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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의 막이 오르며 정치권은 '입법 전쟁'에 돌입했다. 여야는 6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4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2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생색 낼'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벌이게 될 2월 국회의 쟁점 법안을 살펴보았다. 정부·여당과 야권이 각각 어떤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들어본다. [편집자말]
[입법전쟁 ③] 관광진흥법
 [입법전쟁 ③] 관광진흥법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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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의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며 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민주당은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법'이라며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학교시설 인근에 호텔건립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법 통과를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 해 말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삼았으나 처리가 지연됐다. 이에 관광진흥법은 2월 임시국회 쟁점 법안으로 다시 떠올랐다.

민주당은 관광진흥법이 경복궁 주변(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인근) 특급호텔 건립을 바라던 한진그룹을 위한 특혜법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해 8월 박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오찬 간담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읍소'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투자하려 해도 몇 년을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그런 것부터 뭔가 좀 해결책이 꼭 나왔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후 정부가 법안 추진에 적극 나섰고, '한진그룹 특혜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특정 기업을 위해 내놓은 법안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대신 정부가 내놓는 일관된 주장은 "관광진흥법이 통과되면 4만7000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필수 법안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이에 민주당은 "4만 7000개 일자리는 과장되고 검증되지 않은 수치"라고 반박한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대통령까지 '통과' 호소한 관광진흥법

관광진흥법 처리를 먼저 들고 나온 사람은 정홍원 국무총리다. 지난 해 10월 있었던 정 총리의 첫 대국민 담화는 '경제활성화 입법'을 위한 국회 협조에 방점이 찍혔다.

당시 정 총리는 "경기회복 불씨를 살려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 나가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이 하루 빨리 처리되도록 국회와 정치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리는 "관광진흥법안이 입법화되면 약 2조 원 규모 호텔건립 투자로 4만7000여 개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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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도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18일 시정연설에서 "관광진흥법이 통과되면 약 2조 원 규모의 투자와 4만7000여 개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회와 정부·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가장의 처진 어깨를 펴주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기 위한 법안들이 제 때 통과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당부했다.

여기에 현오석 경제부총리까지 가세했다. 지난 해 12월 26일 현 부총리는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야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각종 법안들이 조속히 집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법'으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언급한 현 부총리는 "최근 들어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200만 명이 넘게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며 "때문에 이 법안만 통과돼도 약 2조 원 규모의 투자와 4만7000여 개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거 없는 유해성 우려 때문에 법안 통과가 지연된다면 일자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에 손놓고만 있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자리는 얻어질 수 없다"고 압박했다. '기우' 때문에 4만7000개의 일자리를 놓칠 수는 없다는 논지다.

"여학생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 바로 옆에 호텔 건립, 말이 되느냐"

그러나 '4만 7000개의 고용 창출' 효과 자체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실은 취업유발계수를 통해 고용 산출 효과를 추출했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총리실은 "2조 원 투자시 숙박업의 취업유발계수(2011년 23명)를 고려하면, 약 4만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업유발계수는 특정산업 부문에서 최종수요(매출액) 10억 원이 발생할 때 해당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뜻한다. 매출이 늘어났다고 정비례해서 고용이 늘어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2011년 도소매업종의 경우 취업유발계수(매출 4조7000억 원 증가, 취업유발계수 23.5명)에 따르면, 11만 명의 고용이 늘어야 하지만 8900명만 증가했을 뿐이다. 또 정부의 주장은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를 산출한 것으로, '매출'을 기준으로 한 취업유발계수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4만7000개 고용 창출 주장은 허당"이라며 "굉장히 과장된 수치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한진그룹은 경복궁 옆, 6m 폭의 도로만 건너면 여고가 있는 그곳에 호텔을 짓겠다는 건데 그 자체로 특혜 논란이 있다"며 "여학생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 바로 옆에 호텔을 건립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해당 부지는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이기 때문에 5층 이상 건물을 못 짓게 돼있다, 대한항공에서도 객실 숫자가 백 몇 십개에 불과할 거라고 얘기한다"며 "더군다나 학교 주변이어서 술을 팔거나 유흥성 영업을 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 호텔 주수입원이 식음료 판매여서 제한된 객실로는 영입이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 하나당 200만 원 이상 받아야 수지가 맞는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호텔 건립 자체가 현실성 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적자'가 예상됨에도 한진그룹이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를 김 의원은 "일단 호텔 건립 허가를 받고 나서 비싼 값에 땅을 팔려는 거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된다면 기업의 땅 장사를 위해 법을 개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관광진흥법 개정'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김 의원은 "누군가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뱉었고, 어쩔 수 없이 추진해 가고 있는 거 아니냐는 게 대체적 견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조차 뜨뜻미지근...정부만 통과에 '혈안'

실제 정부가 재차 삼차 강조하며 관광진흥법 통과를 당부했지만 새누리당조차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명목상으로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법'으로 관광진흥법을 꼽고 있으면서도 정작 누군가 전면에 나서 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 및 학교 주변 풍속을 해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현재 상황으로서는 2월 국회 통과가 힘들 거라고 본다"며 "야당에서 이견이 많고 여당에서도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일단 교문위 안건으로 법안이 올라가겠지만 학부모와 학생, 관광업계, 여야 의견을 모두 조율하고 맞춰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학교 바로 옆에 호텔이 들어서게 하는 법인데 학부모들이 찬성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새누리당 소속 교문위 위원들도 총대를 메고 법안 추진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찬성하기 어려운 법안에 정부만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태그:#관광진흥법, #한진그룹, #경복궁, #호텔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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