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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월성 원전. 맨 오른쪽이 월성 1호기
 경북 경주 월성 원전. 맨 오른쪽이 월성 1호기
ⓒ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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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3주기를 맞아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여부 검증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사무처가 민간검증단 중간 보고에 제동을 걸자 환경단체가 '입 막기'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11일 오전 원안위가 월성 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 중간보고를 막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원안위 사무처에서 애초 지난 7일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중간보고를 받기로 해 보고서까지 만들었는데 회의 날짜를 14일로 미루면서 중간보고 자체를 막았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민간검증단 중간보고 내용에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안전성에 부정적인 표현이 있는 것을 우려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간검증단 중간보고 놓고 '환경단체-원안위 사무처' 갈등 드러나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20일 설계 수명 30년을 마친 '노후 원전'으로, 원안위에 10년 수명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지진, 해일 등 중대 사고에 대비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난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 현재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검증단에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관련기사: 노후 원전의 '불편한 화장발', 10년 더 참아라? )

민간검증단은 경주시, 경북,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지역주민대표 7명과 전문가 9명, 시민단체 활동가 3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 8월 20일 이후 7개월동안 18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번 중간보고는 민간검증단 검증작업이 계속 늘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KINS에서 요청한 것"이라면서 "정작 민간검증단에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더니 KINS에서 지난 2월 28일 중간보고를 하지않겠다고 통보해 독자적으로 중간보고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안위 비상임위원들이 이를 보고 안건으로 상정했는데도 사무처에서 절차 문제를 들어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이번 민간검증단 중간보고 내용에는 "월성원전 1호기가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가혹한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심은정 원안위 홍보팀장은 "원안위 회의에선 전문가 검증 진행 상황만 보고할 수 있고 중간보고 내용 자체를 안건으로 올릴 수는 없다"라면서 "검증단 활동이 모두 끝나면 총괄기술협의회에서 양쪽 검증 결과를 모두 담은 '통합 보고서'를 만들고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원안위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를 대표해 민간검증단에 참여하고 있는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KINS검증단과 민간검증단이 독립적으로 검증작업을 진행해 왔고 검증 보고서도 각자 내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총괄기술협의회 역시 일정 조정 등 행정 절차만 협의해 왔지 애초부터 통합보고서 작성 계획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환경단체에선 원안위 사무처 직원이 지난 1월 24일 회의에 참석해 "KINS와 민간검증단 검증 결과가 다르면 원안위가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문제삼았다. 이에 심은정 팀장은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도 보고서에 그대로 실을 예정이기 때문에 의견을 맞출 필요도 없다"면서 "다만 가급적 서로 논의를 통해 의견 차이를 줄여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이원영 처장은 "원안위 사무처 직원들은 과거 과기부나 교과부 출신 공무원으로 구성돼 민간에서 제기하는 원전 안전 문제를 덮으려는 습성이 남아있다"면서 "이번 후쿠시마 3주기에 맞춰 민간검증단 중간보고 내용이 논란이 될 것 같아 절차 문제를 들어 가로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이원영 처장은 "원안위 안건으로 올릴 수 없다면 이왕 만든 중간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할지 검증위원들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사고도 노후 원전 탓"... 전국 곳곳서 '탈핵' 목소리  

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기인 11일 서울 중구 세종로 사거리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및 탈핵 선언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가 공연되고 있다.
▲ '후쿠시마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어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기인 11일 서울 중구 세종로 사거리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및 탈핵 선언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가 공연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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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전국 곳곳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사고 3주기 행사에선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설계 수명을 마친 '노후 원전' 폐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세계는 후쿠시마로부터, 한국은 밀양으로부터 탈핵을 배운다'는 메시지를 춤으로 전달한 일본인 예술가인 준 아만토씨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서울은 물론 일본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탈핵을 위한 한일 연대를 호소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후쿠시마의 사고 핵발전소들은 모두 수명이 끝난 낡은 핵발전소였다"면서 "우리도 이렇게 위험하고 낡은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신고리 5, 6호기를 철회한다면 밀양 송전탑도 필요하지 않다"며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태그:#원안위, #월성1호기, #후쿠시마 원전, #환경운동연합,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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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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