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이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 누구도 삶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 나눌 희망도, 서로 / 힘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 혼자 밥먹는 세상
밥 맛 없다 / 참, 살 맛없다  - 오인태 <혼자 먹는 밥> 중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다. TV를 켜면 프로그램마다 먹방이 넘쳐난다. 끼니때마다 정보 프로그램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하고, 그 맛집 속 먹음직스런 음식은 예외 없이 그날의 검색어 순위에 올라 또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능 프로그램도 다를 거 없다. 예능 프로그램 멤버 중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은 바로 먹방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일찍이 야수와 같은 식성을 보였던 강호동으로부터 시작하여, <나 혼자 산다>와 <1박2일>을 오가며 진가를 발휘하는 데프콘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먹방이다. 심지어 어린 추사랑의 사랑스러움에서조차 먹방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케이블로 가면 아예 맛집을 찾아다니며 하루에 몇 끼를 먹어대는 건 예사다. 인터넷 방송으로 가면 한 술 더 뜬다. 아예 먹방 전용 방송이 있고, 이 프로그램의 BJ(broadcasting jockey)들은 여자라 할지라도 앉은 자리에서 킹크랩에, 새조개에, 치킨까지 몇 끼는 거뜬히 먹어제끼고, 거리에 앉아 군복 차림으로 군대 시절을 추억하며 군사 식량을 시범보이고, 게스트의 요구에 따라 대화를 나누며 춤을 추다 음식을 먹는 생쇼(?)를 보이기도 한다.

먹방, 가족이 해체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지향

 2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먹방의 시대-밥상이 광장이다'의 한 장면.

2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먹방의 시대-밥상이 광장이다'의 한 장면. ⓒ SBS


먹방계의 여신이라 칭해지는 BJ 더 디바의 방송은 하루 동안에만 조회 수가 2만이 넘는다. BJ 비룡의 경우, 그가 방송하는 거리까지 그의 고정 게스트들이 음식을 사들고 찾아와 함께 방송을 한다. 방송을 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는 BJ 음마의 경우, 가족보다도 그의 게스트들이 그를 더 잘 안다고 자부한다. 홀로 먹는 밥상을 SNS에 시와 함께 올려 화제가 된 오인태 시인의 SNS는 넘쳐나는 댓글로 풍성해진다.

그렇다면 이 넘쳐나는 먹방을 시청하는 게스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PC방과, 개인 PC 그리고 모바일을 통해 먹방을 시청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홀로 사는, 혹은 홀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488만 1인 가구들이 그 주 시청 층이다. 학업으로, 혹은 가족 사정으로, 그리고 직업 때문에 홀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먹방을 '탐닉'한다.

그래서 먹방의 탐닉은 그저 먹방을 즐기고 빠져드는 문화 오락적 증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 SBS 스페셜 >은 진단한다. 우리 시대 먹방이란 이제는 해체되어 가는 가족 혹은 상실되어 가는 공동체를 향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지향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제는 현실적으로 되어가는 싱글 라이프와 여전히 그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공동체적 의식, 그리고 무리 동물로서의 인간의 본성이 빚어낸 간극의 지엽적인 해소 방식이 먹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 SBS 스페셜 >의 카메라는 먹방의 진화를 시도한다. 2일 방송된 '먹방의 시대-밥상이 광장이다'를 통해 그저 보고 즐기는 먹방이 아니라, 홀로 먹는 삶의 공허함을 메워줄 적극적 방식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 첫 번째의 모색으로 등장하는 것이 '소셜 다이닝'(social dininig)이다. 광고 디자이너 김건우씨처럼 일주일의 하루, 모르는 사람들과 모여 직접 요리를 하고 함께 요리한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아현동 재개발 지구 피터 아저씨네 작은 집에 그저 하루 음식을 먹기 위해 들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피터 아저씨네를 찾아든 객식구의 솔직한 답변처럼 음식은 솔직히 그리 맛있지 않더라도, 홀로 세상을 떠돌다가 어느 하루 좁은 방에서 마치 가족처럼 무릎을 맞대고 음식과 함께 나누는 대화가 그리워 사람들은 잊지 않고 이 허름하고 조그만 집을 찾아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비로소 '소셜 다이닝'과 같은 형태로 싱글 라이프의 모색이 시작되었다면, 이웃 일본은 아예 밥을 함께 먹기 위해 모여 사는 '셰어 하우스'가 있다. 집값이 비싸 한 지붕아래 모여 사는 경제적 필요를 넘어서, 한 식구가 되어 함께 음식을 하고 나누는 생활 형태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아예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홀로 살아가는 노인, 혹은 노인 부부가 무료로 젊은 학생들을 데리고 살며 그들과 매일 저녁 식사를 나누는 '두 세대 함께 살기' 혹은 '꼴로까시옹'이 그것이다.

'먹방'은 그저 트렌드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해 보기 시작할 우리 사회 싱글 라이프의 일탈적 형태이다. 그리고 이제 홀로 살지만, 외로이 살지 않을 수 있도록,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해 구체적 모색이 필요한 시기라 < SBS 스페셜 >은 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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