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청소년영화제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사당로2차길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청소년영화제 상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현 청소년영화제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사당로2차길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청소년영화제 상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키드가 군사독재를 경험하며 "미디어가 곧 효과적인 소통도구"라고 믿게 됐다. 하수상했던 시절, 억압과 어둠의 시대를 넘으며 1990년대 '광고회사 PD'로 기성세대에 편입한 그는 자신들 세대가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봤고, 가장 잘할 수 있었고 좋아했던 영화의 세례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광고 일을 때려치우고 자신만 바라봤던 눈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오는 8월 21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서울청소년국제영화제(이하 청소년영화제) 김종현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올해 16회째를 앞둔 그는 "적극적인 미디어 활용 능력이 있는 이들이 더욱 창의적인 세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영화제를 만들었고 지금껏 무던히 끌어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 비할 때 재정 규모나 환경은 훨씬 열악하지만 내공으로 치면 앞서 언급한 영화제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청소년영화제는 지난 2007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고, 2013년엔 서울시 대표 영화제가 됐다. 또한 김진무 감독, 김곡·김선 감독, 배우 한효주, 박보영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여러 영화인들이 바로 이 청소년영화제 출신으로 현장을 빛내고 있다. 김종현 위원장 이하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내실은 다졌지만 다음 숙제는 우리 영화제를 더 알리는 것"이라며 "공중파 방송 등에서도 함께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라고 미소 짓던 김종현 위원장의 말이 새삼 무겁게 들리기도 했다.

"여전한 청소년 관련 사회악들, 치유와 화해가 목표"

 김종현 청소년영화제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사당로2차길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영화제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김종현 청소년영화제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사당로2차길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영화제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이 영화제의 출발은 어린이나 청소년 교사를 위한 미디어 교육이었다. 소통의 도구로 믿은 만큼 교사부터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복안이었던 것. 그러다 해외의 여러 청소년 영화제를 알게 됐고, 청소년이 직접 영화를 만들어 내는 '청소년 영상제작단' 등을 이끌며 지금 영화제의 근간을 다졌다. 제 1회 때 150편이 출품됐던 작은 영화제가 15년이 지나 60개국 1500편의 작품이 출품되는 규모로 커졌다. 김종현 위원장은 이런 양적 성장 이면에 담긴 의미 있는 사실 하나를 일러주었다.

"15년 전 만들어진 작품의 소재가 왕따나 학교 폭력이었는데 지금도 정부가 4대악으로 그것들을 규정 중이에요. 청소년들의 진솔한 생각이 담긴 영화들을 보며 우리 영화제의 목표는 치유와 화해임을 강하게 공유했죠. 우리가 지닌 다양한 섹션들을 통해 청소년의 생각과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제가 오락의 기능도 있지만 세대 간 단절을 좁히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질적 성장 역시 그만큼 이뤄지고 있는 거죠."

규모는 작지만 청소년 영화제는 섹션과 부대 행사가 다양한 편이다. 초등학교 이하 아이들이 주가 된 '키즈 아이' 섹션, 초등학생 대상의 '13+', 청소년 대상의 '틴즈 아이', 어른들이 만든 성장 영화가 대상인 '스트롱 아이' 등이다. 김종현 위원장은 "다양한 행사야 말로 청소년 영화제의 정체성"이라며 "영화만 틀면 주최 입장에선 편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빠지면 영화제의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결과물을 안겨주는 것보다 판을 만들어 주는 게 최선이라고 봐요. 우리 사회는 보통 판을 만드는 것에 인색합니다. 성과에 매달리게끔 하는 구조죠. 그런 분위기 안에서 영화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영화제의 관객 점유율이 다른 국제영화제보다 높은 편이에요. 지면을 빌어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3대 청소년 영화제..."시각 좁은 기성세대 각성해야"

 김종현 청소년영화제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사당로2차길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영화제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진솔한 생각이 담긴 영화들을 보며 우리 영화제의 목표는 치유와 화해임을 강하게 공유했죠. 우리가 지닌 다양한 섹션들을 통해 청소년의 생각과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제가 오락의 기능도 있지만 세대 간 단절을 좁히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봐요." ⓒ 이정민


사실 청소년영화제는 국내에서보다 국제무대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서울청소년영화제는 올해로 53회째를 맞는 질른청소년영화제, 44회째인 지포니청소년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꼽히고 있다.

"자신 있게 아시아를 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매년 우리도 세계영화제에 참석하면서 중요한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죠. 베를린영화제와도 13년 넘게 교류입니다. 부산영화제 다음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베를린뿐만 아니라 토론토, 칸영화제의 관계자들과도 네트워크가 있죠.

해외 청소년영화제는 좋은 성장 영화를 가지고 청소년들과 열띤 토론을 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에요. 그렇게 영화를 예술로 보고 사회적 현상으로도 볼 수도 있는데 우리는 아직 조용한 편이죠. 여러 영화제 위원장들과도 자국의 영화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하자고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이 IT 강국이고 성장세라는 자만에 빠지기 보다는 오히려 그런 다양성 존중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시각만큼 김종현 위원장은 우리 스스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의 학생들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낸다"며 "기성인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다면 더 나은 사회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세대 간 책임론이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라 인식하고 있었다.

 김종현 청소년영화제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사당로2차길 사무실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우리 영화제가 시작할 때보다도 지금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 또한 올랐다는 건 섬뜩한 현실입니다. 정작 청소년들을 가둬놓으면서 말로만 창의적이 돼라고 강조하는 건 결국 갈등만 일으킬 뿐이죠. 우리가 환경과 틀만 잘 제공하면 청소년들은 알아서 뛰어놀게 돼 있어요. 줄만 잘 서면 출세하고 서로 경쟁에서 이기고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문화가 결국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기성 세대 각자 위치에서 장인 정신을 발휘해 좋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김종현 위원장은 "청소년영화제 입장에서는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동 아리랑 시네센터에서 사당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청소년영화제는 올해 더욱 다채로운 영화와 행사를 준비했다. 말의 해, 청마의 해인만큼 '말'에 대한 섹션을 준비 중이고, 음식과 영화라는 소재로 여러 체험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란다. 또한 가정폭력에 대한 주제의식을 품은 작품으로 관객들이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는 행사 또한 기획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까운 행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영화제의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지고 있죠.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원해요. 청소년들이 보다 더 뛰어놀 수 있는 구조가 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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