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어느덧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전통 강세종목이었던 쇼트트랙을 비롯해 새로운 기대종목으로 떠오른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피겨여왕' 김연아의 활약이 돋보였던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 중 스피드스케이팅은 밴쿠버에 이어 쇼트트랙과 함께 또 한 번의 '메달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빙속간판 모태범이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은 국내 빙상대표 수여금 전달식에서 모습

빙속간판 모태범이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은 국내 빙상대표 수여금 전달식에서 모습 ⓒ 박영진


모태범-이승훈, 밴쿠버 최고의 깜짝스타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리스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빙속간판' 모태범과 이승훈(이상 대한항공)을 얘기할 것이다. 당시만해도 이들이 메달을 딸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은 스피드스케이팅이라고 하는 불모지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1개씩 따내는 기적을 보여줬다. 모태범은 남자 500m에서 올림픽만 5번을 출전했던 이규혁과 토리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 등의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진 1000m에서도 모태범은 샤니 데이비스(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또 하나의 메달을 추가했다.

이승훈은 장거리의 최강국인 네덜란드 선수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5000m 레이스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10000m에서 함께 경기를 펼쳤던 네덜란드 선수를 한 바퀴 차이로 따돌리고 2위로 결승선에 통과해,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몇 분뒤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실수로 실격돼 행운의 금메달을 따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최강국으로 특히 장거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런 선수들을 이승훈은 생애 세번째 10000m 레이스에서 당당히 이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은 올림픽의 영웅이 돼서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올림픽의 최고 기대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로 어긋났던 주기, 소치에서 다시 만났다

올림픽 이후 이들의 페이스는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다. 모태범이 선전을 하던 시기에 이승훈은 슬럼프를 겪었고, 반대로 이승훈이 좋은 성적을 내던 때엔 모태범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좋은 출발을 끊은 것은 이승훈이었다. 이승훈은 밴쿠버올림픽 1년 뒤에 있었던 동계앗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반면 모태범은 당시 시즌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한 시즌 뒤 모태범은 다시 예전 감각을 되찾으며 월드컵 파이널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이승훈은 체력과 스케이트 문제가 겹치면서 슬럼프가 시작됐다.

지난 시즌에는 모태범은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모태범은 러시아에서 열렸던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 했다. 이승훈은 서서히 기량을 회복했지만 밴쿠버 때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러던 이들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함께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이승훈은 올 시즌 앞두고 여름 동안 역도와 쇼트트랙 훈련을 병행하면서 기록 단축에 힘을 올렸다. 모태범은 페이스 유지에 초점을 맞춰 체력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러던 이들은 올 시즌 시작부터 메달 낭보를 들려왔다. 모태범은 월드컵 1~3차 대회에서 500m 2,3위를 꾸준히 차지하다가, 마지막 4차 대회에서 500m와 1000m를 동시에 석권했다. 이승훈은 월드컵 1차, 4차 대회에서 5000m 두 차례 동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이후 서로 어긋난 페이스를 보인 두 사람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빙속 삼총사' 멤버인 이상화(서울시청)와 함께 다시 기량을 끌어 올리며, 신화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빙속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이 소치올림픽에서 장거리와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다. 사진은 국내 빙상대표 수여금 전달식

빙속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이 소치올림픽에서 장거리와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다. 사진은 국내 빙상대표 수여금 전달식 ⓒ 박영진


"우리도 있어요!" 소치의 '숨은 갑' 팀추월

스피드스케이팅에는 개인이 펼치는 레이스 외에도 3명의 선수가 함께 경기하는 단체전 경기가 있다. 바로 남녀 팀추월 경기다. 우리나라는 지난 밴쿠버올림픽 때만 해도 팀추월 경기에선 순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두 시즌 전부터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월드컵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에는 월드컵 전 경기에서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승훈과 주형준, 김철민(한국체대)으로 구성된 남자 팀추월 팀은 월드컵 합산 포인트 220점을 기록해, 캐나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추월 경기 가운데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 

이 세 명의 선수는 모두 쇼트트랙 종목에서 전향한 선수들이다. 개개인의 실력은 중위권 정도의 선수이지만, 팀추월 경기에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메달밭이었던 팀추월 경기에서 3년 만에 정상에 오른 이들의 레이스는 소치에서 깜짝 메달을 기대하게끔 만들고 있다.

빙속 간판들의 거침없는 레이스. 그리고 또 다른 '숨은 갑' 팀추월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빙속 선수들의 역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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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3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최고 성적을 내며 빙상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소치에서 그 영광을 이어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30일 앞으로 다가온 소치에서 기대되는 선수들과 종목들을 연재 시리즈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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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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