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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춘천 시내에도 후보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다. 누구누구 선거사무실이라는 간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보게 되는 낯익은 풍경 중 하나다. 이번 선거에서 춘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송광배 후보도 춘천 시내에 있는 한 건물 벽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여느 시의원들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현수막이다.

그런데 그 현수막 뒤로 그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선거사무실이 여느 후보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송광배 후보를 만나기 위해 현수막이 내걸린 건물 주변에서 '선거사무실'이라고 적힌 간판을 찾아보는데 쉽게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선거사무실은 보이지 않고, 그 대신 건물 한쪽 손바닥만한 공터에 녹색 천막이 들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설마 했는데 그 천막이 그의 선거사무실이다.

환경미화원으로 매일 새벽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 서 있는 송광배 춘천시의원 예비후보.
 환경미화원으로 매일 새벽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 서 있는 송광배 춘천시의원 예비후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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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천막 안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환경미화원

송광배 후보는 현재 춘천시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직업 때문에 그는 춘천시에서 조금 특이한 경력의 후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선거사무실마저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선거사무실 밖으로는 바로 인도와 차도가 지나가고 있다.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자면, 세상에 이처럼 바깥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선거사무실도 없을 듯싶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송 후보는 장터에서 흔히 보는 비닐 천막 안에 혼자 앉아 있다, 천막 한쪽 자락을 걷고 들어가는 기자를 맞았다. 오전 10시면 남들은 출근 직후 업무를 시작할 때다. 직장인치고 이런 시간에 '딴 일'은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것도 현직 환경미화원이 이 시간에 선거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의아하다. 선거보다 그의 하루 일과가 더 궁금했던 이유다.

그는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 그 점은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근무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하루에 2번 근무한다. 오전 근무는 새벽 5시에 시작해 오전 9시에 끝난다. 남들은 이미 출근했거나 늦은 출근을 서두를 때다. 오후 근무는 오후 1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마무리된다. 새벽 5시에 시작한 근무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끝나는 셈이다.

그렇게 해서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는 하지만 말이 8시간이지, 사실은 오전과 오후 근무 시간 사이에 있는 끼어 있는 시간까지 포함해,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런 직장이 또 어디에 있을지 궁금하다. 그는 이런 근무 시간이 몸에 익어, 지금은 매우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 해도,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송 후보가 오전 10시에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 오전 근무를 마친 뒤라 꽤 피곤해 보일 법도 한데, 그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평소 하루 4시간 정도 잔다고 한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살기 위해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선거운동은 근무 시간 외 개인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하고 있다.

정치는 "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송광배 춘천시의원 예비후보.
 송광배 춘천시의원 예비후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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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배 후보는 왜 시의원이 되려고 했을까? 그가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을 두고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직업과 정치를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듣고 나면, 그처럼 '정치'가 절실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는 데는 그의 직업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그에게 정치는 시민들의 일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거리 청소를 하면서 새벽 근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 우유 배달이나 신문 배달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게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말로 "진짜 서민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런 진짜 서민들의 이야기는 결코 정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유는 "시장이나 시의원이나 누구 하나 그런 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또 있다. 그는 환경미화원이 된 이후, 지금까지 8년여 동안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그렇게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난 시민들이 털어 놓는 불만 역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하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 역시 정치권에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시의회가 시민들의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 있는 느낌"을 주는 것도 당연하다.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은 시의회에 없었다. 송 후보 생각에, 시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인들은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지역정치"는 없고, 그 자리에 "중앙정치"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송 후보가 생각하는 정치는 확실히 '지역'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지역에서조차 민주당하고 새누리당하고 중앙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걸 바꿔 내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다. 그에게 진정한 시의원이란 바로 "지역 주민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다. 그가 시의원이 되려고 하는 이유, 그리고 기존 정당들이 제시하는 입당 권유를 뿌리치고 계속 "무소속"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광배 후보가 선거사무실로 쓰고 있는 비닐 천막.
 송광배 후보가 선거사무실로 쓰고 있는 비닐 천막.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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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시의원만큼은 무소속으로 하는 게 맞다"

자연히 '공천 폐지'도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공천 폐지는 시의원이 지역을 위해 일하는데 선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는 공천 폐지는 "대통령이 공약했던 것"으로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고, 또 "누가 봐도 지방자치제라고 하면 지역 정치로 가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소한 시의원만큼은 무소속으로 해서 지역을 위해 싸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영원한 무소속"이라며 "누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느 당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의 유권자들에게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정당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 주민들이 민원을 넣으면 확실하게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찍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시의원에 출마하게 된 이유 중에는 "시의회라는 것이 누구나 와서 건의도 할 수 있고, 커피 한잔에 토론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도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그 같은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시의원이 되면, 무엇보다 "시민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민원이 제기되면 그 민원이 어떻게 처리됐든지 간에 그 결과는 반드시 보고하는 시의원이 되겠다"는 각오다.

송 후보가 시의원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700여 표 차이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시의원에 출마했을 당시만 해도 그의 학력은 중졸에 불과했다. 그로 인해 선거운동을 하면서, "중졸이 뭘 하겠느냐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선거운동을 하던 도중에 방통고에 등록했다.

3년 뒤 방통고를 졸업하고 나서는 한림성심대학교 야간 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새벽부터 일하는 환경미화원으로, 나이 쉰 살에 야간 대학에 다니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 졸업 학력이 정치인이 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배운 공부가 더 좋은 정치를 펼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환경미화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 결성

춘천 시의원에 출마하는 송광배 예비후보.
 춘천 시의원에 출마하는 송광배 예비후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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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배 후보는 군대를 제대한 후 대우자동차에서 자동차 검사 업무를 보는 노동자로 14년을 근무했다. 그러다 춘천에서 카센터를 운영했지만, "커가는 자식들을 키우는 데는 수입이 너무 적어" 그만뒀다. 2004년에 환경미화원 시험에 합격하고 지금까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근무 시간이 일반 직장인들하고는 크게 다른 탓에, 처음엔 일에 적응하느라 꽤 고생을 해야 했다.

환경미화원이 된 이후에, 미화원 근무조건과 복지가 지나치게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전만 해도, 환경미화원들은 일 년 365일 중 "추석과 설날에만, 딱 이틀"을 쉬었다. 거기에다가 휴일 근무를 하고도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런 일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꾹 참고 일했다.

그러다 2006년 5월 어린이날이 가까웠을 때다. 시청에, 어린이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를 쉬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그의 뜻은 야멸차게 거부당했다. 그는 그때 "우리가 휴일 근무까지 강제성을 띠면서 하는 것은 자기 권리를 못 찾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동료 미화원들 11명과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그때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에는 환경미화원들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고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휴일'이란 걸 되찾았다. 그리고 그동안 못 받은 시간외수당도 모두 소급해서 받아냈다. 그 액수가 무려 10억 원이 넘는다. 미화원들의 복지가 크게 향상됐다. 그렇다고 그가 "시에다 대고 데모를 해본 적"은 없다. 그는 "법으로 정한 정당한 권리"만 요구했다.

봉사활동은 2006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춘천연탄은행에 봉사단 이름으로 연탄을 기증하고, 직접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를 했다. 이후 계속 봉사 영역을 넓혀갔다. 지금은 시립양로원, 월드비전, 연탄은행, 강원도 복지관, 춘천시 복지관 등에서 "춘천 시내 안 다니는 데 없이"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민들의 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추구하는 정치는 '봉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그:#송광배, #6.4지방선거, #춘천,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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