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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한 MBC 사장이 25일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안광한 MBC 사장이 25일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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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과와 반성은 없었다.

안광한 새 MBC 사장은 25일 취임사에서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언론노조 MBC본부(노조)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정영하 당시 노조위원장 등 언론인 6명의 복직 문제를 외면했다. 오히려 당시 파업을 겨냥해 "잦은 파업과 갈등으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채널 이미지가 훼손되고 시청자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을 상징하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최측근이었던 안광한 사장은 노조 파업 당시 부사장으로서 노조원 해고와 징계를 주도했다. 지난 1월 법원은 당시 해고와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안광한 사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안 사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을 공영방송의 첫걸음이라 평가하는 노조와 언론단체는 사과와 반성 없는 안 사장의 취임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1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안광한 사장을 내정하자, "정권의 공영방송 지배라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달콤한 유혹에 빠진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만약 그게 사실과 다르다면, 안광한은 사장 후보에 출마하기 전 지난 과거의 죄상에 대해 분명히 사죄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안광한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노조를 비판했다. 안 사장은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더 이상 시비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방송사인 MBC의 사원 신분으로 특정 정치 집단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방송에 반영하고자 하는 행동은 더 이상 '공영적', '양심적' 또는 '사회 정의'로 치부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동조합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겠다, 근로 조건 개선은 물론  공정 방송을 위한 사규 준수 논의의 장도 항상 열려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공동의 생존 무대인 회사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으로 회사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또는 출근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관행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 노조와의 기싸움을 예고했다.

안 사장의 취임사는 2012년 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노조원 징계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법원의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박인식 부장판사)는 파업 노조원에 대한 징계와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파업의 원인이 회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2011년 이후 단체협약에 따라 개최해야 할 공정방송협의회 정례회를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고 노조의 임시회 개최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아니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 내부에서 불공정 보도 등으로 인한 분쟁이 재발했다"면서 "2012년 1월 기자회·영상기자회가 뉴스 프로그램 개선안에 반발하며 보도국장 등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자, 피고가 이를 기회로 노조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방송 공정성에 관한 문제제기를 억압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공정방송의 의무는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고, 의무적 교섭사항"이라면서 "기존에 합의된 단체협약을 사용자가 지키지 않는 경우 그 준수를 요구하기 위한 행위는 단체협약의 이행을 실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건 파업 직전까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피고의 경영진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단체협약의 여러 절차상의 규정들을 위배하고 인사권을 남용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내부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는 한편, 경영자의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만을 제작, 편성하려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해고 장본인으로서 생각 바뀌지 않았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안광한  MBC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안광한 MBC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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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안 사장의 취임사 내용을 비판했다. 이성주 노조위원장은 "뉴스의 공정성은 언론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면서 "안 사장은 정치적 편향성을 논하기 전에 MBC가 주요 이슈에 침묵하고 균형을 못 맞추는 문제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안 사장이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부당해고 판결 뒤 <뉴스데스크>와 신문 광고를 통해 판결 내용과 노조를 일방적으로 비판한 김종국 전 사장과 인식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 사장이 해고를 한 당사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을 급격히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태그:#안광한 MBC 사장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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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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