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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신경민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공개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재판 녹음파일과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 씨의 가족 사진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신 의원은 "유우성 씨가 증거 제출하려고 애썼지만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동생 유가려 씨를 인권침해 했다"며 "검찰은 국정원과 한 편이고 의도를 갖고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 재판 요약본 공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신경민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공개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재판 녹음파일과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 씨의 가족 사진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신 의원은 "유우성 씨가 증거 제출하려고 애썼지만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동생 유가려 씨를 인권침해 했다"며 "검찰은 국정원과 한 편이고 의도를 갖고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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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갇혀서, 저 어린 여자애를 가둬놓고 하루도 아니고 10월, 11월, 12월, 1월 이런식으로 아무리 여자애라도 그렇지, 변호인을 보냈으면 한 번 정도는 만나 보는 게 법체계 아닌가. 가려야. 겁내지 말고 무서워하지 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울분을 토했다. 동생 유가려씨는 흐느꼈다.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비화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와 동생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 녹음파일은 지난해 3월 4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진행된 증거보전절차 내용이다. 이 자리에 출석한 동생의 진술은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채택됐다. 그러나 녹음파일에 따르면, 유우성씨와 변호인단이 같은 자리에서 제출한 반박증거는 검찰에 의해 무시됐다. 동생이 국정원으로부터 회유를 당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도 있다.

무엇보다 변호인단이 '증거조작' 의혹을 이때부터 주장했음에도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서 국정원뿐만 아니라 검찰 역시 책임이 있다는 방증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법사위에 불참했다. 

검사 질문에 흐느끼며 답하는 증인... 반박 증거까지 제출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 씨가 북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검찰 측에서 제출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서 의원은 "이 사진을 변호인이 찾아서 알아보니 사진은 연길에서 찍은 것이다"며 "유 씨를 박원순 시장 때 간첩 사건을 터트려서 박원순 시장과 간첩과 연루된 인사처럼 세상을 뒤흔들려고 했던 조작사건이다"고 주장했다.
▲ 서영교 '국정원의 사진은 거짓'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 씨가 북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검찰 측에서 제출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서 의원은 "이 사진을 변호인이 찾아서 알아보니 사진은 연길에서 찍은 것이다"며 "유 씨를 박원순 시장 때 간첩 사건을 터트려서 박원순 시장과 간첩과 연루된 인사처럼 세상을 뒤흔들려고 했던 조작사건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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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과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자, 야당의원이 단독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법사위 불참한 새누리당과 법무부 장관 새누리당 의원과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자, 야당의원이 단독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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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녹음파일에 따르면, 동생 유가려씨는 검사 측 질문 모두에 대해 '네'라고 긍정했다. 오빠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의 교육을 받고 북한(함경북도 회령시)을 오갔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은 이에 흐느끼면서 모두 '네'라고 말했다. 흐느낌은 증거보전절차 내내 이어진다.

유우성씨와 변호인단은 동생 가려씨에 대해 가족은 물론, 변호인 접견권이 허용되지 않았고 검찰 측 증거가 조작됐다는 반론을 펼쳤다.

유씨는 흐느끼는 동생을 달래며 사실대로 말하라고 설득했다. 그는 동생을 향해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해, 네가 한국법을 몰라서 그래"라며 "국정원에서 억지로 얘기하라고 했겠지만 아버지고, 외삼촌이고 여기 다 있어, 이제 올 거야"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에선 법이 지켜주는거야, 재판장님이 지켜주고 있다"라고 달랬다.

무엇보다 유씨는 동생 가려씨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검찰 측 주장을 탄핵할 수 있는 증거사진도 제출했다.

그는 "너의 진술에 의하면 연길에서 아버지를 모셔오며 북한 보위부에 당할까 무서워 아버지를 먼저 청도에 보내놓고 우리 둘이서 비행기를 타고 무산에 있는 고모집에 있다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2012년 10월 23일부터 오빠랑 아버지 세 명이서 같이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은 무슨 사진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동생이 계속 흐느끼자, "네가 혼자 살기 때문에 내가 너를 데리고 온 건데 이런 거짓말, 무서워하지 마, 원망하지도 않고 증오하지도 않는다"라며 "국정원에서 어떤 회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판정에선 판사님도 계시고 여기 계신 분(변호사)들이 있으니 무서워 마, 울지 말고"라고 달랬다.

자신이 2012년 1월 설날 무렵 북한 회령시에 입경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같은 시기(2012년 1월 22일) 찍은 가족사진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유씨는 "(2012년 설날에) 집 근처서 찍은 건데 그 사진에 나온 건 누구야"라며 "사진 찍고 들어갈 때 네 선물을 못 사서 백화점에 가서 '노스○○○' 옷도 사주고, 그 사진은 귀신이 찍은 거야"라고 되물었다.

▲ 유우성씨 1심 증거보전재판 녹음 동영상 공개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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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얘기하면 오빠와 같이 살 수 있도록 한다고..."

검사 측은 이 사진들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검사는 "원본진정성이 없는 증거다, 증인의 증언신빙성을 다투는 것이라 '진정한 거다' 입증 해주셔야 한다"라며 "마음대로 제출해야 된다는 건 아니지 않나"고 주장했다.

동생 가려씨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앞서 했던 증언과 배치되는 답변을 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유씨가 변호인단에 이어, "2012년 7월 북한에 (우리) 집이 있었어?", "2012년 7월 네가 파일을 보냈다는 게 사실이야?"라고 되묻자, 검사는 "변호인단이 아까 했던 질문"이라며 답변을 막았다. 변호인단은 "전제사실이 달라지고 있다", "동생이 진실을 얘기하려면 검사가 꼭 끼어든다, 진실을 말할까봐 그러냐"고 맞섰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동생은 유씨의 구속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변호인들이 "오빠는 구치소에 갇혀 있지만 있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고 강조하자, 동생은 "며칠 동안이나 갇혀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오빠가 1월 10일부터 지금까지 두 달 넘게 계속 갇혀 있다"고 답해주자, "잘 몰랐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동생은 "자기 있는 죄를 다 깨끗하게 얘기하고 진술하면, 다 털어버리면 오빠하고 (한국에서) 같이 살 수 있다고 했다"라며 국정원과 검찰 측의 회유 내용을 일부 얘기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이 이를 '거짓말'이라고 지적하자, 검사는 "정부합동심문센터와 협의해 체류할 수 있는 지위의 취득방안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라며 "실은 추방할 것이면서 마치 안 그런 것처럼 거짓말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5월 8일 동생 유씨에 대해 출국 명령을 내렸다. 유씨는 같은해 7월 3일 강제출국됐다. 유우성씨와 마찬가지로 간첩혐의인 그를 기소하지 않고 출국시켜버린 셈이다. 

동생이 유씨와 변호인단을 볼 수 있는, 같은 공간에서 진술하는 것도 막았다. "혈연관계에 있는 이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대면하고자 하는 건 증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용하려는 것"이란 주장이었다. 동생 가려씨는 따로 마련된 영상증언실에서 증언을 했다.

동생이 유씨를 5분간 보고 싶다고 여러 번 간청하는 것도 검사에 의해 가로막혔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상황",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인을 피고인과 미리 대면하게 하는 건 형사소송법 적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검찰, 국정원에게 속은 게 아니라 한 몸이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직접 저술한 국가보안법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 서기호,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은 '봐주기 수사'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직접 저술한 국가보안법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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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파일을 공개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이 파일은 재판부의 정식허가를 받아 얻은 것"이라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고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은 모든 제출된 (반박) 증거를 무시했고 동생 유가려씨의 인권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침해했다, 회유하려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라며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속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몸이었다"고 꼬집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 '봐주기' 수사 가능성을 경계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국정원의 증거조작 혐의에 국가보안법 상 날조죄가 아닌 사문서 위조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직접 저술한 '국보법' 책에도 날조죄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 사건이 총체적인 간첩 조작 사건임에도 (검찰이) 숨기려고 형법상 단순 문서 위조죄를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간첩조작 사건은 여야를 넘어서 국가의 법체계가 흔들리는 위중한 사건"이라며 "지난 2월 통과된 상설특검법에 의해 (이 사건은) 제1호 특검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그:#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유우성, #국가정보원, #간첩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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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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