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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자는 남편에게 한국아내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은? 먹고사는 거는? 불편한 거는?". 젊은 엄마들은 '교육문제, 생계문제, 생활문제'를 들어 귀촌을 꺼려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하고 사는 여성이 있다. 그녀가 바로 안성 일죽 반석아파트 부녀회장 장순천(40)씨다.

귀촌이라 하면 전통적인 시골마을에서 텃밭 일구며 사는 농촌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난 8일에 만난 귀촌 11년차 순천씨의 귀촌스토리는 남다르다. '이럴 수도 있구나'싶다. 아이들은 알차게 크고 있고, 남편은 인근 공장 엔지니어이고, 자신의 가정은 아파트에서 산다.

안성 일죽 IC를 빠져나와 장호원 쪽으로 5분만 가면 나오는 일죽 반석아파트. 하지만 거기 사는 주민들은 '반석아파트'라 하지 않고, '반석마을'이라 즐겨 쓴다. 실제로 이 아파트는 일죽면 송천리 반석마을로서 전통마을과 똑같이 마을이장이 있다. 웬만한 옆 마을보다 인구가 좀 많은 마을일 뿐이다. 이 마을에 그녀는 올해 들어 부녀회장이 되었다.

경기 안성 일죽면 반석아파트는 인근 시골마을과 똑같이 '반석마을'이라 불리며, 그 마을 만의 이장도 있다. 여기서 장순천 씨는 올해 부녀회장을 맡았으며 인근 일죽면 단위 마을에선 가장 젊은 부녀회장으로 통한다. 10년 전 면단위 아파트로 이사와서 주변을 잘 활용하며 행복하게 사는 그녀의 삶을 이야기로 만나보라.
▲ 장순천 경기 안성 일죽면 반석아파트는 인근 시골마을과 똑같이 '반석마을'이라 불리며, 그 마을 만의 이장도 있다. 여기서 장순천 씨는 올해 부녀회장을 맡았으며 인근 일죽면 단위 마을에선 가장 젊은 부녀회장으로 통한다. 10년 전 면단위 아파트로 이사와서 주변을 잘 활용하며 행복하게 사는 그녀의 삶을 이야기로 만나보라.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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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선 '체험'이라지만, 시골에선 '생활'이라 한다.

"대도시에선 '체험'이라고 부르지만, 시골에선 '생활'이라고 부른다"며 말을 꺼내기 시작한 순천씨. 그녀는 신나는 '자녀 양육기'를 털어놓는다.

"우리 아이들은 달걀로 태어나 부화되어 병아리로, 병아리에서 닭으로 커는 전 과정을 바로 옆에서 쌩쌩하게 지켜보았어요. 인근에 있는 아주버님 농장엔 개, 토끼, 닭, 염소 등을 키우시거든요."

그녀의 아이들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야채를 즐겨한다. 이유? 어렸을 적부터 큰아빠가 농사 지은 당근을 직접 뽑아 먹어 보는 게 일상이었다. 큰아빠가 운전하는 콤바인 옆 좌석에 앉아 신나게 타보는 건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메뚜기를 잡아 볶아 먹어 보는 것은 아이들의 특권이었다.

인근 마을 '쌈 채소' 농장에서 신선하고 저렴한 쌈 채소를 사서 먹는 맛은 또 어떠랴. '산지 직송'이 아니라 '산지직매'다. 주변에 배, 포도, 사과, 복숭아, 딸기 과수원이 있다. 정품이 아닌 파지 과일을 싸게 사는 건 생활의 지혜다. 과일은 못 생겼지만, 맛은 더욱 좋고, 값은 저렴한, 그래서 효자 과일들을 철마다 대하게 된다.

일죽면은 돼지 농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거기에 살다보니 돼지고기 하나는 정말 신선하고 맛있게 먹게 된다. "간혹 대도시의 유명한 식당에 가 봐도 일단 고기 맛이 여기보다 덜 하다"는 순천씨의 말은 주변에 돼지농장직영 정육점 겸 식당이 많은 걸로 봐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여기는 시골이 아니었다"

"안성에는 바우덕이 남사당 전수관과 바우덕이 축제가 있어요. 태평무 전수관도 있고요. 매스컴에서나 대하던 전통적인 것들이 제 주변에 있고,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몇 해 전엔 안성 보개도서관에서 책 버스가 마을(아파트)로 와 주었을 땐, 고맙고 신기했다는 순천씨. 아이들과 자신이 버스에서 책을 빌려 읽는 기쁨을 누렸다며 환하게 웃는다.

그 후 주변에 일죽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터가 생겼다. 거기서 아이들 스스로 문집을 만들어보고, 종이 접기도 해본 경험을 아이들은 두고두고 자랑한단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음을 본다는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자신의 아이들(아들 초6, 딸 초4)이 다니는 일죽초등학교는 '1인 2기'를 추구하는 학교다. 악기를 하나 배워도 수강료는 저렴하고, 악기는 무료로 사용한다. 시골학교라서 주어지는 혜택이다. 그녀는 "마치 대안학교에서 교육 받는 느낌"이라며 아이들의 학교를 극찬한다.

여기 와서 사귄 또래 엄마들과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문화 누리기'도 잘한다. 그녀들은 역할분담이 되어 팀워크가 장난이 아니다. 정보를 먼저 캐내어오는 담당, 교통편을 책임지는 담당, 전문지식을 섭렵하는 담당, 예약 담당 등으로 나누어 일한다. 아이들끼리도 형제지간처럼 친하다.

지역 대학교도 활용한다. 인근에 있는 동아방송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계절별 체험학교와 토요체험학교 등은 무료로 즐긴다. 대학 축제 때는 유명한 연예인을 옆에서 지켜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그녀가 "여기는 시골이 아니었다"라고 한 말은 '문화의 오지가 아니었다'는 말이었다. 

"사실은 아이들보다 제가 좋아요"

아이들과 함께 '문화 누리기'를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사실은 제가 좋아요"라고. 그렇다. 이 모든 일련의 생활들을 통해 그녀의 자아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게다.

그녀가 나에게 한 장의 명함을 내민다. 명함엔 '미술, 심리치료사 장순천'이라고 되어 있다. 시골에서 아이의 필요에 의해 다가간 미술치료. 본인이 1시간 정도 거리의 대학교에서 수강하여 따낸 자격증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으로도 활동한다.

이런 그녀도 처음 이사 와서는 막막하고 우울했다고. 하지만 주변에 뭐가 있는지 마음을 열고 그녀가 먼저 다가갔더니 오늘의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아파트의 편리함과 시골의 장점을 최대한 쏙쏙 뽑아서 누리는 그녀는 한마디로 '똑 소리 나게' 잘산다.


태그:#귀촌, #아파트 귀촌, #일죽면, #장순천,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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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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