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올림픽이 폐막한 지 거의 한달 가량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빙상연맹과 체육계를 향한 국내 네티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불거진 김연아의 편파판정 문제, 안현수(러시아 빅토르 안)에 대한 파펄문제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지난 17일 빙상연맹의 부회장이었던 전명규가 소치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팀의 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고 밝혔고, 또한 선발전 방식 등을 비롯해 평창올림픽을 대비한 강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김연아의 판정 문제와 관련해선 빙상연맹은 현재 아무런 대응이 없는 상태이며, 대한체육회는 제소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직까지 항소 준비중이란 얘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

 빙상연맹의 부회장이었던 전명규가 사퇴했지만 개혁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씸쩍은 목소리가 있다. 사진은 빙상연맹 홈페이지

빙상연맹의 부회장이었던 전명규가 사퇴했지만 개혁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씸쩍은 목소리가 있다. 사진은 빙상연맹 홈페이지 ⓒ 대한빙상경기연맹


빙상연맹 개혁, 또 다시 꼬리 자르기에서 끝날 것인가

빙상연맹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팀의 부진과 안현수 선수 사태 등을 계기로 대대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문제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던 전명규 부회장이 사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문제를 있었던 연맹의 사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선 아직까지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이번 개혁안을 두고 모인 상임위원회에서 절반가량의 인사들이 모두 빙상계 출신인 탓에 또다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밴쿠버올림픽 직후에 터졌던 이정수(고양시청)의 외압과 짬짜미 파문 당시에서도 연맹 상임위원회가 특정인물 측의 인사들로만 채워져 제대로된 조사가 어렵다는 반발이 일어나 재편성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번 역시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불신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또한 변수가 많은 쇼트트랙 종목의 국가대표를 1년에 단 한차례 선발전으로만 평가하며, 쇼트트랙에는 맞지 않는 타임레이스(일정 구간 거리의 기록을 재 순위를 매기는 방식)를 도입한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 또한 많다. 선수들의 형평성과 함께 국내 선수들이 취약한 단거리 종목 선수 육성 등 평창을 앞두고 보다 공정하고 세밀하게 선발전 방식이 변경 돼야만 한다.

그동안 빙상연맹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미봉책으로만 일관해 팬들의 비난을 오히려 가중시키기만 해왔다. 지난 이정수 선수 사건 때도 결국 선수들만 자격정지를 받았으며, 문제를 일으킨 윗선들은 아무런 처벌 없이 일이 유야무야 처리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전명규 부회장이 결국 사퇴했지만, 오랫동안 대립해온 파벌 구도와 문제가 단순히 한 인물의 사퇴만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소치올림픽 김연아의 편파판정 피해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는 가운데, 김연아의 팬들은 제소 시한인 21일 오전부터 제소집회를 열기로 했다. 사진은 제소집회 포스터

소치올림픽 김연아의 편파판정 피해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는 가운데, 김연아의 팬들은 제소 시한인 21일 오전부터 제소집회를 열기로 했다. 사진은 제소집회 포스터 ⓒ 김연아 갤러리


김연아 제소 마감 임박, 꿈쩍 앉는 연맹

빙상연맹의 개혁건과 함께 또 다른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바로 김연아의 편파판정 피해에 대한 제소 건이다. 지난 2월 21일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클린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당시 피겨 여자싱글 판정은 그동안 김연아가 받아온 기술점수의 가산점을 박하게 줬으며, 자국 선수였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매우 후한 가산점과 예술점수까지 주면서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을 야기시켰다. 또한 당시 심판 9명 가운데 7명이 유럽심판이었으며, 이중엔 지난 나가노올림픽과 솔트레이크 올림픽 때 문제를 일으킨 심판과 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의 부인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판정에 피겨 팬들은 소트니코바의 점수를 세밀히 분석해, 이전 대회와 비교해 유독 올림픽에서 점수가 급등한 사실과 기술요소의 가산점 등을 동영상과 신문광고에 전면게재 했다. 또한 '응답하라 빙상연맹, 제소하라 빙상연맹'이라는 패러디 포스터는 이미 오프라인 상에까지 퍼진지 오래고, 19일 밤 한 뉴스프로그램에는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심판과 김연아 팬클럽 회원이 출연해 이번 판정의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피겨 판정에 대한 공식 항소는 경기가 끝난 뒤 30일 이내에 가능하다. 김연아의 경기는 지난 21일 끝났기에 오는 21일까지 가능해, 앞으로 2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그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고 있어 팬들의 분노만 더욱 가중 시키고 있다. 급기야 대한체육회가 이번 판정과 관련해 추가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빙상연맹과 함께 제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의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김연아의 편파판정 피해와 소트니코바의 점수 급등을 분석한 피겨 팬들의 자료.

김연아의 편파판정 피해와 소트니코바의 점수 급등을 분석한 피겨 팬들의 자료. ⓒ 김연아 갤러리


한국 피겨는 김연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변방에 불과했다. 김연아 이후 피겨 인구가 급증했지만, 아직까지 국제 피겨계에서 한국 피겨의 영향은 극히 드물다. 그러한 피해로 김연아는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잦은 편파판정과 이해할 수 없는 점수를 받아야만 했다. 현재 한국 피겨 선수들을 비롯해 피겨 약소국 선수들은 예술점수에서 항상 박한 점수를 받아 강대국들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약 이번 문제로 김연아가 제소를 할 시에 추후 IOC 위원 선발과정이나 한국 피겨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제소를 하는 것은 김연아 선수 개인의 피해도 있지만,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며 이러한 사태가 또 다시 등장해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오히려 김연아 이후의 피겨 세대와 한국 피겨의 국제적인 입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무응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빙상연맹. 연맹 부회장인 이기인씨는 19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선수와 관계자, 사회와의 소통을 부족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회의 소통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채 미심쩍은 개혁안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연맹은 방송과는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채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피겨 빙상연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