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 논란을 다룬 <JTBC 뉴스9>.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논란을 다룬 . ⓒ JTBC


손석희와 JTBC <뉴스9>은 달랐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상영관 축소 논란이 방송사 메인뉴스에 등장했다. 12일 방송된 JTBC <뉴스9>을 통해서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 후반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선전'이란 리포트를 통해 개봉 1주일 만에 22만을 돌파한 이 영화의 조용한 흥행의 의미를 짚었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인데요. 적은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의 멘트에 이어 <뉴스9>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어제(11일) 하루 2만 3천 명의 관객을 모아 당일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며 "누적 관객도 22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런 성과까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보도기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예매율에 비해 개봉관을 적게 잡거나 축소했다는 등의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고 꼬집은 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우리 영화계에 또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지상파 3사가 외면한 <또 하나의 약속> 보도... JTBC가 유일

 12일 <뉴스9>에 이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다룬 13일 JTBC <아침&>.

12일 <뉴스9>에 이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다룬 13일 JTBC <아침&>. ⓒ JTBC


"JTBC 손석희가 삼성은 못 건드릴 거라던 모두의 예측을 깨고 삼성을 겨냥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도했다. 박수!!!!!" (@anXXXXXXXX)

"어제 9시 뉴스에서 JTBC 손석희는 <또 하나의 약속>의 흥행 선전과 배급 관련 소식을 전했다... 지상파 메인 뉴스들은 어땠나...?" (‏@soXXXXXXX)

"다들 그랬지.. 손석희가 JTBC 갈 때 삼성은 못 건드릴 거라고.. 이만큼이라도 하는 방송 있음 나와 보라 그래!!" (‏@yoXXXXXX)

<뉴스9>이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영화라고 소개한 '주석'이 특히 눈에 띄었다. 방송 직후 올라온 SNS 사용자들의 반응도 대부분 이에 집중됐다.

<또 하나의 약속> 개봉 직후 상영 축소 논란과 외압설이 일자, JTBC가 이 사태를 보도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 매체는 '손석희의 JTBC 뉴스9, <또 하나의 약속> 사태 다룰까?'란 기사에서 JTBC 측 관계자를 인용해 "전혀 계획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석희 사장은 이런 예측을 비웃듯 개봉 1주일 만에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영화"를 언급한 것이다.

'중앙일보 방송'인 JTBC가 종편 4사 출범 당시 '범삼성방송'으로 평가받으며 우려를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작년 5월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역시 JTBC의 <썰전>에 출연한 평론가 허지웅이 손석희 사장의 취임을 두고 "손석희를 통해 이념 통합의 실험을 하는 셈이다. 보도국의 완전한 독립과 자유가 중요하다"라며 "무엇보다 삼성을 깔 수 있느냐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한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된 바 있다.

꾸준하게 삼성 보도하는 JTBC <뉴스9>, 기계적 균형 넘어서나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 JTBC


손석희 앵커의 입에서 '삼성전자'가 나온 것은 <또 하나의 약속> 관련 보도가 처음은 아니다. 작년 9월 삼성전자 앞에서 열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 시위를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종편은 물론 지상파 3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삼성전자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다. 

이후 <뉴스9>은 심심치 않게 삼성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는 보도를 내보내 왔다. 작년 10월에는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문건을 특종 보도하면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스튜디오로 불러 인터뷰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삼성 SDS가 납품한 수중 감시 장비 성능 부실로 20개월 가까이 중단된 군 철책 제거 작업을 기자 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JTBC의 <또 하나의 약속> 보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자명하다. 손석희 사장 체제의 JTBC 보도부문이 "삼성을 깔 수 있느냐"란 단순한 딜레마에선 어느 정도 벗어났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백혈병'을 언급해야 하는 <또 하나의 약속> 논란은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단 한 번도 보도된 적이 없다. JTBC 보도부문과 손석희 사장이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또 하나의 약속>은 일정 정도의 시청률을 통해 영화계 내에서의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SNS와 인터넷 포털에서 수차례 이슈화된 사안이고 예매율이 높았던 영화임을 생각했을 때, 제작사 측에서 제기하는 삼성 눈치 보기와 '자기검열'을 거론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뉴스9>이 언급한 "생각할 거리"에 괄호가 쳐진 문장은 분명 '삼성'일 것이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 광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홀대하고 방송사들이 외면한 <또 하나의 약속>을 다룬 <뉴스9>의 보도가 상징적인 것은 그래서다. '삼성 눈치 보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영화와 방송의 연대라고 할 만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압박을 받기도 한 <뉴스9>과 손석희 사장은 이렇게 기계적 균형을 넘어 언론 지형의 균열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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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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