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와 뮤지컬 <카르멘>의 카르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와 뮤지컬 <카르멘>의 카르멘
ⓒ 마스트엔터테인먼트/오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아름다운 외모는 기본, 형언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철철 풍기는 여인들이 있다.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뭇 남성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심지어는 짝이 있는 남자들의 마음까지 손쉽게 꿰찬다.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오해고 빌미고 화근인 그녀들의 팍팍하고 쓸쓸한 인생, 사랑 또한 꼬일대로 꼬여 목숨마저 위태롭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는 천성이 자유로운 집시다. 아름다운 얼굴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하고, 한 마리 작은 새처럼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맑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감추려할수록 더욱 도드라지는 그녀의 이런 매력은 결국 주교 프롤로와 근위대장 페뷔스 그리고 꼽추 콰지모도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는다.

굳건한 신념 하나에 의지해 감정을 죄악처럼 여기고 살아온 주교 프롤로에게 에스메랄다는 집착의 대상이자 예기치 못한 재앙이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프롤로의 왜곡된 사랑이 만들어내는 광기어린 질투심은 결국 프롤로의 삶을 통째로 삼킨다. 근위대장 페뷔스는 에스메랄다를 보고 첫눈에 반해 갈등하지만 약혼녀를 선택한다.

페뷔스에게 에스메랄다는 잠시잠깐 미혹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지체장애인에 척추 장애인 콰지모도는 아름다운 에스메랄다에 대한 마음이 깊어갈수록 자신의 추한 외모를 증오하고 괴로워한다.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는 순수한 사랑 그 자체인 동시에 사랑할수록 깊어지는 상처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그녀들의 사랑은 보통 여자들의 사랑보다 반짝거리며 행복감으로 충만할 것 같지만 오히려 불안하고 위태롭다.
 매력적인 그녀들의 사랑은 보통 여자들의 사랑보다 반짝거리며 행복감으로 충만할 것 같지만 오히려 불안하고 위태롭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오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뮤지컬 <카르멘>의 카르멘은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을 만큼의 자신감과 특유의 도도함으로 남자들을 유혹하고 놀이하듯 사랑을 즐겨온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그녀가 발로 '타다닥 탁탁' 박자를 맞추며 플라멩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 남자들의 시선은 고정되고, 닿을 듯 말 듯 손끝이 스치면 잠시나마 온 세상은 내 것이 된다. 그러나 사랑을 믿지 않던 카르멘에게 호세는 여느 남자들과는 다른 그래서 더욱 신경 쓰이는 특별한 남자다.

전도유망한 경찰관 호세는 한 번도 정해진 길에서 비껴 나가본 적 없는 바른 청년이다. 호세의 이런 틀에 박힌 정석대로의 삶은 카르멘과 그녀가 보여주는 삶에 대한 태도를 조금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정숙한 약혼녀 카타리나를 앞세워 밀어내보지만 그럴수록 깊어가는 카르멘에 대한 호세의 사랑은 자신과 그의 삶,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것 같던 카르멘까지 바꾸어놓는다. 카르멘의 존재는 호세에게 지금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의 세계로 통하는 열쇠가 되지만, 정작 그 열쇠가 열어준 세계는 천국과 지옥을 함께 선사한다.

아름다운 외모와 감출 수 없는 매력으로 남성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그녀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으며 생을 마감한다.
 아름다운 외모와 감출 수 없는 매력으로 남성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그녀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으며 생을 마감한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오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아름다운 외모와 감출 수 없는 매력으로 남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녀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으며 생을 마감한다. 사랑하는 페뷔스로부터 판결을 선포받은 에스메랄다는 마녀죄로 사형에 처해진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로부터의 배신감과 분노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죽음을 맞은 에스메랄다와 달리 카르멘은 호세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호세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 속 카르멘은 진실한 사랑을 일깨워준 호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매력적인 그녀들의 사랑은 보통 여자들의 사랑보다 반짝거리며 행복감으로 충만할 것 같지만 오히려 불안하고 위태롭다.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정작 그 탓에 한 사람과의 진실한 사랑을 이뤄내긴 더욱 어렵고, 어딜 가든 따라다니는 시선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자체발광 그녀들에게 있어 비극적인 사랑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카르멘, #문화공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