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양념치킨이랑 프라이드치킨 중에 뭘 좋아하세요?" "반반이요! 프라이드도 좋아하고요." "탕수육 소스는 부어 드세요, 찍어 드세요?" "찍어 먹어야죠!" "카페에 가면 주로 뭘 시켜 드시나요?" "아메리카노?" 

소개팅에서나 주고받을 듯한 대화가 한동안 오갔다. 사실 그의 팬들이 보내준 질문이었다. 사소한 취향 하나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 바로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정우다. 지금의 인기를 두고 정우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원치 않았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공개됐고, 확정되지 않은 차기작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말 왜 그럴까요?"라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도 잠시, 이내 정우는 "어디서든 진심과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다"며 이 또한 자신이 감당할 몫이라고 정의했다. 유쾌했던 <응사> 이야기를 거쳐 자신을 한결같이 믿어준 가족들에 대한 대목에서는 잠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던, 참 괜찮았던 사람 정우와의 대화를 여기에 전한다.

"쓰레기와 다른 점? 나는 대놓고 잘해주는 타입"

- <응사> 촬영이 딱 끝나고 기분이 참 이상했을 것 같다. 
"나는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다. 버릇이랄까, 그런 게 있다. 간지럽고 오글거리지 않나. (웃음)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촬영이 끝나고 딱 돌아보니 아라랑 도희는 벌써 울고 있더라. 그런데 일단 성동일 선배님과 인사하고, 아라를 도닥거려주고, 감독님과 포옹하는데 감독님이 긴말 않고 '고생했다'고 하시는데…나도 울컥했다."

- 처음 쓰레기를 만났을 때도 생각나고 그랬겠다. 오디션 때가 기억나나.
"처음 제작진을 만났을 때,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지만 '제작진 모두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구나'라는 느낌은 받았다. 심지어 감독님은 나에게 한 마디도 안 하셨다. (웃음) 사실…대부분의 (작품) 미팅에서 좌절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작진께 감사한 게 이 부분이다. 내 매력을 끄집어내주셨다는 거. 내가 갖고 있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들을 뷔페처럼 다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 '쓰레기는 이런 인물이다'가 아니라 '정우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셨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도 '쓰레기가 곧 정우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 이정민


- 그렇게 함께하게 된 <응사>에서 쓰레기 역으로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웃음)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쓰레기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하나.
"제작진께 감사한 게 이 부분이다. 내 매력을 끄집어내주셨다는 거. 내가 갖고 있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들을 뷔페처럼 다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 '쓰레기는 이런 인물이다'가 아니라 '정우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셨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도 '쓰레기가 곧 정우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만 멋있게 나오는 부분이나, (마음을 숨기고) 투박하게 대하는 부분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나는 대놓고 잘해주는 타입이라. (웃음)"

- <응사>를 보면서 쓰레기가 어느 시점부터 나정(고아라 분)에게 이성적인 마음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내레이션 등으로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표현했던 나정과는 달리, 쓰레기의 변화는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연기하면서 답답하진 않았나.
"답답했다기보단 재밌었다. 어느 정도 맥락상으로…느낌은 있었다. (제작진이) 알려준 건 아니었지만 '쓰레기와 나정이 사이에 로맨스가 시작될 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인처럼 느껴지다가도 또 남매처럼 돌아가고. 당장 이 친구에게 고백할 것처럼, 아니면 고백을 받아줄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또 다정한 오빠로 돌아가고…. 그런 게 계속되지 않았나. 그 연기를 하면서 나도 재미있었다. (연인에서 남매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계속 가져야 했으니까."

- 그럼, 딱히 쓰레기가 나정이 여자로 보는 계기는 없었다는 건가? (웃음)
"쓰레기도 처음엔 몰랐을 거다. 그런데 나정과 쓰레기가 서로의 친구들을 소개해 주는 자리라든지, 그런 상황들과 사건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쓰레기도 모르게 나정이를 그저 남매로서가 아니라 이성으로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 것 같다. 그렇게 혼란을 겪다가 이후 적극적인 남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저돌적으로 나간 거다."

- 그 '적극적인 남자' 칠봉이(유연석 분)와 캐치볼을 하던 쓰레기가 "니 땜에 인자 좀 정신이 번쩍 드네"라며 숨겨뒀던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은 참 좋았다.
"촬영 당시 굉장히 추웠다. 그리고 대사량이 많았다. (웃음) 혼자 쌓아뒀던, 마음에 담아뒀던 말들을 칠봉이에게 하는 장면이다 보니 속이 시원했다. 다 까는 거니까. (웃음)"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정이에게 '잘~자~'라면서 손을 흔드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 (실제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그렇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내 기억에 남았으면 시청자 기억에도 남았겠다 싶었다. 쓰레기가 그걸 기억하고 똑같이 따라해 보인다는 느낌으로…연인의 소소함, 그런 케미가 증폭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 이정민


"'응사'에서 욕심나는 배역, 없었다…쓰레기가 최고"

- 그 이후 나정과의 멜로 호흡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본격적인 멜로 연기는 처음이었을 텐데, 촬영 전 긴장하거나 걱정되는 장면은 없었나.
"글쎄…나는 적응만 된다면, 현장 스태프와 같이 호흡할 수만 있다면 그냥 다 즐기고 싶었다. 오히려 아라의 경우 연기자로 넘어야 할 산이 있었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초반엔 마음고생도 심했을 거다. 나보다 10살이 어린데, 생각해보면 나도 10년 전엔 (연기를) 못 했다. 카메라 앞에서 발발 떨기나 했지. (웃음) 열정을 어떻게 쏟아야 할지도, 연기를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도 나는 몰랐는데 그 친구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노력해야 결과가 나왔을 때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 후회하지 않을지를 알고 있는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굉장히 열심히 했다. 단 한 번도 촬영장에서 인상을 쓰지도 않았다. 하다보면 사람이다 보니, 또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다 보니, 전작의 배우들이 워낙 호평을 받았다 보니 부담이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아라는 사실 얼굴이 너무 예뻐서 연기로 후한 점수를 못 받은 느낌이다."

- <응사> 배우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얘기는 촬영장이 '애드리브의 향연'이었다는 거였다. 쓰레기는 어땠나.
"내 경우 현장에서 생각나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도 있고, 대본을 보다가 '이런 제스처나 대사가 첨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메모해 두는 경우도 있다. 반반인 거다. 어느 정도 준비도 하지만, 현장 상황을 보는 거지. (애드리브를) 굳이 욕심내지는 않지만, 괜찮겠다 싶으면 더하는 거고.

<응사>에선 몇 화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나정이에게 '잘~자~'라면서 손을 흔드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 (실제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그렇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내 기억에 남았으면 시청자 기억에도 남았겠다 싶었다. 쓰레기가 그걸 기억하고 똑같이 따라해 보인다는 느낌으로…연인의 소소함, 그런 케미가 증폭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나정(고아라 분)에게 손을 내밀던 작품 속의 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정우가 <응사>에서 쓰레기가 나정(고아라 분)에게 손을 내밀던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이 촬영이 끝난 후 정우는 머쓱했는지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는 후문. ⓒ 이정민


- 상황극 또한 <응사> 촬영 현장의 빠지지 않는 재미였다고 들었다. 깡패 연기를 그렇게 잘 했다던데. (웃음)
"(폭소) 그게, 그냥 현장에서, 하하하.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몇 편 있는데 그걸 성균이(삼천포 역)도 좋아하는 거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가 어떤 장면에서…만약에 <범죄와의 전쟁>에서 성균이가 했던 걸 내가 흉내를 낸다. 그럼 성균이는 내가 <바람>에서 우는 장면을 따라한다. (실제로 정우는 이 장면 모두를 그대로 재연해 냈다-기자 주)그러면서 서로 약 올리고, 장난을 쳤던 거였다."

- <응사> 다른 배역 중 '이걸 내가 했다면' 싶었던 캐릭터는 있었나.
"솔직히 말해서 없었다. 쓰레기가 최고다. (웃음)"

* 정우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정우 응답하라 1994 고아라 김성균 성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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