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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성문고 3학년1반 담임 박찬수 선생
 안양성문고 3학년1반 담임 박찬수 선생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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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쫓겨난 기억


초등학교 담임이 육성회비를 재촉했다. 노점상 아버지는 유치장에 갇혔다. 벌금을 내지 못해 구류를 사는 아버지에게 육성회비를 달라고 할 순 없었다. 그러자 육성회비 미납학생 명단을 공개했다. 그래도 못 냈다. 나는 창피했는데 담임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담임은 나를 교실 밖 복도로 끌어내 무릎을 꿇렸다. 나는 두 손 들었지만, 담임은 두 손 들지 않았다. 육성회비 징수 실적에 목을 맨 담임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학교 밖으로 내쫓았다.

"육성회비를 내지 않는 놈은 공부할 수 없다. 집에서 육성회비를 가져와서 공부해라!"

나에게 학교는 부잣집 담장처럼 높고 무서운 곳이었다. 그때의 심정을 시로 썼는데 이렇다.

"교과서가 눈물 젖은 빵이었다면/ 추운 몸 감싸주는 옷이었다면/ 영등포에서 껌을 팔았을까요./ 신문 팔고 구두 찍다가 들켜/ 문제 학생으로 찍혔을까요."('나의 교복 나의 학교' 중 일부)

가난하면 차별받고, 천대받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나의 학교와 선생들이 너무 일찍 가르쳐주었다.

학교를 떠난 뒤에 학교를 찾아간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선생을 찾아간 적도 없다. 선생 하면 지독한 세리가 떠올라서다. 그래서 자애로운 스승이 더욱 그립다. 이 험한 세상을 홀로 걷는 인생이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가. 삶의 위로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세상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스승의 길은 갈수록 지워졌고 이제는 희미하다.

스쿠터 타고 가정방문하는 선생

안양성문고 3학년1반 학생들과 박찬수 선생
 안양성문고 3학년1반 학생들과 박찬수 선생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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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운했지만, 그때는 스승이 존재했다. 쫓겨난 제자를 지키려는 스승과 그 사랑에 눈물 흘리는 제자가 있었다. 가난했지만, 눈물로 따뜻했던 시대였다. 그런데 이제는 풍요로워졌는데 학생들은 온갖 비명과 신음을 토하고, 선생들은 '선생질 못해 먹겠다, 연금기한만 차면 때려치우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사제가 사라진 세상의 어두운 귀퉁이에서 눈 맑은 스승을 만났다.

박찬수(57) 안양성문고 3학년1반 담임선생. 불우한 가정형편 탓에 공업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신문팔이와 사환으로 가정생계를 잇다가 입대했고, 제대한 뒤에는 운전기사와 채탄공으로 일하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마침내 꿈꾸던 선생이 됐지만, 비인가 실업학교 교사 생활은 짧게 끝났다. 가족 생계 때문에 학원가로 발길을 옮긴 그는 7년의 강사 생활을 통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돈도 제법 모았지만 마음은 허전했다.

그는 2002년 안양 성문고 교사가 됐다. 정규학교 교사가 됐지만 정규교사는 아니었다. 1년간 임시교사로 역사를 가르치다 2003년 정규교사가 됐다. 정규 선생이 됐지만 월급쟁이 선생이 아닌 스승의 길을 선택했다. 가난한 학생시절에 그는 선생에게 쫓겨나면서 다짐했다. "선생이 되면 저런 선생이 되지 말자", 그는 그 다짐대로 10년째 스승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학기가 시작되면 가정방문을 꼭 한다. 그 대신 학생의 신상기록은 들춰보지 않는다. 그 기록을 보게 되면 '그런 학생'으로 낙인찍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정 사정을 알아야 한다. 가정방문을 하면 학부모와 30분가량 대화 나누고 물 한잔 마시고 돌아간다. 그 짧은 시간에 사정을 파악할 수 있을까? 그는 잘 파악한다. 비법은 쫓겨난 자의 동병상련이다. 아픔을 겪은 사람은 아픈 사람의 아픔이 잘 보이고 잘 들린다.

미정(가명)이는 중산층인 줄 알았다. 구김살 없이 너무 밝았다. 그런데 허름한 주택에서 이혼한 아빠와 살았다. 아침밥을 지어 아빠와 동생을 챙기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미정이는 자신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밝은 표정을 지은 것이다. 미정이에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위로했더니 펑펑 울었다. 가정방문을 하지 않았다면 미정이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미정이처럼 어려운 제자들을 집으로 불러서 밥을 먹이고, 영화를 관람하며 위로한다.

2013년 3학년1반 37명의 가정도 가가호호 방문했다. 그의 발은 자동차가 아닌 스쿠터다. 치킨이나 피자 배달원이 타는 그런 스쿠터. 그는 체면보다는 필요를 선택했다. 그에게는 많은 학생과 졸업생이 찾아온다. 가난한 선생이 제자들에게 밥을 사주고, 영화를 같이 보고, 여행을 같이 다니려면 돈이 꽤든다. 그래서 자동차에 비해 지출이 훨씬 적은 스쿠터를 선택했다. 스쿠터는 비용뿐 아니라 기동력도 뛰어나다. 제자들의 산동네 골목골목 집을 찾아가려면 스쿠터만한 발이 없다.

엄마·아빠를 죽이고 싶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박찬수 선생은 제자들에게 마라톤과 인생을 가르쳐준다.
 박찬수 선생은 제자들에게 마라톤과 인생을 가르쳐준다.
ⓒ 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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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을 마치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봄과 가을 두 차례 풀코스를 뛴다. 42.195km 중 37km는 37명의 학생 몫이다. 학생 1인에 1km씩, 그 학생의 아픔과 희망을 위해 기도하며 뛰고 나머지 5.195km는 스승의 길을 점검하고, 다짐하며 뛴다. 그의 기록은 4~5시간 정도다. 쉰일곱인 그가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기록 갱신이 아니라 제자들의 아픔을 껴안기 위해서다. 

신록의 4월엔 자연 품에 안긴다. 교실에서 아웅다웅하는 제자들을 숲속에 데려가 눕힌 뒤에 푸른 하늘과 벚꽃과 친구를 보게 한다. 친구들은 경쟁자가 아닌 꽃보다 별보다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수능에 메인 고3 학생들을 공부가 아닌 자연체험과 여행, 마라톤대회 등에 데려가는 것은 대학보다 더 소중한 친구, 자연, 평화를 가슴에 심어주기 위해서다.

5월엔 학생들과 하프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자포자기 한 제자들을 일으키려는 시도다. 일반 학생 5명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문제 학생 1명이 완주하도록 돕는다. 마라톤 훈련을 하면서 같이 밥 먹고, 영화를 관람하면서 친해지면 학생들은 아픔을 털어 놓는다. 마라톤을 선택한 것은 인생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앞선 사람을 쫓으려고 오버 페이스를 하면 마라톤은 실패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앞선 사람을 쫓으려고 경쟁하면 인생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이웃과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평화의 인생을 살려면 오버 페이스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민호(가명)는 지독한 골초였다. 민호의 부모는 갈등이 심각했고, 부부싸움이 벌어지면 불똥이 민호에게 튀었다. 민호 엄마는 공부 못한다며 아들을 저주했고, 견디지 못한 민호는 자해 소동을 일으키곤 했다. 민호에게 흡연은 불안감과 불만을 해소하는 수단이었다. 수업 중에도 답답하면 교실을 뛰쳐나가 담배를 피웠고, 담임인 그는 흡연하다 적발된 민호를 빼냈다. 하지만 흡연에 대해 가타부타 하지 않았다. 민호에겐 담배가 숨통이기 때문이다.

엄마·아빠를 죽이고 싶다고 했던 민호가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뒤에는 "선생님, 이상해요. 마라톤 하기 전에는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요!"라고 말했다. 담임에게 보답이나 하듯이 답답증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부모를 죽이고 싶다는 말도 사라졌다.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준 학생들은 친구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서로 일으켜주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면 한강 도보여행을 떠난다. 2013년 도보여행에는 도보여행을 경험한 선배들이 함께 걸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강 도보여행은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5년 전부터 시작했다. 작년 도보여행은 폭우를 헤쳐 나가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저녁 8시에 서빙고를 출발해 잠수교를 건너 안양천 합수부에 도착하자 새벽 5시30분이 됐다. 발에 물집이 생기는 등 지친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5년째 듣는 욕이다. 그런데 도보여행을 마치고 나면 "샘, 내년에 또 해요!"라고 조른다. 힘듦의 성취감이다. 학생들은 도보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친구를 생각하고, 비와 바람과 강물을 느낀다. 평화의 마음을 심어주려는 그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미운 학생은 없고, 가슴 아픈 학생만 있다

박찬수 선생이 제자들에게 나눠준 수험표 뒷면과 몰래 선물한 초콜릿
 박찬수 선생이 제자들에게 나눠준 수험표 뒷면과 몰래 선물한 초콜릿
ⓒ 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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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의 고비는 2학기다. 이때면 모두 지친다. 그러면 학생들을 데리고 안면도로 소풍을 떠난다. 학생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함께 간다. 그의 가정방문과 소풍의 역사는 깊다. 학원 강사 시절에도 학원생의 가정을 방문하고, 소풍을 갔고 학원비를 못 내는 학원생의 학원비를 1년간 대주었다. 그의 제자들은 학교뿐 아니라 학원과 교회 등 세상 도처에 있다.

그에겐 미운 학생은 없고, 가슴 아픈 학생만 있다. 선생으로서 그는 지식을 가르치는 본연의 일보다 아픈 학생들을 살리는 것에 더 힘썼다. 학교에 와서 말 한마디로 하지 않고 있다가 가는 우울증 학생, 남다른 신체 때문에 고민하다 자해하는 학생,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학생, 시각장애 어머니와 반지하에 사는 어려운 학생, 불량배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학생…. 흉기에 찔린 학생의 아버지는 불구상태로 병원비를 낼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모 대신 병원 보증을 서고, 모금을 하느라 동분서주해야 했다. 

수능 D데이가 시작되면 그는 수험생보다 더 바빠진다. 격려의 글을 쓴 초콜릿을 37명에게 몰래 배달한다. 아파트에 사는 학생은 아파트 우편함에 몰래 넣어두고, 어떤 학생은 가방에 몰래 넣어둔다. 그의 초콜릿을 받아든 제자들은 힘을 내어 막바지 경주를 한다. 수험표가 도착하면 수험표 뒷면에 수능 답을 적을 수 있도록 칸을 만들고, 수능생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 기도문을 써서 나눠준다. 올해 나눠준 수험표 뒷면에는 이렇게 썼다. 

"여러분의 수험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여러분에게 무엇이었나?'를 생각합니다. 나는 과연 여러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가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한명 한명의 이름을 다시 새롭게 새겨 봅니다.

이제는 아쉽게도 보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조금만 더 하면서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이름들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이 최선을 다하고 있을 시간, 나는 마음에 여러분을 담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을 기도하면서 -  2013. 11. 06일 여러분의 마지막 담임 박찬수"

그의 입시상담은 다르다. 찌개거리를 챙겨가지고 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끓여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진로상담이 아닌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고3 담임이지만 일류대학 진학위주의 입시교육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친구와 이웃사랑을 강조한다. 그에게 교사란 지식도매상이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제자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은 평화의 삶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정동진으로 졸업여행을 간 안양성문고 3학년1반 학생들의 신나는 시간.
 정동진으로 졸업여행을 간 안양성문고 3학년1반 학생들의 신나는 시간.
ⓒ 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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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졸업여행은 오대산 월정사와 정동진을 다녀왔다. 무박 2일의 힘든 일정이었지만 아름다운 추억이 쌓였다. 그리고 졸업식을 이틀 앞둔 5일, 3학년 1반 교실에서는 졸업파티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친한 친구끼리 조를 짜고, 삼겹살과 상추 등의 시장을 봐와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박찬수 선생은 학생들끼리 추억과 이별을 나누도록 자리만 마련해주고 슬쩍 빠졌다. 그는 지원해주되 간섭하지 않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졸업파티 비용은 박찬수 선생이 댔다. 1년 동안 댄 밥값과 영화비만 해도 상당 액수다. 각종 행사와 여행에서 가난한 학생의 참가비 또한 그의 몫이다. 담임수당 10만 원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대다수 선생들은 학생들을 가르쳐서 월급을 받는 직업인으로 충실한데 그는 왜 자신의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고생을 자처할까? 제자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 이렇게 사는 것을 행복해 한다.

3학년 1반 제자들은 7일 졸업식이 끝나면 그의 곁을 떠난다. 그는 한동안 가슴앓이를 할 것이다. 1년 동안 나눈 사랑 때문이다. 제자를 향한 그의 짝사랑은 찬바람을 맞기도 했다. 제자들에게 쏟은 애정과 정성이 무시당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내 털고 또 다시 사랑한다. 제자들이 알아주면 사랑하고, 알아주지 않으면 포기하는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보다 사랑을 주십시오!"

안양성문고 3학년1반 학생들이 졸업식을 이틀 앞두고 교실에서 졸업파티를 하고 있다. 파티 비용은 박찬수 선생이 대주었다.
 안양성문고 3학년1반 학생들이 졸업식을 이틀 앞두고 교실에서 졸업파티를 하고 있다. 파티 비용은 박찬수 선생이 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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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제자들은 희노애락을 안고 스승을 찾아오거나 소식을 전해온다. 어떤 제자들은 전시회나 연주회에 그를 초대하고, 이탈리아로 유학 간 제자는 곧 귀국한다면서 카카오톡으로 만남을 청하고, 안양1번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제자는 데이트를 신청하고, 아프리카로 떠나는 제자는 식사 약속을 청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밥과 고기와 차를 사주고 위로한 뒤에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스승에게 힘을 얻은 제자들은 망망대해로 돌아가 다시 헤엄친다.

안양성문고 3학년1반 여학생 전현영(20)양에게 "박찬수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다들 고3 시절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힘든지 몰랐어요. 박찬수 선생님은 절대로 다른 친구와 비교하지 않아요. 성적이 높든 낮든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힘과 용기를 주면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같은 반 남학생 김민철(20)군에게도 같은 부탁했다.

"지난 1년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마라톤대회, 한강도보여행, 졸업여행 등등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추억으로 쌓였어요. 1년 동안 말썽도 많이 부렸는데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3학년 시절의 모든 것이 다 좋았습니다."

학부모 백정희(49)씨는 "박찬수 선생님의 한결 같은 제자 사랑을 1년 동안 지켜보면서 정말 감동했다"면서 "공교육이 붕괴되고 스승이 사라진 시대에 박찬수 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고마워했다.

교사들은 담임을 꺼린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쉰일곱의 박찬수 선생은 담임 맡는 게 기쁘다. 학생들과 동거 동락하면서 아픔도 같이 겪고, 기쁨도 나눌 수 있어서다. 그에게 교직은 직업보다는 소명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다 알아주지 않아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건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스승의 길을 물었다.

"나이가 들어서 교사가 된 게 다행입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사가 됐다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을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시절과 아픔을 겪었기에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부보다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픈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면 그 아이들은 친구를 사랑하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따듯한 아이로 변합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공부보다 사랑을 많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팠던 아이들이 세상을 따듯하게 할 겁니다."

박찬수 선생님, 그의 소망은 정년까지 평교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엔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숲을 좋아하는 그는 숲 해설사와 문화해설사 자격을 취득했고, 격주마다 덕수궁에서 문화해설사로 봉사한다. 퇴임하면 농사를 지으려고 방송통신대 농학과 3학년에 재학하는 열공 학생이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생들은 박찬수 선생의 곁을 떠난다. 그러면 박 선생은 한 동안 가슴앓이를 한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생들은 박찬수 선생의 곁을 떠난다. 그러면 박 선생은 한 동안 가슴앓이를 한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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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쫓겨난 아이들과 함께

촉법소년-보호소년들과 함께 살려고 준비 중이다. 그 아이들은 세상에서 쫓겨난 상처투성이 영혼들이다. 세상은 그 아이들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버린 것이다. 잃어버렸으면 찾으려고 해야 하는데 찾질 않는다. 예수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아야한다고 호소하지만 한국 교회들은 귀를 막는다. 아흔 아홉 마리 중에도 달아난 양이 많아 손해 막급한 판에 그깟 한 마리에 신경 쓰겠냐고 핀잔한다.

박찬수 선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상한 아이들의 치유 전문가다. 그의 맑은 눈에는 상한 아이들을 치료하는 눈물이 담겨 있다. 그는 쫓겨남의 슬픔을 아는 이로서 쫓겨난 아이들의 치유자로 적임자다. 무슨 상담기법, 무슨 정신의학, 무슨 전문가보다는 눈물의 치료자인 그를 신뢰한다. 세상에서 쫓겨나 울부짖는 우리 아이들의 손도 잡아달라고 부탁했더니 묵묵히 잡아주었다. 쉰 다섯에 떠나는 새로운 인생 길, 그 험난한 길에서 스승은 정말 필요하다.


태그:#졸업식, #박찬수 선생, #안양성문고, #3학년1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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