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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다음> 포탈 실시간 이슈 1위부터 10위까지 '삼성 **대'로 가득했다.
 27일 오전, <다음> 포탈 실시간 이슈 1위부터 10위까지 '삼성 **대'로 가득했다.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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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8일 오전 10시 40분]

27일 오전 대형 포털 <다음>의 실시간 이슈 톱10은 '삼성+대학교 이름'으로 도배질됐다. 삼성과 대학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이슈에 연쇄적으로 오른 까닭은 최근 삼성그룹이 '대학별 총장 추천제도'를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실제 각 대학에 배당된 인원이 몇명인지 확인하려는 학생들의 검색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4일자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여 개의 대학 중 할당 인원이 가장 많은 대학은 성균관대학교 115명이다. 반면 가장 인원 할당이 적은 곳은 성공회대학교 4명(저소득층 3명 포함)이다. 성공회대학교는 저소득층 3명을 제외하면 오직 1명만 총장 추천을 받아 삼성에 입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총장 추천제를 꼭 이용하겠다"

삼성이 대학별 총장 추천 인원을 차등해 할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대교협이 발끈하는 등 대학 서열화 논란을 낳은 가운데, 대학별로 학생들은 어떤 반응인지 <오마이뉴스>가 취재에 나섰다. 27일 오후 3시, 성균관대학교 안에서 만난 학생들은 삼성의 총장 추천제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성균관대학교에 붙은 ‘동계방학 취업프로그램’ 현수막 옆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 붙은 ‘동계방학 취업프로그램’ 현수막 옆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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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입장에선 당연히 좋죠. 하지만 나와는 왠지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성균관대학교 중앙도서관 흡연 장소에서 만난 정연재(25, 경제대학)씨는 군 제대 후 복학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총장 추천 제도를 아느냐"는 물음에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내가 총장 추천을 받을 수 있을지 막연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박진원(27, 법학대학)씨는 사법고시 준비생이다. 그는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은 아니지만, 삼성의 총장추천 인원할당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박씨는 "삼성이 재단으로 있는 성균관대학교에 할당인원이 많은 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복학 1년이 다 된 김응환(24, 경영대학)씨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김씨는 "삼성이 IT 쪽에 특화된 대학, 학과를 위주로 인원을 할당한 것으로 안다"며 "원하는 인재상 위주라 할당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회가 된다면 총장 추천제를 꼭 이용하겠다"라고 밝혔다.

두꺼운 공인회계사 책을 들고 도서관을 나서던 김종원(30, 졸업생)씨의 의견은 좀 달랐다.

김씨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합의가 부족했다"며 "SSAT가 사회적 약자층을 배려하는 시험이었는데 총장 추천제로 그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총장 추천제는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학과별, 학과 내에서 어떤 기준으로 추천할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이란 나라에 살고 있는지 씁쓸"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은 삼성의 총장 추천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윤우영(31)씨는 "삼성의 바뀐 채용제도를 아느냐"라고 묻자 "발표를 보고 4명이나 되네? 하며 동기들과 웃었다"며 "삼성에서 진보적인 성향인 우리 학교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예상했던 대로라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씨는 "오전에 동기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총장 추천제가 화제였다"며 "남자 동기들은 처음부터 예상한 듯 담담한 반응이었지만, 몇몇의 여자 동기들은 성공회대학교 입학을 후회하는 듯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순위표를 보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삼성'이란 나라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큰 회사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게 불편하다"고 밝혔다.

뜨거운 트위터 반응... "총장들 삼성 비판 왜 안하나"

한편 삼성의 총장 추천제에 대해  SNS에서 트위터 사용자의 반응이 뜨거웠다, 전반적으로 삼성의 총장 추천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hello_****는 "삼성의 총장추천입학제는 총학은 물론 총장 쪽에서 거부해야 하는 것인데 총장들 자존심도 없나. 대기업 입사를 위한 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싶은가"라고 꼬집었다.

아이디 @Hurp****는 "삼성이 각 대학별 총장추천 인원을 할당하면서 '스펙이나 외국어보다는 창의적 인재를 많이 추천해주기 바란다' 고 주문. 과연 총장들이 잘 선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설사 창의적 인재가 삼성에 입사했다 한들, 노조도 억압하는 환경에서 창의적 사고가 존중될까"라고 말했다.

아이디 @chan*****는 "삼성이 신입사원 총장 추천 선발제를 시행한다며 대학별 인원을 할당했다. 어느 언론도, 어느 대학 총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삼성이 한다면 해야 되는 건가? 삼성의 행태도 그렇지만 마인드도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반면 삼성 총장 추천제도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yebby****는 "삼성총장추천 기업이 수익창출을 위해 우수인력 뽑아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데 왜 시끄럽지 싫으면 안가면 되지, 자본주의가 그런 거 아닌가? 내가 이상한가…"라고 말했다.

'대학 서열화와 대기업의 횡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총장 추천제는 서류전형은 면제되지만, 필기시험인 SSAT(삼성직무검사)는 치러야 한다. 삼성그룹의 상반기 채용은 올 4월에 이뤄진다.

덧붙이는 글 | 안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삼성, #총장 추천제, #할당, #S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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