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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지향점을 찾아낸 것일까. tvN 금요 예능 <꽃보다 누나>가 달라지고 있다. 그간 누나들은 걸핏하면 길을 잃었고, 그들을 안내해야 할 가이드 이승기는 헤매기 일쑤였으며, 그에 다른 누나들의 질책은 시청자들까지도 좌불안석으로 만들었다.

그렇듯 여행의 목적과 재미가 무엇인지를 잠깐씩 잊게 할 만큼 산만한 모습을 보였던 이 프로그램은 이제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공감의 시간을 전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꽃보다 누나' 개성 넘치는 네 누나들과 가이드 이승기의 불협화음(?)이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

▲ '꽃보다 누나' 개성 넘치는 네 누나들과 가이드 이승기의 불협화음(?)이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 ⓒ CJ E&M


누나들의 예능, 험난한 출발이었지만 이제 지향점 보여

우리의 예능프로그램들은 현재 한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 그 중 대세는 관찰예능인데, 그렇게 일렬종대로 늘어선 프로그램들은 대개 남자들만의 잔치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이에 여자들이 끼어들 자리는 별로 없으며, 있다 해도 겨우 '구색이나 맞추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가 여성들이 훨씬 TV 시청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여성유명인들이 덜 재미있어서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정해진 역할이나 태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질타를 받게 될 수도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남성과 여성 또한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누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예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정이 빠른데다 행동도 시원시원해 우유부단해보이지 않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상황이나 예능구성원들의 속마음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분위기에서 <꽃보다 누나>의 행보는 과감하고도 파격적이었다. 비록 가이드는 남자라지만, 멤버 전원을 여자들만으로 구성한 것은 사실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랄 수 있다. MBC 에브리원 <무한 걸스> 등의 폐지과정을 지켜보면 말이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네 여자가 여행을 떠날 초기만 해도 그 불안감은 가시화되는 듯 했다.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탓인지 네 사람은 무척이나 수동적으로 보였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이승기와도 끝없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런 상황들은 잔재미는 주었다지만, 이 프로그램의 취지인 배낭여행의 정체성을 찾기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했고, 조급증이 생기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 또한 멤버들을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생긴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답을 이제 <꽃보다 누나> 스스로가 조금씩 드러내주고 있다.

'꽃보다 누나' 멤버들의 개성은 자상한 편집을 만나 더욱 돋보이고 있다.

▲ '꽃보다 누나' 멤버들의 개성은 자상한 편집을 만나 더욱 돋보이고 있다. ⓒ CJ E&M


개성있는 멤버들과 자상한 편집의 조화, 타 예능과의 차별점은 거기에 있다 

가이드 이승기는 쇼핑에 여념이 없는 김자옥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혜를 베풀듯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관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 특히 그러한데, 여태까지의 예능에서는 그러한 관대함이 조금 왜곡되어 왔다. 그것은 오로지 한쪽에서의 시각이나 사고에 맞춘, 의존적이며 수동적인 여성상을 빚는 데에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꽃보다 누나>는 그러한 점들에서 조금씩 비껴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멤버들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은 느리지만 서서히 시청자들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로는 무척이나 소소하고 심심한 것들이다. 변비로 고생하는 모습, 고장난 고대기 처리 과정, 툭하면 길 잃고 헤매기, 쇼핑하는데 많은 시간 소모하기 등, 뭔가 빠릿빠릿하고 명쾌한 여행기를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과 뭔가 다른 사람들, 많은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행동할 줄 아는 또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멤버들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 여행기는 그리 크게 나쁘지 않은, 꽤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느리기도 하고 성질이 급하기도 하며, 약한 면을 드러내며 불평을 쏟아내기도 하는 각 멤버들의 개성은 이 프로그램의 느긋한 편집을 만나 한껏 빛을 발하고 있다. 그것에는 멤버들의 다양한 기질적 특성들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버무려내는 제작진의 자상함이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다른 예능과 차별화되는 <꽃보다 누나>만의 미덕이 아닐까.


CJ E&M 꽃보다 누나 이승기 김자옥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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