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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과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입고 있는 작업복의 중앙대 마크가 도드라져 보인다. 하청업체의 것이 아니라 중앙대학교 마크다.  지난 16일 오후 학생단체 '청년행동' 회원들이 파업 중인 서울 중앙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을 지지방문한 모습.
 대학생과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입고 있는 작업복의 중앙대 마크가 도드라져 보인다. 하청업체의 것이 아니라 중앙대학교 마크다. 지난 16일 오후 학생단체 '청년행동' 회원들이 파업 중인 서울 중앙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을 지지방문한 모습.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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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는 재단이 두산그룹으로 교체된 이래 과도한 무리수를 두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학교 당국의 과민한 반응은 노조나 운동권 학생에 대한 알러지 같아 보인다.

그런데 세상은 누군가의 특별한 배려나 엄한 규율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위를 앞세워 과도한 처벌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학교 구성원들에게도 상당한 압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런 조직에서 발전의 원동력인 창조나 자유, 그리고 평등이 끼어들 틈은 없다.

대학은 기업과 달리 특별한 조직이다. 자유분방한 젊은이들, 그리고 학자라는 예사롭지 않은 지식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경영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들은 유독 법의 잣대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법이 약자의 편이라기 보다는 가진자의 이익을 뒷받침해 주는 구실로 자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법이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온전하게 집행된다고 볼수 없다. 우리 사회가 맹신하고 있는 시장 또한 그리 공정하지 못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법과 시장이라고 못박는다면 사람들간의 이해 차이를 극복하고 본질을 따지는데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물며 대학처럼 다양한 학문단위가 존재하고, 선생으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누리는 집단에 법과 규칙의 잣대로만 문제를 푼다면 경영자도, 학생도, 선생도, 교직원도 불필요한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우려스런 일은 중앙대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이 중앙대와 민주노총간 법률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문제가 보다 원만하게 매듭지어지길 바란다. 노동자들과의 원만한 문제해결을 통해서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이 내부 갈등을 해소하는 섬세한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도인들을 위한 변호사로 시작해 민족과 국가의 독립을 이끌어 낸 간디의 법에 대한 해석은 탁월한 면이 있다.

"나는 참된 법의 실천이 어떠한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인간성의 좋은 측면을 발견하고, 인간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나는 법률가의 참된 임무가, 서로 어긋나버린 사건 당사자들을 결합시키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교훈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내게 심어주었다. 나는 그 후부터 20년 동안 변호사 일을 해왔는데 그 대부분을 수많은 소송사건의 자주적인 화해를 강구하는 데 쏟아왔다. 나는 그것 때문에 잃은 것도 없었다. 단 한 푼의 돈도, 그리고 내 영혼에 있어서도..."

그리고 그가 남긴 말을 떠올려 본다.

"보편적인, 그리고 모든 것에 내제되어 있는 진실의 정신과 직접 만나려는 사람은 가장 미미한 창조물까지도 동일한 존재로 사랑할 수 있어야만 한다."

적은 급여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날마다 학교를 깨끗이 청소하는 어른들은 학교를 이용하는 선생들이나 학생들, 그리고 교직원, 나아가 학교법인의 경영자에게도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들을 법의 잣대로 학교밖의 사람들로 내치기 보다 학교의 고마운 구성원으로 대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앞으로 자라나 이런 문제에 직면할 때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인간애를 발휘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된 선생님이 이런 경우를 놓고 학교 당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부당한 외압을 운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러하듯 어쩌면 학교를 치우는 아주머니들은 그들이 입은 작업복에 새겨진 학교마크를 자랑스러워 했을지도 모른다.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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