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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아무개 과장이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국정원 직원 자살기도, 삼엄한 통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아무개 과장이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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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 재판 증거조작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국정원 사이의 조직 간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권아무개 과장(51. 주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 4급)이 지난 21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더 이상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며 뛰쳐나간 후 22일 자살을 시도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을 밝히려는 검찰 수사가 더욱 꼬이게 됐다.

권 과장은 자살 직전인 21일 오후 11시 30분부터 22일 오전 1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한 신문사 기자를 만나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를 몰아가고 있다"고 격한 불만을 표출해 검찰과 국정원 사이의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정원 내부에서는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가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구해오라고 검찰이 먼저 이야기해놓고서, 이제 와서는 검찰이 모두 국정원 탓을 하고 있다며 불만이 가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의 한 대공수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국정원으로서는 진심으로 일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억울할 뿐"이라며 "(국정원 김아무개 과장에 대한) 영장이 어떻게 나왔는지 의아하다, 영장은 나왔지만 앞으로 진실규명이나 공소 유지는 검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종의 당사자 중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이 아니라 중립적인 특별검사가 임명돼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번째 자살 기도... 이틀째 응급중환자실

권 과장의 자살 기도는 지난 5일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씨 이후 사건 관련자 중 두번째 자살 시도다. 한 명(김씨)은 "지금 국정원은 국가조작원"이라는 국정원 비난 유서를 남겼고, 다른 한 명(권 과장)은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를 몰아가고 있다"는 검찰 비난 인터뷰를 남겼다.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세 번째 검찰 조사 이후 일을 저질렀다.

권 과장이 경기도 하남시 하남대로(옛 신장동) 모 중학교 앞에 주차된 싼타페 승용차 안에서 조수석 바닥 위 재만 남은 번개탄과 함께 발견된 시기는 경찰 기록에 의하면 22일 오후 1시 33분이다. 이에 따라 권씨는 인터뷰 이후 12시간 사이에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전 현재 권 과장의 정확한 상황에 대한 정보는 접근이 차단되어 있다. 권 과장이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속하는 것이라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병원에 나와 있는 국정원 관계자도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권 과장이 응급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만 이틀이 다 되어가는 상황으로 볼 때 여전히 중태인 것으로 보인다. 발견 직후 강동성심병원으로 후송됐던 권 과장은 당일 오후 6시 30분경 이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까지 응급중환자실에 머물러있다. 통상 위중한 상황을 벗어나서 심박과 혈중 산소포화도 등 수치가 안정되면 일반 중환자실이나 입원실로 옮겨진다.

현재 응급중환자실로 통하는 통로 곳곳에는 병원 경비원이 배치돼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권 과장의 자살 직전 인터뷰 "문서 3건의 실체는 믿음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아무개 과장이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권 과장은 국정원 내부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우성씨에 대해 국정원이 내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아무개 과장이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권 과장은 국정원 내부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우성씨에 대해 국정원이 내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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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과장은 자살 직전인 22일 새벽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를 몰아가고 있다, 검사의 눈엔 내가 공문서 위조범으로 보이는 모양인데 나는 27년간 대공 활동을 하면서 국가를 위해 일해 왔다, 그런데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갖은 모욕을 다 당했다"고 주장했다. 24일 이 신문이 보도한 인터뷰에 따르면, 권 과장은 "검찰 수사는 그 끈끈하던 대공수사 직원들을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의 실체는 김 과장이 협조자 김씨에게 속은 것"이라며 "문건의 진위는 김 과장과 김씨만 알겠지만 우리는 '진짜 문건'을 입수한다는 전제하에서 관련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이 구한) 문서 3건의 실체는 '믿음'이다. 김 과장에 대한 믿음, '그 사람이 구했으니 진짜일 것'이라는 믿음이다"라며 "이모 처장(대공수사국 팀장·3급)에게 비친 김 과장은 항상 진짜를 구해오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김 과장과 협조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데 윗선이라는 게 있을 수 있나. 그런데 지금 (검찰 수사에서) 윗선이라는 게 막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관은 실체를 보고 검찰은 법만 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은닉 활동들을 검찰은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권 과장은 국정원 내부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우성씨에 대해 국정원이 내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씨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다른 부서로 옮겼으나 이후에도 이번 사건에 발을 걸치고 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권 과장이 문서 위조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내 상황을 잘 아는 만큼 입수 방법을 설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태그:#국정원, #증거 조작, #유우성, #자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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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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