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의 한 장면. 이날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MC들을 소개하고 있다.

▲ 20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의 한 장면. 이날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MC들을 소개하고 있다. ⓒ SBS


유명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말재주가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리 멋을 내지도 않지만 늘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배우 황정민이다. 기나긴 무명시절을 거쳐 2001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처음 주연 자리에 오른 그는 2002년 영화 <로드무비>와 2003년 영화 <바람난 가족> 등에서 파격적이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그는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그 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때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는 그 유명한 '밥상' 수상소감도 터져 나왔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 우리는 마침내 명품배우 황정민의 '힐링 밥상'을 받았다.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던 그가 직접 차린 토크 밥상의 맛은 어땠을까? 첫 숟갈부터 그만의 진한 사람 냄새가 솔솔 풍긴다. 들었던 숟가락을 쉬이 놓을 수 없을 만큼 월요일 밤이 풍성해졌다.

이날 방송에서 황정민은 MC들의 요기를 달래 줄 밥상을 직접 차리며, 음식에 인간미를 더했다. 황정민은 직접 부추전과 된장국수전골을 요리해 <힐링캠프>를 '먹방'으로 만들었다. 이경규·김제동·성유리, 세 MC들의 먹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취기(?)인지 숫기인지 모를 홍조가 어렸고, MC들은 황정민의 요리에 심취해 잠시 <힐링캠프>가 토크쇼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연신 밥상을 비워내기 바빴다.

그를 완성시킨 것은 긍정적인 생각과 다양한 경험

밥상을 깨끗이 비우고 시작된 황정민의 인생사는 그의 명품 연기력이 탄생된 역사와 맥을 같이 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창조'라는 청소년 극단을 만들며 연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가스펠>이라는 제목의 연극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했으나, 그의 바람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남은 건 당시 학생 신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2천만 원의 빚이었다고.

황정민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척이나 힘들었을 당시를 회상하면서도 슬그머니 '제비뽑기 에피소드'를 꺼내 놓는다. 제비뽑기로 탕감 금액을 뽑아 그만큼의 빚만 각자 책임을 지기로 친구들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불복과 같은 제비뽑기의 운명은 그에게만은 가혹했다. 그가 뽑은 제비에는 8백만 원이란 액수가 적혀 있었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과거에 8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과거에 8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 SBS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 아니던가? 황정민은 영화 <장군의 아들> 오디션에 합격해 우미관 지배인 역을 맡아 받은 출연료로 빚을 갚는다. 그의 꿈이 그를 도운 것이다. 당시 이례적으로 신인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장군의 아들>은 배역과 분량에 상관없이 출연료가 동일했다하니, 일주일 촬영에 단 두 마디의 대사만 했던 그에게는 나름 수월한 돈벌이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 후 다시 기나긴 무명생활이 시작된 것.

황정민은 당시의 기나긴 무명시절을 자신을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든 경험이 자신의 연기력을 완성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닥치는 대로 배우고 일했다고 말했다. 발레와 탭댄스를 배웠고, 조명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으며 CM송 녹음도 했다니, 명품배우가 되는 길이 참 녹록지만은 않구나 싶다.

이후로도 그는 수많은 오디션에서 도전해 낙방하며 실패를 거듭했다고 한다. 한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함으로써, 공연히 가족들에게는 폐를 끼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생활을 중단하고 생계에 매진했다고도 한다. 하마터면 우리는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극장에서 보지 못할 뻔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은 그를 여행가이드로 썩히지 않았다. 세상은 다시 그를 영화판으로 불러들였고 그에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배역을 던져 주었다. 마침내 그의 꿈과 현실을 저울질했던 긴 시련은 막을 내렸고, 그는 이 작품을 발판 삼아 다시 배우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배우 황정민을 만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황정민은 시종일관 넉넉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의 홍조 띤 얼굴 사이로 배어나오는 미소는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시청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그를 완성시킨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다양한 경험. 쉼 없이 노력하고 준비한 그에게 명품배우란 칭호는 결코 아깝지 않은 이유다.

모든 작품이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기에 절대 불성실하게 할 수 없다는 배우 황정민. 감독의 OK 사인에도 스스로 성에 차지 않으면 다시 연기한다는 그의 연기철학을 들으니, '프로'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신세계>의 '브라덜'까지! 정말 브라더처럼 친근한 배우 황정민. 22일 개봉하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다시 한 번 그의 명품 연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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