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기의 첫 번째 예방접종'이라고 일컬어지는 엄마의 젖 모유. 모유는 영양학적으로나 면역학적으로나 어떤 대체 식품보다도 완벽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그리 많지 않다.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개월령의 완전모유수유율은 47.6%, 12개월령은 37.8%였다. 2명 중 1명도 모유를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을 먹이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모유수유 현실은 암담하다.

"모유는 아기만을 위해 전세계 정말 하나밖에 없는 specific(특정한)한 것이다. 엄마 젖을 따라올 만한 성분은 어디에도 없다. 완전모유수유율이 높아지려면 어떤 정책과 지원보다도 부모교육이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는 단호했다. 교수이자 식품영양 전문가로서, 또 엄마로서 그가 가진 모유수유 철학은 자연의 이치이자 불변의 것이었다. 그는 교양과목 강의에서도 모유수유를 한 섹션으로 잡아 모유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힘줘 말하고 있다. 예비 부모가 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모유수유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윤 교수를 지난 1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람은 사람 젖을, 소는 소젖을 먹어야 한다"

윤지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모유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졌다고 어디서든 말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윤지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모유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졌다고 어디서든 말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 이기태

관련사진보기


윤 교수의 식품영양 철학은 "절대적인 진실은 없다"이다. 보편적인 영양학에서는 인간은 채식, 육식을 골고루 먹는 게 좋다고 하지만, 채식이 잘 맞는 사람이 있듯 정확한 답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양에 대한 옳고 그름의 절대적인 기준은 각 사람에 따라,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직 예외되는 게 바로 모유다.

윤 교수는 "모유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졌다고 어디서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젖은 각자 생물의 특이성에 맞게 나오기 때문에 그 생물에 맞는 젖을 먹이는 게 당연하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윤 교수는 "사람은 사람 젖을, 소는 소젖을 먹고 커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사람의 모유는 아기에게만, 우유는 송아지에게만 정말 완벽한 완전식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모유에는 IgA 등의 면역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아기의 면역력을 길러주고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공급해준다. 이로 인해 모유를 먹은 아기는 감염성 질환이나 알레르기 발생 확률도 낮아진다고 알려진다.

특히 많은 분유들이 모유에 가깝게 만들어졌다고 홍보하지만, 모유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윤 교수의 견해다. 그는 "이전에는 아무도 관심 없던 DHA가 지금 관심 받듯이 과학이라는 건 발전할수록 새로운 걸 발견한다. 아무리 분유를 모유와 가깝게 만든다고 해도 그건 현 시점에서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 모유와 가깝게 만든 것이지, 우리가 모르는 것도 있을 수 있다. 100% 모유와 가깝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모유수유는 엄마와 아기와의 정서적 관계를 함양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엄마 가슴에 아기가 쫙 붙어서 젖꼭지를 빨고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유수유는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긴밀하게 형성시키게 한다.

"모유수유 지지해주는 부모교육 절실"

하지만 이 좋은 모유수유를 많은 엄마들이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혜련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의 모유수유 실천 양상과 영향요인 및 정책과제'를 살펴보면, 모유수유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출산 후 취업, 출산 후 아기와 분리되는 산후조리원 이용, 제왕절개 분만, 산전 후 부모교육 부족 등으로 추릴 수 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모유수유를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젖이 부족하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이는 많은 부부들이 모유수유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모유는 아기가 작으면 적게, 크면 많이 알아서 나오는 게 아니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면 그 자극이 엄마의 뇌로 전달되면서 모유가 나오게 된다. 바로 '모유분비 메커니즘'인데, 아기가 젖을 빠는 자극이 클수록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며 유즙을 많이 합성하게 되는 것이다.

젖이 안 나와서 아기가 울면 다음날에는 아기를 위한 더 많은 양의 젖이 준비된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충분히 모유를 생산하고 성공적으로 모유수유를 할 수 있지만, 현실은 포기부터 하는 게 대다수다.

"엄마 젖이 물총처럼 나와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이 문제다. 특히 제일 심각한 건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이삼십 년 전 젖을 물렸던 일부의 기억을 갖고 '젖이 그것밖에 안 나오냐'고 하는 것이다. 보통 2개월이 되면 안 빨아도 매일 나오지만 '젖이 말랐다' 등의 무지한 생각이 합쳐져서 모유수유를 포기하게 된다. 모유수유를 지지해주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윤지현 교수는 모유수유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선 모유수유를 지지해주는 부모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지현 교수는 모유수유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선 모유수유를 지지해주는 부모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기태

관련사진보기


가장 좋은 산후조리인 모유수유를 안 한다?

모유수유를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산후조리원에서의 모자 분리 시스템도 꼽힌다. 윤 교수는 "산후조리원의 경우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단체로 돌보기 편한 시스템으로 돼 있는데, 이런 환경부터 달라져야 한다. 산후조리원이나 병원이 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은 신생아실을 동반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엄마의 산후조리가 우선인 경우가 대다수라 아기와 엄마가 함께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꼭지를 빨 수 있는데, 태어나자마자 분유를 먹고 젖병에 익숙해지면 젖을 빠는 방법 자체를 까먹게 된다.

전문가들은 출산 후 일주일간의 노력이 모유수유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하지만, 이 시기 엄마와 아기는 분리되는 것이다. 또한 명품 착유기로 아무리 모유를 짜서 먹인다고 해도 아기가 빠는 것만큼 쫙 빨아내지 못해, 결국은 양이 줄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가장 좋은 산후조리의 핵심은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 것이다. 모유수유를 하면 자궁이 빨리 수축되면서 엄마 회복에도 좋고, 많은 열량을 뺏어가기 때문에 다이어트도 된다. 이런 자연적인 섭리를 외면하고 산후조리를 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전했다.

모유수유율을 높이려면 정부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지하는 기반은 미흡한 상태다. 보건소의 모유수유 클리닉 운영과 상담·교육, 인구보건복지협회의 모유수유 홍보 사이트 '엄마젖 최고(http://www.mom-baby.org)운영 등의 정도만 눈에 띄는 정도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금년 하반기부터 저소득층에 조제분유를 무료로 지원하는 정책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런 정책이 생긴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과거 미국의 윅(WIC:Woman, Infant, Child) 프로그램은 조제분유를 무료로 지원했지만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분유사업은 커지고 모유수유율은 떨어졌다."

이 같은 부작용에 결국 제도가 개선되면서 모유수유 엄마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다. 현재 윅 프로그램 가운데는 엄마들을 위해 모유수유전문가가 적극적으로 모유수유 방법을 알려주고 지지해주는 모유수유 교육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보건소에서 모유수유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정책 움직임이 실현돼야 한다.

윤 교수는 "북한 아이들이 엄마가 굶어 젖이 안 나와서 쌀뜨물로 배를 채우는 상황이라면 분유는 훌륭한 대체품이다. 하지만 2014년 많은 육아정책이 나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모유수유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유 바꿔도 될까? "바꿔도 된다"

사정상 부득이하게 분유를 먹여야 한다면 분유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배제하는 게 좋다. 특히 많은 엄마들이 '처음 먹었던 분유로 계속 먹여야 하기 때문에 분유를 바꾸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윤 교수는 "아기의 미각은 진짜 예민하기 때문에 분유가 바뀌면 맛을 다르게 느끼고 처음에 거부할 순 있겠지만, 바꿔도 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미국의 윅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주는 A, 다른 주는 B 등으로 각 주마다 분유 입찰이 다를 수 있다. 만약 이사를 가게 되면 해당 주의 다른 분유를 지원받게 되는데, 절대 분유를 바꿀 수 없다면 미국 정부가 다른 분유를 입찰하게 했겠느냐"며 "윅 프로그램에서는 분유를 바꾸는 지침도 있었다. 처음에 먹던 분유와 바꾸는 분유를 9:1로 섞어서 먹이다가 점점 늘려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아기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모유수유를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모유수유 전문가인 한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깊게 와 닿았던 내용이 생각난다. '모유는 아기의 요구에 따라서 양과 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엄마와 그의 아기는 맞춤형 영양의 짝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모유수유는 모든 걸 제끼고 첫 번째가 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태그:#모유수유, #모유, #윤지현 교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