광고를 해왔다"라고 지적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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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몽준, #현대중공업, #광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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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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