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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양식장 3m 전방에 세워진 발파표지판
 개구리양식장 3m 전방에 세워진 발파표지판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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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나라인 대한민국을 동경하다가 23살에 시집와 양식장을 했습니다. 인근에 공사장 발파로 양식 중인 개구리가 죽고 남편까지 하늘로 떠나보내면서 여기 저기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다문화가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어서인지 천대와 멸시만 받았습니다."

김보경(여, 40)씨의 하소연 입니다. 중국에서 온 그녀는 아버지의 나라가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한국인학교에 다니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그 덕분인지 한국에 있는 대기업에서 통역을 하면서 이곳에서 살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1998년 23세에 충남 부여군에서 농사를 짓던 분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세 자녀(1남 2녀)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살던 곳이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으로 토지가 수용당하면서 인근으로 집단 이주를 해야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이 좋지 않던 남편이 간경화를 앓기 시작했답니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김씨는 수소문 끝에 개구리 양식을 시작하기로 했고, 전국의 양식장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공부도 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집 근처에 지인의 땅(총면적 3,379㎡의 부지에 규모 586㎡)을 임대하여 2011년 5월에는 부여군으로부터 '내수면어업신고'를 취득하고 '2011년 부여군육상양식어업신고 제2호'를 받아 1억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하우스를 짓고 개구리(북방산·계곡산·아무르산)도 4200만 원 정도 들여 구입했습니다.

김씨는 천막을 임대해서 개구리를 전시하고 올챙이를 판매하면서 밀려드는 체험객에 일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4일간 수익도 100여만 원을 올릴 때는 친환경적인 개구리 양식과 생태체험학습장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가 국·도비 보조금 547억 원(국비 377억 원, 도비 170억 원)에다 군비 168억 원, 민자 163억 원 총 83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충남 부여군 규암면 신리와 진변리 일원 25만 평을 '노인복합단지'를 조성합니다.

그 과정에서 암석이 많은 산자락에 단지가 조성되면서 총 168회의 암반 발파가 이루어졌습니다. 공사장과 3~4m가량 떨어진 곳에서 양식 중(총면적 3,379㎡의 부지에 규모 586㎡)인 개구리가 집단폐사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손해를 본 주민이 부여군 시행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증거부족만 얘기하고 얼렁뚱땅 넘어갔다고 합니다. 

남편은 죽고 사람들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개구리 사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녹아서 사라지고 일부만 남아 있는 모습
 개구리 사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녹아서 사라지고 일부만 남아 있는 모습
ⓒ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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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과 개구리양식장이 불과 3~4m가량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공사장과 개구리양식장이 불과 3~4m가량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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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부터 양식장과 3~4m가량 떨어진 곳에서 땅이 진동하고 하늘 높이 돌가루가 치솟아 오르는 발파작업이 계속됐습니다.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겹친 남편은 간경화로 끝내 숨을 거뒀지만,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서 꿋꿋하게 버텼답니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12년 봄, 동면에서 깨어나야 할 개구리가 보이지 않아서 물을 빼고 확인을 했더니 다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올챙이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조언을 받고 나서야 화약발파에 의한 진동으로 개구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여군에 신고하고 현장소장을 찾아 항의해 보았지만, 아무도 김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보경씨는 충남도, 감사원, 권익위, 국무총리실까지 공문을 보내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부여군에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뒤돌아왔다고 합니다.

김씨는 "부여군이 2010년 노인복합단지 사업을 시행하면서 (자신이 양식장을 하겠다는 사업신청서를 냈을 당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지만) 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20일 부여군 농정과 담당자는 "양식업은 신고사항으로 본인이 농지전용을 해서 양식장을 하겠다고 신청한 이상, 막을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경찰서를 찾아 화약종류 및 사용일시를 정보공개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파횟수와 사용일시가 이상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당시 시공사의 화약담당자는 "본인이 타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당 현장에 왔을 때는 앞부분의 발파 서류가 일부 없어진 상태로 화약 주임 책무로서 서류를 어떻게든 경찰서에 제출해야만 했기에 발파 작업일지의 기록들을 새로 작성하게 됐다"며 " 발파 횟수 및 수치가 달라졌던 점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일 전화로 통화한 부여경찰서 담당자는 "직원들이 1년에 한 번씩 바뀌고 사안이 오래된 관계로 정확한 파악한 어렵다"며 "그분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문화 가정이라서 무시하고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폐기물만 잔뜩 쌓인 공사장, 범죄사각지대로 전략

충남 부여군 규암면 노인복합단지 공사장 입구
 충남 부여군 규암면 노인복합단지 공사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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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에 이어 20일 다시 찾아간 현장은 공사장 입구에는 폐 콘크리트와 폐기물만 어지럽게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마을로 통하는 길도 공사장을 통해야만 갈 수 있었습니다. '궁남 양서류 증 양식연구소'란 간판이 달린 컨테이너 옆으로 하우스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공사장 인근 100m 떨어진 주택도 발파때문에 건물 일부가 금이 가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난 15일 취재를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증명하던 건물주는 21일 김씨에게 "자신은 보상을 받기로 했으니 나는 빼 달라"는 연락을 해 왔다고 합니다.

노인복합단지 조성관련 일을 맡고 있는 부여군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당시 피해에 대해 정확히 입증을 해야 하는데 개구리가 죽었다고 신고만 들어왔을 뿐 증거가 충분치 않았다,그래서 충남도에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하면 그곳의 지시를 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도를 했지만 따르지 않았다"며 "(당시 김씨가 주장했던)보상가가 부풀려 있어 협의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는 각종 폐 콘크리트와 산업폐기물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에는 각종 폐 콘크리트와 산업폐기물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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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법률센터 부소장인 배영근 변호사는 "2012년 사건으로 시간이 많이 흘러서 개구리가 발파로 인해서 죽었는지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지만 법적인 구제수단인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를 해서 당시 구입한 개구리 가격과 사료 및 재료비는 청구가 가능해 보인다"며 "당시 부여군에서 증거자료를 위해 도움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최근에 층간소음이나 생활소음 등이 사회적으로 주요하게 다루어지면서 보상기준까지 마련되고 있는 마당에 행정기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피해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민원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발파처럼 소음이나 진동피해가 큰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업 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환경피해는 예방이 중요한데 향후에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처리를 하면 공무원들의 책임회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그:#개구리양식장, #부여군, #노인복합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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