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4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빙상대표 수여금 전달식에서 모습

이승훈이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4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빙상대표 수여금 전달식에서 모습 ⓒ 박영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이 소치올림픽 두 번째 레이스에서 4위를 기록했다.

이승훈은 18일 밤(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러 아레나 빙상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에서 4위를 기록했다.

이승훈은 가장 마지막 조였던 7조에서 밴쿠버올림픽에서 뼈아픈 실수로 실격처리돼 메달을 놓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와 함께 경기했다. 두 선수는 초반 페이스를 비슷하게 유지했다. 장거리의 최강자인 스벤 크라머는 1번째 바퀴에서 이승훈을 앞질렀고, 2, 3번째 바퀴에선 이승훈이 크라머를 앞서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승훈은 이후에도 꾸준히 30초 초중반대의 기록을 유지하면서 크라머와 거의 동일하게 게임을 이어나갔다. 10바퀴를 넘어가면서 크라머는 이승훈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이승훈은 자신의 랩타임인 30~31초 대의 기록을 꾸준히 유지해 가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이승훈은 10바퀴 가량을 남기고 31초 후반대로 기록이 조금씩 떨어졌다. 5바퀴를 남기고 32초 초반대의 기록을 낸 이승훈은 3바퀴를 남기고 33초 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투혼의 역주를 펼친 이승훈은 결국 13분 11초 68의 기록으로 3위의 밥데용(네덜란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4위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한 순위권에 들었다.

이승훈과 함께 경기한 스벤 크라머는 3바퀴 가량을 남기고 1위로 달리던 요리트 베리그스마(네덜란드)의 기록에 뒤지면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는 이승훈의 바로 앞조였던 6조에서 경기를 펼친 요리트 베리그스마가 종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승훈이 세웠던 올림픽 기록을 깨고, 12분 44초 45의 새로운 올림픽 신기록을 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이승훈은 스벤 크라머와 함께 경기하는 것을 꺼려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이승훈은 크라머와 한 조에서 경기를 했지만 후반 체력이 떨어지면서 아쉽게 밀린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이승훈은 크라머와 동등하게 따라간 뒤 자신의 기록을 꾸준히 유지하는 작전으로 기복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앞서 이승훈은 8일에 있었던 남자 5000m 경기에서 아쉬운 레이스를 펼쳐 12위를 기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보다 팀추월 경기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이승훈은 10000m 경기에서 5000m의 아쉬움을 덜어내기에 충분한 레이스를 보여줬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승훈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이승훈은 12분 58초 16의 올림픽 신기록을 내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후 스벤 크라머가 레이스 도중 실수로 실격처리 돼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은 바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소치올림픽 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