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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 장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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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던 대로다. 달변이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자신감이 국가정보원과 맞장 뜰 수 있는 힘 이라는 걸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월 초 자신이 제기한 '국가정보원의 정치사찰' 주장에 대해 국정원이 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10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국정원 K 조정관이 직무범위 위반(국정원법 제3조), 정치관여금지 조항 위반(국정원법 제9조), 정치관여죄(국정원법 제18조), 직권남용죄(국정원법 제19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다.

지난 21일 오후 3시, 성남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이재명 시장을 만났다. 이 시장은 자신의 시정 운영 평가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점 쯤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A+'라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모라토리엄을 극복했고, SNS 시민소통관 도입해서 소통 행정을 펼쳤습니다. 시민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켰고요. 그 결과,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공약이행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고, 2012년에는 반부패 경쟁력 전국 조사 3위, 2013년 반부패 경쟁력 도별 평가 1위 등 크고 작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요."

후보 때 공약을 지킨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인데,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약을 어떻게 많이 지킬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단순합니다.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했고, 할 수 있는 건 다 지켰어요. 물론 이행하지 못한 공약이 있기도 합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미숙함과 환경 변화, 주민 반대, 법률상의 어려움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그래도 전국 최고 수준에 빛나는 공약이행 평가에 대해서는 굉장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했으니 지킬 수 있었을 터다.  

여소야대 극복 도우미는 경로당 회장님

이재명 성남시장의 시정구호는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이다. 이 시장은 이 구호대로 "시민이 진정한 성남시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했다"며 이를 '참 잘한 일'로 꼽았다. 이어 그는 '시민이 주인인 성남'을 시정 구호로 해야 했던 이유도 설명했다.

"여소야대 구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전을 짠 거죠.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말도 안 통하고, 협상도 안 되고. 그러니까 주인인 시민들을 내세우기로 한 거죠. 성공했어요. 성남 시민이 책임지고 주인 역할을 한 거예요.

시의회 반대로 '기업유치'가 무산된 적이 있어요. 이거, 노인회와 경로당 회장님들이 해결 했어요. 이분들이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 가서 "왜 기업유치 반대 하느냐"고 항의하고, 사무총장과 담판지어서 당론을 바꿨고, 그 덕에 조례 통과 됐어요. 이거, 지방자치 교과서에 실어야 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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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참 고무적인 내용이긴 한데, 한 가지 의문인 대목이 있었다. 왜 경로당 회장님들은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아닌 중앙당 사무총장과 담판을 지어야 했을까. 새누리당 중앙에서 성남시 지방행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말일까.

이 시장은 "(경로당 회장님들이) 시의원들 쫓아다니다 안 되니까 국회의원 쫓아다니고, 그래도 안 되니까 여의도 중앙당에 쳐들어가서 (당론) 바꿨어요"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 폐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당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시민 이익을 배반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은 선거라고 하는 게 거의 무의미합니다. 그거는 통과의례에 불과하고, 공천이 실제 본선이지요. 반대로 얘기하면 공천 못 받으면 정치로부터의 배제를 의미해요. 즉, 시민들에 의해서 뽑히는 게 아니고 중앙 정당에 의해서 뽑히는 거니까 사실상 중앙 정당을 위해서 일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경로당 회장님들이 기초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을 상대하게 된 거죠."

모라토리엄 극복 비결은 '허리띠 졸라매기'

이재명 시장은 3년 6개월 만에 모라토리엄을 끝낸 것으로 유명하다. 모라토리엄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외부에서 빌린 돈에 대해 일방적으로 만기에 상환을 미루는 행위를 통칭한다.

이 시장은 취임 초기인 지난 2010년 7월 12일, 그 해 말부터 상환을 해야 하는 판교특별회계 전입금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2014년 1월 27일, 3년 6개월 만에 모라토리엄을 극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장이 3년 6개월이라는 빠른 시간에 모라토리엄을 극복한 방법은 지극히 평범했다. 허리띠 졸라매기다.

"그 해(2010년) 가을, 6개월 만에 예산 1207억 원을 삭감했어요. 예산서 다 뒤져서, 500만원 100만 원짜리까지 다 삭감 했어요. 그렇게 해서 그 해 부도 막은 거죠. 그 다음해 부터는 긴축 예산을 편성 했고요. 연간 1200억~1300억 원 정도 삭감했어요."

주로 어떤 예산을 삭감 했느냐고 물었다.

"주로 공사 예산이죠. 1년에 100억 원, 200억 원씩 들어가는 것도 있고 30억 원, 50억 원 들어가는 것도 있는데 그걸 싹 다 중단한 거죠. 이미 하고 있던 공사도 중단한 게 많아요. 철골 공사까지 했는데 중단, 토목 공사 했는데도 중단, 흙 파기 하다가 중단한 것도 있어요. 또, 체육회 운영 지원 예산 같은 것도 삭감했고요."

반발은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눈물을 머금고 자르고 또 자를 수밖에.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하자 대체로 수긍해 줬으며, 이것이 성남 시민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반발이요? 물론 있었지요. 집 앞에 체육관 짓기로 했는데 안 지으니까 당연히 성질나겠지요. 체육회 회원은 80명인가를 줄였어요. 각종 단체 행사지원 예산도 잘랐고요. 그러니 반발이 오죽했겠어요. 예산 잘린 사람(단체) 입장에서 '내 것은 놔두고 잘라라' 이렇게 나오죠.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마른 숨까지 쥐어짜야 하는 형편인데. 눈물을 머금고 자를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해서 작년 연말까지 갚은 게 지방채까지 해서 5731억 원입니다. 시민들이 참 잘 견뎌줬어요. 만나서 '지금 7285억 원을 갚아야 하는데 어떡하느냐,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가'라고 이야기 하면 대체로 다 수긍해주었는데, 정말 고맙죠. 이게 성남시민의 저력이라고 생각해요."

안현수 선수 귀화가 성남시 책임이라고?
이재명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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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은 빚을 갚기 위해 직장 운동부도 해체했다. 2010년 당시 성남시의 엄청난 부채(7285억 원)를 갚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다.

당시 성남시는 직장운동부 15개 팀 중 3개를 남기고 12개를 없앴다. 그 중 한 개가 러시아로 귀한 해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 선수가 소속돼 있던 빙상이다.

안현수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성남시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현수가 성남의 이재명 시장에게 1년간 쇼트트랙팀 해체 유예를 요구했으나 이 시장이 단칼에 거절했다"며 "이런 게 우리 선수의 가능성을 짓밟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 원인으로 성남 소속팀 해체를 들며 이 시장에게 책임을 지우고 나선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는 집권당이 책임져야 할 대한체육회 소속 빙상연맹 때문입니다. 안 선수는 2010년 12월 31일 성남시와 계약이 끝난 후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는데, 귀화가 몇 달 만에 마음먹으면 바로바로 처리되는 그런 간단한 일인가요? 안 선수는 이미 그 이전에 귀화를 결정한 것이고, 이 사실은 안 선수의 아버지도 인정한 일입니다. 집권당 사무총장이면 사무총장답게 정부의 감독을 받는 빙상연맹에 책임을 물어야지, 아무 관계도 없는 기초단체장인 제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면 안 되죠."

"안 선수 아버지도 인정했다"는 이 시장 말은 사실이었다. 안 선수 아버지는 지난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성남시청 해체되기 전에 현수는 러시아로 가는 것이 확정이 돼 있었고, 성남시청이 해체가 안 됐어도 현수는 러시아 가기로 벌써 결정이 다 돼 있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시장에게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성남'이 시정 구호였는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있느냐"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사실, 이 질문을 하면서 멋진 답변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수치나 증빙자료로 확인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밖의 답이 나왔다. 이 시장은 "이렇게 허술하게 시장실을 만들어 놨는데도 쳐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시장실 문을 보니 진짜 허술했다. 두꺼운 철이 아닌 얇은 나무문이었다. 철문을 달아놓고도 안심이 안 돼 경비까지 두는 일부 지자체 시장실과 비교됐다. 

"일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튼튼한 문을 달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건 대단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민주성의 원리를 확보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거든요. 우린 SNS가 잘 돼 있어요. 한 달에 트위터 등 SNS로 들어오는 민원접수가 400건 정도 된다고 하대요. 소통 라인을 워낙 많이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굳이 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올 필요가 없는 것이죠. 쳐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놀러오는 사람은 많아요. 갑자기 놀러온다니까요. '같이 사진 찍자'고 들어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재명,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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