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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가족을 처음 만난 건 10년 전이었어요. 지금 이곳을 처음 본 날이니까요. 후에 캠핑장을 하려고 7년 전부터 상주하면서 우린 이웃이 되었죠."

이준원씨의 인도를 받아 기자는 절벽에 가까스로 올라 사진을 찍었다.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이날, 어미는 사람이 올 걸 알았는지 어디론가 날아간 뒤였고, 새끼들은 추워서 서로 포개어 있었다. 앞에는 먹다 남은 비둘기 사체가 있다.
▲ 수리부엉이 새끼들 이준원씨의 인도를 받아 기자는 절벽에 가까스로 올라 사진을 찍었다.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이날, 어미는 사람이 올 걸 알았는지 어디론가 날아간 뒤였고, 새끼들은 추워서 서로 포개어 있었다. 앞에는 먹다 남은 비둘기 사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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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 더불어 잘 산다

그랬다. 안성 W캠핑장 대표 이준원씨가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호)가족과 이웃이 된 건 2007년 6월부터였다. 캠핑장을 해보려고 장비를 동원해 한창 주변을 정리할 때부터 그들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 다시 여름이 되어도 그 가족이 떠나지 않았다.

실은 그 가족이 떠날 이유는 없었다. 자신들이 먼저 자리 잡은 곳이고, 준원씨는 후에 온 이주민이었으니까. 말하자면, 수리부엉이는 말 그대로 텃새였고, 준원씨가 늦게 그 터에 찾아온 철새였던 셈.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모두 이해하며 잘 살아 가고 있다.

아무래도 좀 더 힘센 준원씨가 그 가족을 밀어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마치 미국 서부개척시대처럼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몰아내던 그런 힘의 작용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수리부엉이 가족은 벌써 그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그러면서 "여긴 사람 살 만한데, 아니 새가 살만한 데가 아니네. 에이 퉤 퉤"하지 않았을까.

"3~4년 전인가요. 수리부엉이 새끼들이 절벽 둥지 밑에 떨어져 허우적거리기에 제가 3마리를 다시 둥지에 넣어줬죠. 새끼라도 엄청 크더라고요."

둥지는 부엉이가족에게는 일종의 산후조리원.

손님이 많이 오는 철인 주말엔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비우기도 한다. 그러다가 손님이 없는 평일엔 또 거기 와서 산다. 그는 "알이 있거나 새끼가 있으면 반드시 어미는 돌아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둥지에 새끼가 없다면, 자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사람이 거기에 오면 다시 거기에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캠핑장을 하는 이준원씨가 수리부엉이가 사는 절벽둥지를 가리키고 있다. 잠시 후 우리는 그 둥지를 향해 가까스로 올랐고, 거기서 기자는 사진을 찍었다.
▲ 이준원씨 캠핑장을 하는 이준원씨가 수리부엉이가 사는 절벽둥지를 가리키고 있다. 잠시 후 우리는 그 둥지를 향해 가까스로 올랐고, 거기서 기자는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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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기가 되면 수리부엉이는 절벽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한 후 둥지를 만든다. 거기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는 것.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사람으로 치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둥지다. 

어떤 때 일하면서 보면 새끼부엉이가 이제 홀로 날아가려고 홀로서기 연습하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수리부엉이 새끼는 7~8개월 정도 어미의 보호를 받는 거 같다고 했다. 그렇게 새끼가 클 동안만 둥지 생활을 한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어미도 새끼도 모두 둥지를 떠난다고.

그리고는 주변 나무 위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한다. 그들에겐 새끼를 놓고 키우는 것 외에는 따로 집이 필요 없는 셈이다. 간혹 새끼를 키우다 죽게 되면 근처에다가 내다 버린다. 그 사체를 준원씨가 목격했다.

닭 키우지 못한 이유는 수리부엉이가 잡아먹어서...

전에 캠핑장을 한다고 산을 다듬어 놨을 때, 아무런 장애물이 없으니 수리부엉이가 사냥하기에는 최적의 곳 (역으로 산토끼가 숨기에는 최악의 곳)이 되었고, 그 많던 산토끼들이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그 수리부엉이 가족의 먹이가 된 거다.

이 가족들은 까마귀 사냥은 안 한다고. 원래 철새인 까마귀가 주변에 둥지를 틀어 텃새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바로 수리부엉이가 까마귀를 입애 대지 않았다는 증거다. 까마귀도 수리부엉이의 밥인데, 희한하다.

전에 이 캠핑장에 닭을 키웠었는데, 닭이 그물 친 우리에서 잘못하여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수리부엉이가 낚아채 갔다. 그렇게 닭이 없어지는 걸 보고 닭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며 준원씨가 웃는다.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얼기설기 짓는 이유 있었네.

"수리부엉이는 둥지를 얼기설기 지어요. 왜냐하면 새끼들의 배설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죠. 곡식을 먹는 다른 새들은 똥이 덩어리져서 어미 새가 새끼의 배설물을 입으로 다 치워내지만, 수리부엉이의 배설물은 그럴 수가 없어요. 모두 물똥이거든요. 어미 새가 잡아온 고기를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어 소화시켜서 새끼들에게 먹이니까요. 사람으로 말하면 고기로 만든 죽 같은 걸 새끼에게 먹이는 거죠. 이러니 새끼들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저절로 흘러내려가라고 둥지를 그렇게 짓는 거죠."

부엉이는 사냥한 먹잇감을 대부분 다 먹지만, 간혹 소화가 되지 않는 뼈 등은 토해낸다. 수리부엉이는 그 토설 물을 자신이 가는 한곳에다 늘 토한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그곳에다가 토한다고 했다. 그걸 보면 엄청 큰 동물의 배설물처럼 보인다고 했다.

둥지 바로 아래서 찍은 사진이다. 새끼들도 놀랐는지 카메라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다행히 어미 새가 다른 곳으로 나간 뒤였지만, 있었다면 한참 실갱이를 벌여야 했을 거다. 새끼들도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았다. 아직은 봄바람이 추워서인지 새끼들이 포개어서 있다.
▲ 수리부엉이 새끼 둥지 바로 아래서 찍은 사진이다. 새끼들도 놀랐는지 카메라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다행히 어미 새가 다른 곳으로 나간 뒤였지만, 있었다면 한참 실갱이를 벌여야 했을 거다. 새끼들도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았다. 아직은 봄바람이 추워서인지 새끼들이 포개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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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가 우는 소리는 무슨 짐승 우는 소리처럼 '구 구 국'해요. 아주 듣기가 오싹할 정도죠. 저녁이면 (오후 4시~7시 사이) 꼭 울어요. 하지만, 사실 고라니 소리가 더 듣기 싫어요. 고라니는 '켁, 켁 , 켁' 거리지요. 발정기 땐 더하죠. 하하하하."

원래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아 환경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준원씨는 "수리부엉이 가족은 자신 곁에 사는 소중한 이웃"이라며 자랑했다. 앞으로도 두 가족은 더불어 잘 살아 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취재는 지난 14일 안성 W캠핑장 대표 이준원씨와 수리부엉이가족이 사는 둥지를 직접 방문해 이루어졌다.



태그:#수리부엉이, #수리부엉이가족, #캠핑장, #이준원,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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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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