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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픽쳐스(소니)의 1억 3천만 달러짜리 초대형 리메이크 프로젝트 <로보캅>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987년 지금은 사라진 액션 영화의 명가, 오라이언이 제작했던 폴 버호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다시 스크린으로 옮긴 이번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첨단 CG를 내세우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는 실망스럽다. 오리지널(이하 '1987년판')이 비록 지나친 폭력 장면 등으로 인해 X등급 판정을 받는 등 논란을 빚긴 했지만 흥행·비평 모두 성공적이었던데 반해, 이번 리메이크(이하 '2014년판')는 어디 한쪽도 만족시켰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1987년판'의 경우, 비록 당시의 제작 기술적 제약이 많았지만 민간자본의 공공영역 침투가 가져오는 재앙(각종 행정기관은 물론 경찰까지 민영화하는 현상)을 '로보캅' 머피 형사를 통해 비판하면서 당시 '강력한 미국'을 주창했던 보수 성향의 레이건 행정부를 겨냥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어떤 의미에선 우리 역시 때마침 부당한 공권력에 분노로 들끓었던 시민들이 로보캅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2014 로보캅,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2014년 리메이크된 영화 <로보캅>

2014년 리메이크된 영화 <로보캅>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그런데 '2014년판'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방향성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장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것만 보면 화끈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기획한 것은 분명한데 영화는 그러한 의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브라질 출신의 호세 파딜라 감독(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을 선택한 건 최근 급증한 이른바 '작가주의 감독들의 블록버스터 영화 진출'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딱히 성공적이진 못하다.

외부의 통제와 억압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고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악을 소탕하는 건 '1987년판'가 다를 바 없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썩 매끄럽지 못하다. '2014년판'에선 경찰이 민영화되지 않았고 머피 형사 역시 일찌감치 자신이 로봇으로 만들어진 걸 알게된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게다가 너무 많은 주제 의식(미국의 보수주의와 자본주의, 매스미디어 비판, 가족애, 인간의 존엄성 등)을 한 그릇에 다 담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넘쳐 버렸다. 때문에 감독이 진짜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명확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느낌이다. 요즘 영화 답게 화려한 CG로 중무장한 전투로봇과의 혈투 등은 나름 인상적이나 긴박감을 만끽하기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지략가 잭 라이언, 뜬금없이 '격투의 달인'이 됐네

 영화 <잭 라이언:코드네임 쉐도우>의 한 장면

영화 <잭 라이언:코드네임 쉐도우>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2014 로보캅'이 보여준 실수는 지난 1월 선보였던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이하 '코드네임 쉐도우')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첩보-군사소설의 대가, 故 톰 클랜시가 탄생시킨 매력적인 캐릭터 잭 라이언을 다시 영화로 옮긴 이 영화도 일찌감치 흥행 실패와 함께 골수팬들의 실망을 샀다.

애초에 잭 라이언은 기존 영화/소설에서 다룬 첩보원과는 다른 인물이다. 제임스 본드('007' 시리즈), 제이슨 본 ('본' 시리즈), 에단 헌트 (<미션 임파서블>)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스파이/첩보원은 빼어난 사격, 무술 실력을 겸비한 현장 요원이다.

그러나 잭 라이언은 분석가다. 물론 간혹 적과 혈투도 벌이지만 이는 가족을 지키고(<패트리어트 게임>) 동료들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붉은 10월>)일 뿐, 특유의 지략으로 조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근직' 인물이다. (원작 소설에선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후일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코드네임 쉐도우>에선 기존 잭 라이언의 특징이자 장점을 모두 지워버리는 크나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뜬금없이 놀랄만한 실력을 보여주며 적들과의 총격전, 격투를 큰 어려움 없이 치러내니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이미 4편의 영화와 수십종의 원작소설을 통해 일찌감치 잭 라이언의 능력치를 알고 있던 팬들로선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잭 라이언의 매력은 치밀한 두뇌싸움과 해박한 지식에 있으며, 국가에 충성하지만 부정을 저지른 자라면 상대방이 미국 대통령이더라도 결코 용납치 않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점에 있다. 그런데 <코드네임 쉐도우>에선 그의 매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니 결국 평범한 '대테러 액션물'로만 남고 말았다.

이들 1980-90년대 영화의 리메이크들은 결국 '방향성의 부재'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원작이 지닌 주제 의식이나 특성을 그대로 살리느냐, 아니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목표를 잡느냐가 중요한 리메이크에서 <로보캅>은 나름 전자에 비중을 두긴 했지만 너무 많은 욕심으로 화를 불러왔고 <코드네임 쉐도우>는 잘못 설정된 방향이 끝내 크나큰 경로 이탈이 되고 말았다.

올해엔 앞으로도 <고질라>, <엑소더스> 등 팬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대작들이 대거 스크린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작품들은 과연 어떤 결과치를 보여줄까. 솔직히 말해, 우려스러운 마음이 더욱 커져 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리메이크 로보캅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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