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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이후 번영을 상징하는 드레스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에 대한 세부 구상을 발표하였다. '드레스덴 통일 독트린'이 될 것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를 충족할만한 새로운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통일대통령을 향한 꿈

(드레스덴=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현지시간)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 통일 구상 밝히는 박 대통령 (드레스덴=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현지시간)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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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통일대박론을 비롯하여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아시아평화협력구상, DMZ 국제평화공원 등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구상을 발표해왔다. 이번 드레스덴 연설은 이렇게 나열되기만 했던 여러 구상들을 한 데 묶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도는 떨어진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에서 제시하는 경제협력은 통일대박론에서 제시하여 이미 '대박'을 쳤다. 인도지원과 교류협력을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하나 하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선거 때부터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며 강조해온 것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실천을 못한 분야이다.

나진하산 철도연결은 유라시아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동북아다자안보협력체 구상은 새롭기는 하지만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같은 맥락이다. DMZ 국제평화공원 역시 작년 5월 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에서 이미 제시한 것이다.

드레스덴 연설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방문과 자신의 이번 방문을 비교해서 자신의 동기와 구상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50년전 독일 방문을 통해서 독일의 경제기적을 학습했다면, 자신은 독일통일을 학습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저는 라인강의 기적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듯이, 독일 통일도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목은 라인강의 기적을 학습한 박정희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대통령이 되었다면, 독일 통일을 학습한 자신은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독일이 통일 이후 유럽중심국가로 발전한 것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통일 이후 세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Wir sind ein Volk(뷔어 진트 아인 폴크)! 우리는 한 민족이다"라고 독일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연설을 했다.

지난 1월 6일 신년 연두회견에서 '분단 70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후 이번 연설에서도 다시 사용하였다. 1990년대 대학생들이 외친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나 '분단 50년'이라는 연호를 연상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이 통일대통령이 되기 위한 포부를 밝힌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먹을 것 없다는 소문난 잔칫집

드레스덴 연설로 박 대통령이 그리는 통일대박론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들어와서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 통일준비위원회 구성 등을 밝히기는 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추상도가 높고 모호해서 해석의 여지가 많았다. 이번 연설을 통해서 인도주의,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활성화 등 대북 3대제안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몇가지 점이 구체화된 것이다.  

하지만 구체화된 몇가지 사항들이 보완되었지만 그것은 '통일 이후 세계에 기여', '새로운 한반도', '드레스덴 통일독트린' 같은 거창한 표현이나 구호에 비해서 내용이 빈약하다.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집 같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해나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수단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북한탓으로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박 대통령은 군사장벽, 불신장벽, 고립과 단절의 장벽이라는 세가지 장벽이 남북 사이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인식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수단은 현실인식에 비해 충분하지 못하다.

즉, 박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포부는 읽을 수 있지만, 그 창대한 꿈에 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놓아야 할 벽돌은 부족하고 부실하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통일구상을 해외에 홍보하는 것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풀어나가기에는 여전히 허전하다.

빠진 것

북핵문제와 한반도평화체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해법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을 연상케할 정도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동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고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동북아다자안보체를 말하고 있지만 한반도평화체제는 여전히 금기어의 족쇄에 갇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면 북핵폐기와 동북아다자안보체제도 나무에서 물고기 잡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2월에는 비둘기파 존 케리 국무장관을 내세워 북한을 악으로 규정했다. 혼자 힘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힘든 미국은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삐걱거리는 한일관계를 봉합하고자 했다. 북한핵문제와 미사일방어(MD)를 앞세워 한미일 삼각협력관계를 강화시켰다.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를 내세운 미국으로서는 통일대박보다는 중국견제를 위한 한미일 협력이 절실하다.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북핵, 북한미사일이다. 모두 분단체제와 냉전질서의 지속을 배경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4월말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두나라 방문에서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은 앞으로 동아시아 신냉전질서라는 험한 파도를 만나야 한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밝힌 것은 환영할만 하다.

이 구상이 휴짓조각이 되지 않고 국제정세의 파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남북 경제협력을 비롯하여 한국정부가 선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평화체제에 대한 구상을 가지고 6자회담을 재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다자안보체를 만들어갈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동아시아의 외교안보환경을 한반도평화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과 철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반응은?

북한 역시 이러한 국제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에 13기 대의원을 뽑은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4월 7일에 첫회의가 소집된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첫 번째 목적으로 삼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회의에서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고려해서 이에 반응하는 메시지를 발표할 수 있다.

북한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이 가지는 긍정성을 살려서 주변 정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또 장기간 17개월째 억류하고 있는 미국시민권자인 케네스 배씨도 석방할 시점도 되었다. 4월 상순이면 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도 끝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김창수님은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입니다.



태그:#드레스덴 연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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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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