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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에 있는 소금도 짚어 넣어야 짠맛이 나듯, 주전자에 담겨있는 물도 따라 마셔야 만이 목 타는 갈증을 달래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물입니다. 땅을 조금만 파면 좋은 암반수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물이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닙니다. 좋은 생수를 얻으려면 우선 땅을 파 샘을 만들어야 합니다. 샘을 파는 과정에는 곡괭이질도 해야 하고 삽질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엔 물을 빨아올릴 수 있는 파이프를 묻거나 물이 고일 수 있는 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파이프를 묻은 상태라면 펌프를 연결하면 되고, 우물로 만들 거라면 물을 퍼 올릴 수 있는 줄과 두레박을 준비하면 됩니다. 펌프를 설치하고 두레박 우물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 또한 물이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닙니다. 두레박질을 하거나,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해야만 좋은 암반 수,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생수를 넉넉하게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꼭 필요하고, 갈증을 달래 줄 물 한 모금을 얻기 위해서도 이렇듯 어떤 노력을 해야 하듯이 깨달음으로 가는 여정 또한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건너야 할 어떤 과정, 마중물을 넣고 펌프질을 하듯이 꼭 해야 하거나 갖춰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부일수도 있고 의례일수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어떤 깨달음을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믿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어떤 경(經)을 달달 외고, 어떤 교리를 장황하게 설명할 정도로 박식할지라도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 깨달음은 한 여름 태양아래서 얼음으로 이글루를 짓겠다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믿음을 펌프질해 주는 마중물 <대승기신론>

<대승기신론 강설>┃지은이 이평래┃펴낸곳 민족사┃2014.2.25┃2만 9500원
 <대승기신론 강설>┃지은이 이평래┃펴낸곳 민족사┃2014.2.25┃2만 9500원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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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 강설>(지은이 이평래, 펴낸곳 민족사)은 이런 믿음을 뿜어 올릴 수 있는 마중물이자 펌프질 같은 내용입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꼭 건너야 할 불교 여정에 촘촘하게 놓인 징검다리 같은 내용입니다. 

'대승기신론'이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소승'의 상대적 개념, '대승의 가르침에 대하여 믿음을 일으키는 논서' 쯤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습니다. '대승기신론'은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믿음을 일으키는 논서'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생심에 체대(體大)와 상대(相大) 그리고 용대(用大) 3대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 대(大)입니다. 여기서 체대란 중생심의 본성이 진여라고 하는 의미며, 상대란 사람의 마음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승한 덕성을 갖추고 있는 것을, 용대란 마음의 작용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생들 마음에는 중생을 미망에서 깨달음으로 운반하는 힘이 있는데 이것이 '승(乘)'입니다. 아울러 자기 자신의 마음이 자성청정심인 것을 깨닫는 것이 '기신(起信)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 대승기신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여래장사상을 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논서'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여래장사상'이란 '여래의 법신이 번뇌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니 번뇌장을 벗어나 깨달음으로 나가는 방법 등을 논하는 것이 '대승기신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심이란 무엇인가?
발심이란, 거룩한 붓다의 깨달음의 경지를 목표로 하여, 모든 보디쌋뜨와가 마음을 내고 수행하여, 그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발심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믿음을 성취하여 일으키는 발심(信成就發心), 둘째, 이해·수행을 모두 성취하여 일으키는 발심(解行發心), 셋째, 진여의 도리를 깨닫고 일으키는 발심(證發心)이다. -<대승기신론 강설> 448쪽-

터득하고 깨달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가장 중요해

현재 원효학연구원장인 이평래 교수는 대승신기론을 모르는 듯이 풀어 설명하고 질문을 하듯이 강설(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자구(字句) 풀이만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믿음을 향하다 만난 동반자처럼 대승신기론에 담긴 의미와 실천방법까지를 토닥토닥 풀어놓고 있습니다. 말 생소하고 뜻 설어 단박에 그 의미가 새겨지지 않은 용어들도 있지만 '용어 해설'까지 돼 있어 그냥 일러주는 대로 읽다보면 있는지 조차도 몰랐던 믿음이 내 마음속에서 솟아납니다.

근본사상을 알고 발심이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무엇을 믿고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일러줍니다. 보시와 계율은 어떻게 닦고, 인욕과 정진은 어떻게 닦는가가 훤해 질 때쯤이면 그동안 일으킨 발심, 닦아온 보시와 계율등이 퇴보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터득하고 깨달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입니다. 

사람들 누구에게나 중생심 있고, 중생을 미망에서 깨달음으로 운반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대승기신론 강설>(지은이 이평래, 펴낸곳 민족사)은 바로 그 힘, 미망한 중생을 깨달음으로 운반하는데 꼭 필요한 믿음이 거침없이 분출 될 수 있도록 발심시켜주는 펌프질이자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대승기신론 강설>┃지은이 이평래┃펴낸곳 민족사┃2014.2.25┃2만 9500원



대승기신론 강설 - 이평래 교수의

이평래 강설, 민족사(2014)


태그:#대승기신론 강설, #이평래,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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