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3년 11월 14일 국회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가 일시 중지되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박준우 정무수석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국정감사장 나온 김기춘-이정현 2013년 11월 14일 국회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가 일시 중지되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박준우 정무수석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박심(朴心)을 말하는 사람? 이정현 홍보수석이지. 몰랐어?"

청와대가 '툭' 튀어나왔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도대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미는 친박 주류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같은 호남(전남 장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김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뜬금없이 끌어올렸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의중을 '친박 주류'인 홍문종 사무총장 등이 수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의 또 다른 인사를 거론했다. 그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두 '카더라'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심(청와대의 의중)'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그 배후로 모두 청와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실 '박심' 논란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이긴 했다. 여러 악재에도 공고한 지지율을 지키는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을 '일치'시키며 만만찮은 본선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박심'은 2012년 총·대선을 거치면서 '친박(친박근혜)' 일색으로 탈바꿈된 새누리당에서 본선 진출권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무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친박' 인사들의 이름은 6.4 지방선거를 1년 여 앞뒀을 때도 각 광역단체장 유력 여권후보로 오르내렸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6.4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지사 선거를 위해 '입각'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외에 인천시장에는 이학재·윤상현 의원, 부산시장에는 서병수 의원, 대전시장에는 박성효 의원, 대구시장에는 조원진 의원·권영진 전 의원 등이 거론됐다. 친박의 독주였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여전히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워낙 친박인사들만 후보선상에 오르내리던 것이 부담스러웠을 정도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여름 기자와 만나 "청와대도 생각이 있으면 후보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지방선거 후보들이 모두 친박 일색인데 국민들이 좋게 받아들이겠나"라고 관측했다.

그의 예측은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현재 미묘하게 들어맞고 있다. 당 안팎에서 출마압박을 받고 있는 대다수 인사들이 '비박' 후보들이다. 이는 차기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경선 등과 연결되면서 당내 권력지도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 '구원투수'로 내각 및 청와대 요직 인사들을 차출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친이' 김황식 전 총리, 친박이 지원한다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한 가운데 지난 6일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결정하기까지) 심사숙고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게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한 가운데 지난 6일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결정하기까지) 심사숙고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성관

관련사진보기


일단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감사원장·국무총리를 지낸 사실상 친이(친이명박) 인사다. 그런 그를 두고서 '박심 마케팅' 논란이 인다는 자체가 역설인 셈이다. 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계파 세탁' 아니냐고 비꼬기도 한다.

친박 주류가 김 전 총리를 밀고 있다는 '의심'은 김 전 총리의 당내 기반이 전무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김 전 총리는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설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며 "꽃가마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즉 선거 경험과 당내 기반이 전무한 만큼 경선을 피하고 추대해주길 바란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지난 1월 SBS와 한 인터뷰에서 "추대를 바라는 건 꼼수다, 경선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변화는 당 지도부 인사와 접촉한 후 지원을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냈다(물론, 김 전 총리는 지난 11일 미국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심 마케팅' 논란에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의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공개 경고'에 이어, 11일 출마 기자회견 후 간담회에서도 "박심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당의 필패를 가져온다, 그런 후보는 나올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김 전 총리와 함께 당으로부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요구받고 있는 정몽준 의원 역시 같은 날 이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 자리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모두 친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청와대를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청와대에도 도움이 안 되고 우리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석연찮은 행보가 의심을 더 키우고 있는 측면도 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12일 주광덕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지사 출마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직접 지방선거 후보군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였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일 주 비서관과 남 의원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며 '경기지사 출마 요청설'이 나오자 "대통령 비서관이 공개된 장소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느냐"면서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남 의원의 설명은 달랐다.

"청와대가 내 생각을 듣고 싶어 했다. 주광덕 선배한테도 나 자꾸 괴롭히면 불출마선언을 해버릴 테니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주 비서관은) '그러면 불출마선언은 하지마라'고 했다. 그래서 OK 했다."

석연찮은 청와대·당 주류 행보... "해외서도 선거운동 하더니 갑자기 불출마"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의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의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당 지도부와 친박 주류 쪽은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중진차출론은 언론에서 쓰는 얘기"라며 "저희는 당의 모든 총역량을 집결하자는 총동원령으로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역량을 집결해야 지방선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저를 비롯해 어느 분도 어떤 후보에 대해 지원한다든지, 선호한다든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선거 승리를 위한 '흥행'을 위한 순수한 요구이지 특정 후보를 밀거나 지원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황우여 당대표도 13일 의원총회에서 "당내 민주화 방향에 역행하는 듯한 바람직하지 않은 논란(박심 논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언급하는 박심 논란은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지도 않다, 어려운 때에는 언행을 자중자애하고 당 단합에 힘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해명에도 박심 논란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박심 논란이 지방선거 후 당 권력지도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뒤바뀐 차기 원내대표 경선구도가 대표적 사례다.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하던 '신박(新朴)' 이주영 의원이 갑자기 새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됐고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원조 친박' 정갑윤 의원은 보름 만에 불출마 선언을 하며 원내대표 경선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의원 대신 '비박'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울산시장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들이 전광석화처럼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혀 온 남경필 의원에게 경기지사에 출마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친박 주류의 새판 짜기 그림 중 하나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갑윤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최근 정국에 대한 여권 수뇌부의 고뇌를 지켜보면서 중진으로서 저의 책임과 위치를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를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출마선언 전인) 지난달 1월 인도-스위스 해외순방에서도 그 비싼 '해외로밍'으로 전화를 걸어 선거운동을 했던 양반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출마 선언이라니 뭔가 있긴 있다."


태그:#6.4 지방선거, #박심 마케팅, #박근혜, #김기춘, #중진차출론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