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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지팡이이며 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경찰은 일곱 살 난 아들의 꿈이다. EBS 프로그램 <로보카 폴리>와 책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범인을 잡아주는 경찰의 모습에 반한 아들은 커서 경찰이 되겠다고 한다. 아직 어리기에 진정한 꿈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의 꿈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은 아빠의 마음이다.

하지만 지난 25일~26일 2차 밀양 희망버스를 통해 밀양에 다녀온 지금, 아들에게 경찰에 대해 좋게 이야기해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 밀양에서 본 경찰은 정말 부끄러웠다. 대전에서 출발하는 2차 밀양버스에서 참가자들을 멀찍이서 정탐하는 정보과 형사를 봤다. 먼발치에서 참가자들을 살피는 모습이 정말 초라해 보였다. 그렇지만 개인이 선택한 직업이고 이것조차 업무이기에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정보과 형사들은 멀리서 희망버스 출발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정보과 형사들은 멀리서 희망버스 출발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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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2시간여를 달려 경남 밀양에 들어섰다. 밀양 IC에서 또 한 번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전국에 확산 중인 AI로 인해 방역 당국에서 자외선 소독과 차량소독을 진행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들만 방역을 진행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방역에도 경찰력이 투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희망버스 참가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방역 작업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차량에 비해 희망버스가 AI를 옮길 확률이 높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방역 활동은 밀양을 통행하는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희망버스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 작업은 특정 행위에 대해 규제하는 꼼수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역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이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Al 확산 방지 방역 작업... 왜 희망버스만 해야 하는가

밀양 나들목에서 희망버스 차량만 열외되어 참가자들 전원이 자외선 소독을 받았다. AI 때문이라면 모든 차량 탑승자들에게 같은 소독을 해야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밀양 나들목에서 희망버스 차량만 열외되어 참가자들 전원이 자외선 소독을 받았다. AI 때문이라면 모든 차량 탑승자들에게 같은 소독을 해야 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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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밀양에 도착했을 때는 약 5000명의 참가자이 밀양 시청에 모여 있었다. 시청을 에워싸 차벽을 만든 경찰들은 집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시청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다.

또, 차와 차 사이는 5cm도 되지 않아 통행할 수 없고, 일부 사람이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은 전경들이 막아서 아예 통행을 못 하게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가까운 시청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차벽을 돌고 돌아 시청 외부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통행을 위한 길을 전경들이 막고 있고, 참가자들에게 멀리 돌아가라는 전달하고 있다.
 통행을 위한 길을 전경들이 막고 있고, 참가자들에게 멀리 돌아가라는 전달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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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희망버스가 온다는 소식에 밀양에는 70개 중대에서 6000명의 병력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6000명은 집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행진 대열이 진행하는 가운데 차량 3대가 막무가내로 진입해, 참가자들을 차량으로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을 벌였다. 이에 경찰은 차량을 세우거나 집회 대열의 일부를 정지 시켜 안전을 도모하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었다. 참가자들이 차량을 통제하든지, 안전을 보장하든지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행진 대열에 끼어든 차량.
 행진 대열에 끼어든 차량.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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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밀양지회에 도착했을 때, 경찰들은 이곳에서도 차 벽으로 한전을 보호했다. 다행히 큰 충돌 없이 집회를 마쳤다. 그리고 최종 집결지인 밀양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나는 매우 불편했다. 한전 본사 안에서 한전 직원으로 추정되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이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전 직원들은 경찰의 보호 속에서 편안하게 집회를 관람하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밀양역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차분하고 힘 있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문화제를 진행했다. 문화제를 마치고 각 마을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마을에서 준비한 음식과 반주를 하며 하루를 마쳤다. 나는 고답마을로 이동하여 하룻밤을 보냈다.

차 벽 안 쪽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 한전 직원으로 보인다.
 차 벽 안 쪽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 한전 직원으로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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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답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송전탑 113번' 철탑 건설 현장을 보기 위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초입에서 경찰들은 우리를 막아섰다. 300~400명의 경찰들이 막아선 현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샛길로 철탑 현장 철조망까지 이동하여 현장을 확인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현장을 확인하고 남은 참가자들은 입구에 가로막혀 4시간 넘게 현장에 가있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경찰들은 카메라와 캠코더로 참가자들을 채증했다.

참가자들은 채증하는 경찰관에게 관등 성명을 대라고 요구했지만,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지휘관은 비웃기라도 하듯 관등 성명을 요구하는 참가자를 채증하라고 지시했다. 시민들을 무단으로 채증하는 경찰들은 과연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나무밭에 무단으로 차를 세우고, 가지를 부러뜨리기도

ⓒ 이경호

초입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길옆 감나무밭에서 밭 주인인 윤종헌씨가 나타났다. 300여 명 이상의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밭 주인인 윤씨는 경찰에게 나가자고 소리를 쳤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또한 밭에 무단으로 주차해 놓은 경찰차에 차를 빼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들은 차 키를 가지고 있는 경찰이 없다며 당당하게 맞섰다. 밭 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경찰은 허투루 들은 채 참가자들을 막기에만 급급했다.

윤씨 밭에 무단으로 주차한 경찰차량.
 윤씨 밭에 무단으로 주차한 경찰차량.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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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 오자, 윤씨는 감나무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들이 서 있는 곳에서 자신의 감나무가 무참하게 부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가 부러진 게 아니라 약 20여 개의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었던 것이다.

대열을 갖추기에 불편했던지 나무를 일부러 꺾은 것이다. 이것에 윤씨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감나무는 낮게 키워야 하기 때문에 아래쪽에 가지나 순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경찰들이 아래 가지를 마구 꺾어 울분을 토했다.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나뭇가지 같지만, 나무를 키우는 농민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경찰 지휘관은 문제 될 것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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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윤씨와 참가자들이 경찰 지휘관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자, 책임 경찰관은 밀양경찰서에 손해배상을 신청하라며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감나무 밭 주인인 윤씨가 확인한 결과, 책임 지휘관은 김해 중부서 과장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밀양경찰서에 책임을 넘긴 김해 과장 때문에 감나무 피해를 입증하는 책임은 다시 윤씨에게 넘어 갈 수밖에 없어 보였다.

현장의 경찰 모습을 볼 때, 밀양경찰서에서 얼마나 순수하게 훼손된 감나무를 보상해 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부러진 가지 옆에 서 있는 감나무 밭주인 윤종헌씨.
 부러진 가지 옆에 서 있는 감나무 밭주인 윤종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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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와 참가자들이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윤씨와 참가자들이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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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임질 줄 모르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들이 생각났다. 아들이 이렇게 무책임한 경찰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이 땅에 많은 민중을 대표하는 경찰들이 모두 이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밤낮없이 국민을 위해 고생하는 경찰의 노고를 무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밀양의 현장에서 경찰의 모습은 민중의 지팡이는 아니었다. 한전을 지키는 '견찰'의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밀양의 할매, 할배의 안전과 재산과 권리는 지켜지고 있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밀양의 경찰 여러분! 이제 여러분의 할매, 할배의 최소 안전과 재산과 권리를 지키는 경찰이 되어주세요!


태그:#밀양송전탑, #경찰,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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