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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8일 오후 5시 50분]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도중 붕괴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의 모습. 18일 날이 밝으며 확인된 체육관은 지붕이 무너져내리고 벽체 등 구조물이 전체적으로 뒤틀리는 든 참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오후 발생한 붕괴사고로 10명(부산외대생 9명, 이벤트업체 관계자 1명)이 사망하고, 1백여명이 부상당했다.
▲ 새내기 희망 뺏어간 참사 현장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도중 붕괴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의 모습. 18일 날이 밝으며 확인된 체육관은 지붕이 무너져내리고 벽체 등 구조물이 전체적으로 뒤틀리는 든 참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오후 발생한 붕괴사고로 10명(부산외대생 9명, 이벤트업체 관계자 1명)이 사망하고, 1백여명이 부상당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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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으신 건데요? 지금 말할 상황도 아니고 말하고 싶지도 않거든요. 저 아까부터 기자들 전화 많이 받았는데, 정말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전화하지 마세요."

전화를 받은 남학생이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화내듯 말을 내뱉었다. 17일 밤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와 관련, 현장에 있던 부산외국어대 학생회 간부학생에게 당시 상황을 물으려던 차였다. 전화를 건 기자가 차마 입을 떼기도 전에 학생은 할 말을 다 한 듯 전화를 끊었다.

사망자 10명 등 사상자 115명을 낸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인해, 숨진 학생들의 가족은 물론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심리적 내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사고를 겪은 뒤 찾아올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끔찍한 경험을 한 뒤 나타나는 우울증·죄의식·공포감 등 불안증세를 뜻한다. 이 증상을 겪는 환자들은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심리치유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는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단지 10명이 죽은 것이 아니다"라며 "숨진 학생들의 유가족은 질병 등 자녀와 헤어지는 과정 없이 갑작스레 재난을 당했기 때문에, 부모도 심리적으로는 그 순간 같이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혜신 박사는 "친구가 목숨을 잃은 바로 그 현장에 함께 있던 대부분의 아이들도 '죽음 각인'이라는 끔찍한 내상을 입는다"며 "아마 부모들은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질적 피해보상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학교와 국가 등 책임있는 주체가 나서 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 학생들, 사고 기억 못하기도... "72시간 내 치료해야"

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숨진 학생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울산 21세기좋은병원으로 온 25명의 환자 중 5명이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희생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 오열하는 희생자 가족 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숨진 학생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울산 21세기좋은병원으로 온 25명의 환자 중 5명이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희생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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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정신건강증진센터장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과 전문의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되도록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전문의는 "미국의 재난지원청 매뉴얼에 따르면, 대형참사 등 급작스런 사고를 겪은 사람의 경우 사고 후 72시간 내에 자신의 충격에 대해 말하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부상자들이 사고로 인한 두려움을 나누고 서로 지지감을 느껴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본지 기자에 따르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 학생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힘겹게 회상하거나 충격으로 아예 당시를 기억하지 못했다. 병원 복도는 연락을 받고 달려 온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숨진 학생의 한 아버지는 "딸의 사망 소식도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아침에 출근하느라 딸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는데..."라 한탄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사망 학생 아버지 "어떻게 학교에서 연락도 없나").

사고가 난 환영회에 참가했다가 18일 오후 부산외대로 돌아온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돌아온 400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양쪽으로 목발을 짚고 환자복을 입은 학생, 왼쪽 정강이에 붕대를 두른 학생 등이 버스에서 내렸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러한 심리적 트라우마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보통 사고 후 늦어도 3~4주 이내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수 전문의는 "유가족들은 물론 현장에서 구조된 학생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를 겪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방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10명이 사망한 가운데, 부상을 입은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오후 환자복을 입고 목발을 짚으면서 학교에 도착했다.
▲ 부산외대로 돌아온 리조트 붕괴사고 부상자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10명이 사망한 가운데, 부상을 입은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18일 오후 환자복을 입고 목발을 짚으면서 학교에 도착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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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주 리조트 사고, #부산외대 사고, #신입생 환영회,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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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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