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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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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경제팀 전원이 교체되어야 한다. 현오석 부총리를 포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그리고 주요 책임 있는 관료들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8일 오전 그를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그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 금융의 상태를 '엉망'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유출 사고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예견된 사고였다고 단언했다. 10년 넘도록 누적되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정보유출이 몇 번에 걸쳐서 일어났고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정보유출의 심각성을 알고 방지대책을 이미 내놓았어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KB국민, NH농협, 롯데카드의 1억400만 건이라는 대형 고객정보유출사고에 묻힌 두 외국계 은행의 개인정보유출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달 전에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정보유출이 있었지만, 정부 당국은 아무 대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때 노조에서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카드 3사 유출 사고로 대통령이 나서서 한마디 하고 나니 난리가 난 것"이라며 "김수현 SC은행 부행장은 사건이 일어난 후 한 달이나 지난 24일이 돼서야 사표를 냈다"고 꼬집었다. 카드3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들 외국계 은행의 정보유출 사실은 이미 지난해 12월 11일 검찰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정보 유출 건수만해도 13만건에 달했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접한 이들 은행은 고객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 등의 조치는 곧장 이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였다. 

MB정부 때 금융이 영리추구 회사가 되면서 문제 시작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 업무를 가장 최우선 정책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 정보유출 문제는 영원히 해결이 안 될 것"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 업무를 가장 최우선 정책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 정보유출 문제는 영원히 해결이 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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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정부가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MB 정권 때부터 금융기관을 금융회사라고 불렀다"며 "이때부터 금융을 국민을 위하는 공공재로 보지 않고 영리추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니 문제가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을 성과 지상주의 경쟁 지상주의로 몰고 가고 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밑에 계열사들에 정보가 유통되는 길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방화벽을 다 열어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효율성을 위해 IT업무를 아웃소싱하다 보니 유출 사고가 터지기 쉬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유출된 정보의 불법 유통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는 "대출모집인들이 퇴직 후 노후자금이나 애들 학원비 벌려는 생계형 분들이 많다"며 "어떻게 보면 제도가 이들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그는 "돈 벌기 위해서는 개인정보가 있어야 하고 그래야 대출을 권하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웃소싱이나 대출모집인들은 언제든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노조도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며 "다만 이것은 일반 현장에서 일하는 정상적인 금융노동자들에 의해 벌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당 카드사들 전 직원이 상담작업에 투입되며 피로도가 상당해 쓰러지는 직원들이 속출한다는 얘기도 귀띔했다.

그는 "이번 유출사고를 일으킨 관련 카드사 임원들의 사퇴는 옳은 선택"이라며 "법적· 업무적·도의적 책임까지 다 져야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고 언제든지 이번처럼 핵폭발 할 사안을 예견했음에도 제도적 장치는 안하고, 오히려 성과주의 시스템을 만들어간 정부당국자들이 1차적으로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선 "평가할 내용조차 없는 미봉책"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다른 금융사들도 유출됐다는 소식이 터지는데 하루 이틀 급하게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 업무를 가장 최우선 정책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 정보유출 문제는 영원히 해결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지난달 28일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방문해 직접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정책에는 ▲금융기관의 IT업무 아웃소싱 금지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 ▲리스크관리를 최우선하는 정책 유도 ▲불필요한 고객정보 수집 금지 및 정보제공 주체의 권리 전면 보장 ▲계열사 간 정보공유 법률로 제산, 금융지주회사 매트릭스 체계 폐지 ▲전산 관련 투자금액 증액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 관련기사: "MB 때보다 현 정권이 금융권 낙하산 인사 더 심해"


태그:#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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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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