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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상사에게 아프다고 보고하고 병가를 낸 열차승무원을 '무단결근' 처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지사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당 직원에게 '징계성' 지상근무를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징벌성 근무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KTX 승무원들은 회사가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단발머리 금지', '무릎서비스' 등의 차별적 복장·서비스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KTX 개통 10주년, 회사가 홍보하는 화려한 성과 뒤에 숨겨진 승무원들의 어두운 현실이다.

"병가 처리 위해 진단서 끊어오라고 했는데..." 뜬금없는 '무단결근' 통보

KTX 승무원 이아무개씨의 4월 근무일정표. X표시 3개 중 2개가 무단결근과 관련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KTX 승무원 이아무개씨의 4월 근무일정표. X표시 3개 중 2개가 무단결근과 관련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 철도노조코레일관광개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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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아침, KTX 승무원 이아무개씨는 겨우 눈을 떴다. 전날 밤새 고열과 구토 증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출무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이씨는 일단 자가용을 타고 사무실로 나갔다. "몸이 너무 아팠지만 대기근무자가 없는 상황이라 근무를 빼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그의 상사는 퇴근을 허락하면서 "병가 처리를 해야 하니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바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했다.

며칠 후, 이씨는 4월 근무 일정표를 받았다. 근무시간이 적혀 있어야 할 날에 'X' 표시가 돼 있었다. 그는 곧장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다. "출근 4시간 전까지 결근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무단결근에 해당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프다고 회사에 알렸는데도 무단결근 처리가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씨는 무단결근으로 경고장을 발부받을 예정이다. 경고장을 받으면 이틀 동안 지상근무를 서야 한다. 지상근무는 승강장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승객에게 인사를 반복하는 업무다.

이씨는 "회사에서는 출근 중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도 무단결근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이같은 사유로 4월에 경고장을 받게된 승무원이 부산지사에만 5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승무원은 아파도 기차 안에서 아파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아프다고 알려도 병가처리가 안 되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는 회사가 내부 규정 근거 없이 부당하게 무단결근 처리를 했다고 주장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경고에 따른 징벌성 근무 규정은 있지만, 무단결근 기준을 명시한 조항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사규에는 '출근시간 4시간 이내에 결근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인 김철희 노무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갑작스런 질병이 발생한데다가 상사에게 얘기까지 했는데도 무단결근 처리가 돼 징벌성 업무를 강요받았다면, 부당 인사처분으로 볼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정당성 없는 징벌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무단결근 처리로 해당 직원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다면 노동위원회에 신고해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관광개발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무단결근 처리를 한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KTX 개통 10주년... 승무원들, 인권위에 회사 '차별실태' 진정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소속 KTX 승무원들이 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소속 KTX 승무원들이 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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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소속 KTX 승무원들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이같은 노무관리 실태를 고발했다. 이날은 KTX 개통 10주년이기도 하다.

이들은 "KTX는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대표적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승무원들은 그동안 주 55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무와 강압적 노무관리에 시달려왔다"며 "회사는 '항공사 승무원에 버금가는 급여와 복지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KTX 승무원들은 회사가 과도하게 복장을 규제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항공사에서도 더 이상 규제하지 않는 승무원 머리모양 등을 KTX는 여전히 제한한다는 것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은 KTX 승무원의 '머리염색', '단발머리', '여성 안경 착용' 등을 금지한다. 탈모가 확인될 때만 단발머리를 허용한다는 게 승무원들의 증언이다.

승객에게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회사는 승무원에게 흔들리는 열차의 비좁은 통로에서 무릎을 꿇고 승객을 응대할 것을 요구한다"며 "속옷이 보이는 자세로 앉아서 응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승무원들에게 성척 수치심과 인격적 모욕을 준다"고 털어놨다. KTX 승무원들은 이러한 내용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면서 승무원들은 "현재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노조 소속 승무원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코레일관광개발이 KTX 승무원 차별과 배제를 중단하기 위해 책임 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관광개발 쪽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12시간, 주 52시간 한도 내에서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운영하고 있다"며 "1일 25시간, 주 55시간은 발생할 수 없고 휴게시간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차별적 근무환경과 관련해서는 "여론이 호도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태그:#KTX, #KTX승무원,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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