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오형제> 영화 포스터

▲ <독수리 오형제> 영화 포스터 ⓒ (주)도키엔터테인먼트,(주)미디어데이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일본 후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독수리 오형제>(<독수리 오형제>는 국내에서 붙인 제목이고 일본의 원제는 <과학닌자대 갓챠맨>이다-기자 주)는 국내에서도 몇 차례 방영된 바 있는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일본 특촬전대물의 요소였던 '변신'을 받아들여 평상시엔 평범하게 지내던 인물들이 악당이 나타나면 지구를 지키는 대원으로 바뀐다는 내용을 담은 <독수리 오형제>는 변신에 합체를 연결하고, 각 인물이 지닌 고유한 전투 무기와 적이 지닌 메키닉 등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본 SF 전대물의 기초를 확립했다. 또한, 일본 전대물의 기본적인 대원 구성이 이때부터 5명으로 확정되었을 정도로 <독수리 오형제>가 미친 영향력은 깊다.
 
관련 분야의 선구자였던 <독수리 오형제>는 높은 인기 덕분에 속편인 <독수리 오형제 2>(1978)와 <독수리 오형제 F>(1979)까지 제작되었다. 그리고 본 작품의 성공을 발판 삼아 타츠노코 프로덕션은 <신조인간 캐산><허리케인 포리마><우주의 전사 데카맨> 등 일련의 히어로 작품을 쏟아내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타츠노코 프로덕션 창립 50주년 기념작인 영화 <독수리 오형제>는 8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일본의 블록버스터로 <신조인간 캐산>을 영화로 만든 <캐산>(2005)과 <얏타맨>을 원작으로 삼은 <이겨라 승리호>(2009) 같은 타츠노코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작품의 계보를 잇는다. 감독은 만화를 영화로 옮겼던 <카이지><카이지 2 - 인생탈환게임>을 연출하고, <고쿠센 2>와 <가정부 미타> 등의 드라마에 참여한 경력을 지닌 사토 토야가 맡았다. 

<독수리 오형제> 영화의 한 장면

▲ <독수리 오형제> 영화의 한 장면 ⓒ (주)도키엔터테인먼트,(주)미디어데이

 
2015년 괴상한 모습을 한 '갤럭터'라는 적이 출현하면서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전쟁 무기는 갤랙터가 지닌 '쉴드'라고 불리는 붉은빛 앞에서 무용지물로 변한다. 갤랙터의 파죽지세에 밀려 그저 멸망의 날만 기다리던 인류는 어떤 존재에게 마지막 희망을 건다. 쉴드의 힘을 부술 수 있는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돌을 다룰 수 있는 현대의 닌자인 독수리 오형제는 인류 최후의 보루다.
 
영화 <독수리 오형제>는 원작에서 '독수리 5형제'의 구성과 무기 등의 기본적인 설정 정도만 빌려왔을 뿐, 갤랙터의 쉴드와 인류의 돌 등 다른 설정과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게 썼다. 악당도 우두머리였던 '총통 X'는 지우고 갤랙터 군단의 대장인 '베르크 캇체'만을 남겼다. 여기에 1호인 켄(마츠자카 토리 분)와 2호인 조(아야노 고)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고, 이들과 함께 지낸 나오미(하츠네 에리코 분)가 갤랙터의 손에 죽었다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다.
 
임무 중 규칙을 무시했던 자신을 구하려다 희생된 나오미에 대한 생각에 켄은 무엇보다 임무를 생각한다. 그는 동료가 위험에 빠졌을 때에 구해주기보단 임무 수행을 우선한다. 사랑하는 연인인 나오미를 잃은 조는 복수심에 불탄다. <독수리 오형제>는 켄의 냉정함과 조의 복수심, 그들 사이에 선 나오미 등으로 새로운 인물 관계를 형성한다.
 
<독수리 오형제>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벗어나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나 전체적인 구성은 조악하기 짝이 없다. 3호인 준(고리키 아야메 분)은 켄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것 외엔 어떤 생각도 없는 듯한 인물로 등장한다. 켄과 조의 갈등 사이에서 4호 진페이(하마다 타츠오미 분)와 5호 류(스즈키 료헤이 분)는 존재감을 상실한다. 그들을 지휘하는 박사는 무능력하기만 하다. 인물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그들의 사연에서 갈등과 고뇌를 끄집어낸 원작 애니메이션과 너무나 비교된다.
 
<지아이조>처럼 즐겁게 임무를 수행하다가 중간에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 하는 첩보물을 슬쩍 흉내내더니만, 마지막엔 인간과 갤랙터 중에 누가 더 자유로운 존재인가를 묻는 지경에 이르러선 <독수리 오형제>는 일본판 <엑스맨>이 되고 싶었던 것인가란 생각마저 든다.
 
<독수리 오형제> 영화의 한 장면

▲ <독수리 오형제> 영화의 한 장면 ⓒ (주)도키엔터테인먼트,(주)미디어데이

 
<독수리 오형제>는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실사로 보는 즐거움은 존재한다. 켄의 버드부메랑이나 조의 깃털 수리검 같은 대원들의 무기를 보여주고, 그들의 고유 기체인 갓피닉스가 모습은 이상할지언정 등장하여 버드미사일을 쏜다. 그리고 불새가 되는 장면도 보여준다.
 
이런 재미 외에 <독수리 오형제>에서 다른 의미는 찾기 힘들다. 다른 타츠노코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작품인 <캐산>과 <이겨라 승리호>과 비교하면 실패는 더욱 확연하다. <캐산>은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자신들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를 과감하게 질문했다. 이것은 애니메이션 <신조인간 캐산>를 벗어난 용감한 도전이었다. <이겨라 승리호>는 애니메이션 <얏타맨>의 설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구현하며 재미를 추구했다. 반면에 <독수리 오형제>는 지나치게 할리우드의 영화들을 흉내 내다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상실했다. 
 
<엑스맨>을 어설프게 가져다가 <어벤저스>의 장면을 베끼는 <독수리 오형제>는 국적불명의 실패작이다. 800억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으나 재미와 완성도 어느 것도 성취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예고한 속편의 가능성은 아마도 극 중 폭발 장면에서 탈출 확률이었던 2.7%보다 낮아 보인다.
2014.02.24 11:16 ⓒ 201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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