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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황이장의 자택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자신 앞에는 2007년 8월 마을숙원사업이었던 원죽동 사랑방 개관식 때 찍은 사진을 보다가 기자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그 시절이 황이장에겐 큰 보람이다.
▲ 황호건 이장 지금은 황이장의 자택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자신 앞에는 2007년 8월 마을숙원사업이었던 원죽동 사랑방 개관식 때 찍은 사진을 보다가 기자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그 시절이 황이장에겐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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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금광면 원죽동 이장 황호건(67)씨는 손자도 있는 할아버지다. 하지만 마을에선 막내 그룹에 속한다. 마을에는 60대 남성이 3명 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황 이장이다. 마을엔 70대가 제일 많다. 나머지가 80대다. 농촌이 고령화 되었다지만, 마을마다 젊은 층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말 그대로 젊은 층이 없다.

그나마 27가구에서 23가구로 줄어 든 이유

이렇게 된 건 이 마을이 품고 있는 마둔호수의 영향이 크다. 원래 마을은 호수 내부에 많이 형성되어 있었다. 1975년 수몰 후 많은 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일부는 호수 바깥으로 이사를 했다.

그나마도 최근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마둔호수 둑 높이기 사업'을 하는 바람에 어르신들이 사는 4가구가 떠났다. 27가구에서 23가구로 줄었다고 황이장이 설명한다. 올해 말 경이나 내년 초에 둑 높이기 사업이 완공 된다고 한다. "이래저래 마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황 이장은 고백한다.

마을에 큰 소득원이 없는 것도 어려움이다. 논농사를 짓는 가구는 3가구 정도. 밭농사는 거의 모두 텃밭농사 수준이다. 밭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이는 마을에 하나도 없다. 농촌이지만, 아주 열악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이 마을은 인구가 늘 일이 없는 듯 보인다.

마을사람들로부터 원죽동사랑방을 완공하고 받은 공로패는 황이장의 자랑거리이자 보람이다. 황이장은 이걸 기자에게 보여주며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이 영광을 이 마을에서 재현하려는 꿈까지도 보여주었다.
▲ 공로패 마을사람들로부터 원죽동사랑방을 완공하고 받은 공로패는 황이장의 자랑거리이자 보람이다. 황이장은 이걸 기자에게 보여주며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이 영광을 이 마을에서 재현하려는 꿈까지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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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없는 마을이 여기 있었네"

이 마을엔 또한 전국 농촌 마을 어디에나 다 있는 그 흔한 경로당(겸 마을회관)이 없다. 경로당이 없다 보니 누구누구네 집이 마을 사랑방이 된다. 간혹 황 이장 집이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마을 큰 회의를 하려면 황이장의 집에서 하곤 한다고 했다.

물론 경로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없었던 건 아니다. 황이장이 처음 이장 역임 시절(2004년~2010년), 마을 숙원사업으로 '원죽동 사랑방'을 2007년도 8월에 건립했다. 이때, 안성시장을 비롯한 유명인사들과 함께 마을 잔치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일이 고마워 황이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황 이장은 이 공로패와 당시 사진들이 자신의 보람이어서 늘 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랑방이 14평 밖에 되지 않는 임시 건물이어서 마을 사람들이 다 사용하기엔 턱 없이 좁다. 설상가상 사랑방 유지비가 없어 유지조차 힘들어 지금은 몇 년 째 사용하지 못 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잘 아는 마을 어르신들이 황이장을 재임 시킨 듯하다.

"그래도 전에 하던 황이장이 낫 겄지. 마을에 할일 도 많고 하니 자네가  이장 한 번 더 봐."

이렇게 2013년부터 황이장은 재임 되었다. 이제 이 마을에서 8년(종전 6년, 최근 2년)을 이장을 보고 있다. 마을에 할일 이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마둔호수 둑 높이기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따라 마을을 잘 추스르는 일이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 준 것이다.

2007년도 8월에 개관한 원죽동 사랑방은 그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마을 최초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만든 합작품이라는데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사진은 마을 대동계장이 황이장에게 공로패를 전하는 장면이다.
▲ 원죽동 사랑방 개관식 2007년도 8월에 개관한 원죽동 사랑방은 그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마을 최초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만든 합작품이라는데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사진은 마을 대동계장이 황이장에게 공로패를 전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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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어르신과 등산, 건강관리까지 이장이 신경 써

"마을 이장이란 게 얼마나 부지런히 마을 분들을 섬겨야 하는 일인 지 몰라요. 하다못해 마을 가로등(노인들이 많으니)도 신경 써서 달아야 하잖아유. 허허허허허"

그랬다. 황 이장은 이 마을에서 일꾼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예방주사를 맞으려면 보건소를 가야 한다. 이때, 차량 운행은 황이장의 몫이다. 황 이장의 승합차가 출동해서 어르신들을 보건소로 모신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에 공적인 일이 생기면 황이장의 승합차가 사용 된다. 황 이장은 "승합차를 없애고 싶어도 없앨 수 없어유."라며 웃는다.

다시 이장이 된 황 이장은 요즘 마을 어르신들 중 7순 어르신들과 함께 등산을 하곤 한다. 멀리 가지는 못하고 마을 뒷산을 등산한다. 왜? 마을 어르신들 건강관리까지 하기 위해서란다. "모두 노령인구니 마을 이장이 건강도 챙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마을 이장은 별 일도 다해야 하는 게다.

"우리 마을은 축사가 없어 물도 좋고 공기도 좋고 깨끗해유. 마둔호수를 끼고 있어 경치도 좋쥬. 올해 말 경 마둔호수 둘레길이 생기면 더 좋아질 거에유. 우리 마을은  바람이 잘 통하는 마을이라 마둔호수 아랫마을에 안개가 낄 때도, 우리 마을은 안개가 잘 끼지 않아유. 그만큼 좋은 기운이 계속 흐르는 마을이란 이야기쥬."

열악한 마을이지만, 부활을 꿈꾸다.

황 이장은 '마둔호수 둑 높이기 사업'이 끝난 올해 말 경, 마둔호수 둘레길이 완공되는 것을 마을 부활의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마을에서 여기를 관리하면서 마을 공적기금을 조성해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315번 국도가 아닌, 마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가로지르는 도로 다리가 건설될 것도 바라고 있다. 어쨌거나 황 이장은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꾸준히 마을 중흥의 기회를 만들려하고 있다.

이 마을은 지방국도가 마을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방국도 따라 덤성덤성 농가들이 형성되어 있다. 그 마을은 마둔호수를 가슴에 품고 있고, 그 호수는 주민을 울게도 웃게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황이장은 마을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 마을 전경 이 마을은 지방국도가 마을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방국도 따라 덤성덤성 농가들이 형성되어 있다. 그 마을은 마둔호수를 가슴에 품고 있고, 그 호수는 주민을 울게도 웃게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황이장은 마을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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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이장에게 물었다. "마을에서 하고 싶은, 또는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라고. 황 이장은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첫째도 화합, 둘째도 화합, 셋째도 화합"이라고. 그 이유는 "내가 이장을 그만두어도 화합 잘 되는 마을이라면 후임자도 여유롭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마을이 장수하는 마을이 될 테니까"라고 말을 했다.

기자가 말을 했다. "감사하다. 잘나가는 마을이 아니라 열악한 마을에서 이토록 힘을 쓰고 있으시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다"고. 황 이장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게 하는 만남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1일 황호건 이장의 자택과 원죽동 마을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원죽동, #이장, #금광면, #황호건,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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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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